▒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함경자
ㆍ작성일	2008-08-04 (월)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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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3442

수필에 대한 나의 각오
수필에 대한 나의 각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함경자

이따금 좋은 글을 대할 때면 작가의 심오한 혜안을 부러워하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런 대열에 참여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던 차 컴퓨터공부를 같이 하던 L선생님의 진솔하고 신중한 태도가 맘에 들어 유심히 살펴보다가 그가 수필가임을 알고 그분을 따라 처음으로 평생교육원을 방문했었다. 놀랍게도 강의과목은 300여 강좌나 되는데 욕심 같아서는 당장 서너과목을 선택하여 배우고 싶었다. 우선 그중에서 수필창작 기초반을 선택하여 등록하고 교수님의 지시에 따라 과제물로 1주일에 한 편씩 글을 써서 보내드린 것이 10여편이나 쌓였다. 그 때까지 내 글이 여러곳의 게시판에 올려진 줄도 모르고 지냈다. 어떤 기회에 나의 과제물이 행촌수필마당카페에서, 마로니에 행촌수필문학회 게시판에서 볼 수가 있었다. 그밖에도 카페나 블러그, 웹문서, 전북수필게시판 등에서 귀엽게 자라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놀라움과 탄성이 뒤엉켜 얼마나 가슴이 벅찼는지 모른다. 그 땐 수필창작반의 막내인 내가 기라성같은 선배님들의 작품과 어깨를 나란이 한 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 때문에 놀랍고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밤을 하얗게 밝히며 열심히 글을 쓰기도 하였다. 한편으론 의기양양해져서 많은 글을 쓰고자 했으나 더욱더 어렵기만 했다. 이것은 나의 수필에 대한 기본실력의 부족과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지난 날들의 생활패턴을 하루 아침에 바꾸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 자신을 돌아볼수록 글쓰는 것이 어려워져서 결국 과제물 제출도 못하고 2학기를 맞게 되었다.

보면 볼수록 또 보고 싶은 나만의 수필나무들, 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모습, 내 아이들 자랄 때의 모습이 이토록 예뻤을까 싶을 정도다. 하도 예뻐서 남편에게 내 수필나무가 크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랑했더니 나보다야 자기의 글이 훨씬 더 풍성할 수 있고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앞서갈 자신이 생겼음인지 요즈음 자기 방에 책상을 들여놓고 항해사로서의 20년 동안의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의 항해기'란 자서전을 써 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웃읍기만하다. 나처럼 수필공부도 하고 교수님의 가르침도 받아서 글을 쓰면 휼륭한 작품이 나올 실력인데 새로운 지식과 방법을 배우려 하지 않아 가끔 내가 무시하기도 한다. 사실인즉 컴퓨터도 할 줄 모르는 그이의 갈길이 아주 험난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

2학기 때는 그동안 지도해주신 교수님의 자양분도 있을 테고 선배님들의 글들도 많이 읽었으며, 내 스스로도 터득한 방향도 대충 잡혔으니 그 수필의 길을 따라 부지런히 걷고 또 걸으리라. 오직 나의 수필나무들을 가꾸고 보살피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자꾸 글을 써보리라. 불광불급(不狂不及)이라고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