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채선심
ㆍ작성일	2008-12-17 (수)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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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촌인
우리는 행촌인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채선심

문학을 공부하면서 '행촌수필문학'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행촌'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박완서의 소설 '그 여자네집'에 나오는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핀 마을을 떠올리곤 했었다. 그래서 '행촌수필'도 살구꽃이 많이 핀 마을을 보면서 이름 붙여졌을 거라 미루어 생각했었다. 행촌수필 동인지를 받아든 어느 문우가 교수님에게 행촌의 뜻을 물었다. 교수님은 은행나무골이라 대답했고, 나도 살구나무가 아닌 은행나무로 인식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2008 송년 수필의밤'이 개최되었다. 호남성에서 있었던 송년의 밤에는 생각보다 많은 회원들과 초대손님으로 자리가 비좁았다. 7년 전에 25명으로 출발한 회원이 120명으로 성장했으며 등단작가도 1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수필집을 발간한 문우도 20명에 이른다니 놀라운 발전이다. 7년 동안에 이처럼 많은 발전이 있었다는 건 주야로 수고하신 김학 교수님의 노고가 컸으리라. 그리고 많은 말들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일 것이다.

행촌수필문학회에 샛별로 떠 오른 두 분 행촌수필문학상 수상자와 크고 작은 상을 받은 분들이 더욱 빛나 보이는 밤이었다. 그분들에게 또 한 번 축하의 박수를 보내 드리고 싶다. 그날은 내가 수필을 공부하면서 첫 발자국을 남기는 행촌수필 14호 출판기념회도 같이 가져 나에게는 더욱 뜻 깊은 밤이기도 했다. 아직은 미숙한 걸음마이지만 자유로이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걷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을것이다. 그것이 나의 평생 소원이 아니었던가?

행촌수필 식구들은 수필을 빚는 재주 외에도 다양한 재주를 갖고있는 꾼들이었다. 처음 해보는 수필낭독이며 갖가지 장기자랑을 매끄럽게 진행해 나갔다. 소리의 고장 답게 남도민요와 판소리 한 대목으로 송년 수필의 밤 분위기를 잘 이끌었다. 언제 들어도 정이 가는 우리 소리였다. 각 반별로 벌인 재주자랑은 상급반인 목.금.원외반이 단합된 모습으로 더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러나 교수님은 준비 없이 서툴기만한 우리 수요반에게 1등을 주셨다. 잘하고도 아우반에게 1등을 양보한 선배반들은 우리의 영광을 박수로 환호해 주었다. '우리는 행촌인'이라는 의협심이 작용했기에 가능했으리라 믿는다.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밤이 이슥토록 먹고 마셨으면 취기가 오를 법도 한데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질서정연했었다. 그 어느 송년의 밤이 이처럼 아름답고 화기애애할 수 있을까. 행촌식구들은 모두 일어나서 하나의 원을 그리며 손에 손을 잡고 우리는 하나임을 확인했다. 우리는 서로가 얼싸안으며 포근한 감촉에 더욱 도타운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행촌수필문학',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은행나무는 언제 봐도 아름답다. 봄에는 샛노란 연두색이 설렘을 불러 오고, 여름에는 초록 잎새가 풍요로우며, 가을엔 금관 같은 황금의 잎새가 더욱 아름답다. 은행나무가 이처럼 아름다움을 자랑하듯 우리 행촌수필의 문학적 향기가 전국으로 퍼질 때 행촌인으로서 더 큰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