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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대영
ㆍ작성일	2009-01-20 (화)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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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줍는 김수용 할아버지
쓰레기 줍는 김수용 할아버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이대영

하얀 눈이 소리 없이 사각사각 내리는 아침이었다. 온 세상이 포근하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아침, 멀리서 털모자를 쓴 어린 꼬마들이 강아지와 함께 뛰고 뒹굴며 눈 사진을 찍는 아침이었다.

내가 몇 년 전, 전북 장수군내 조그마한 벽지학교에 근무할 때의 일이었다. 거리도 멀고 산골마을이라 전주에서 통근하기에는 좀 힘든 곳이었다. 그날도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하얀 눈이 밤사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부랴부랴 출근준비를 마치고 걱정스런 마음으로 승용차를 타고 학교로 가는데 전주에서 진안까지 가는 길은 그런대로 차들의 왕래가 많아 게걸음으로 달릴 만했다. 차창 밖은 온 세상이 하얀 눈이 내려 조용했다. 어릴 때 눈이 오면 하얀 벌판을 딩굴고 달리며 눈 사진도 찍고 눈싸움하던 생각이 떠올랐다. 밖에선 나뭇가지마다 하얀 솜뭉치를 뒤집어쓰고 낑낑거리며 어서 빨리 사진을 찍으라고 아우성이었다. 순간 차가 미끄러지며 언덕 밑으로 처박히는 바람에 정신을 차렸다. 가까스로 차를 끄집어내어 마지막 목적지인 산길에 접어들자 차라고는 다닌 흔적도 없었다.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벌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비탈길을 오르다가 갑자기 차가 미끄러지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엔진브레이크를 걸고 조심조심 운전을 했다. 온몸에서는 후줄근히 땀이 솟아오르고 초긴장상태가 되었다. 이제 절벽 위에 굽이도는 그늘진 길을 통과해야만 했다. 잔뜩 긴장하여 돌아가는데 아니 이게 웬 일? 차가 부드럽게 잘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가 모래를 뿌려놓고 그것도 모자라서 산에서 흙을 파다 뿌려 놓았던 것이다.

이곳은 마을길이라 도로관리요원도 없는데 누가 뿌려 놓았을까? 속으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면서 달리는데 계속 어려운 고비마다 모래와 흙이 뿌려져 있었다. 무사히 학교에 도착하여 누가 모래를 뿌렸는지 알아보았으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김수용 할아버지는 쓰레기만 줍는 줄 알았는데 모래도 뿌리는가 하고 말하는 직원이 있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쓰레기만 줍는 줄 알았는데!' 하며 전화를 걸어 보았더니 할머니께서 대답하시기를
“그 양반 새벽에 식은 밥 한 뎅이 자시고 괭이를 가지고 미끄런데다 모래를 뿌린다고 나갔구만이라우.”
하는 것이었다. '아! 바로 그 김수용 할아버지구나! 전에도 언뜻 쓰레기를 줍는다는 말은 들었지만 허투로 듣고 지나쳤는데 그 김수용 할아버지가 오늘 아침 학교 오는 길을 그렇게 편안하게 만들었구나! 나 말고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통과하며 고마워서 어쩔 줄을 몰랐겠지?'

김수용 할아버지는 어릴 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렵게 고생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결과 현재는 남부럽지 않게 유복한 할아버지가 되었다. 자식들도 좋은 대학을 나와 말만하면 알만한 요직에서 근무하고 있고, 매일 문안전화를 드리며 도시로 모시겠다는 자식들의 성화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향을 지키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날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 줍는 손 예쁜 손, 버리는 손 미운 손, 자연보호 생명보호'라는 글귀가 새겨진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마을은 물론 면 지역, 군 소재지, 5일 장날 장 주변, 도 단위 큰 행사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느 곳이라도 찾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는다. 처음에는 주위 사람들도 좀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가 하는 일에 협조해 주며 그분의 말이 나오면 자랑스럽게 나서서 이야기해주며 아주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송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째서 쓰레기를 열심히 줍느냐고 묻자 그 할아버지는 머뭇거리더니
"사실은 말입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운동장의 풀을 매는데 내 책임을 빨리 끝내고 보니 땀을 뻘뻘 흘리며 늦게까지 힘들게 풀을 매는 친구가 있어서 도와 준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선생님께서 알고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수용이는 참 착하지. 자기 할일 다하고 친구일까지 도와주니 말이야. 커서 봉사정신이 투철한 훌륭한 사람이 될거야.'하는 칭찬 한마디가 어찌나 좋았던지 항상 어렵게 살면서도 잊혀지지 않는 마음의 보물로 간직하다가 이제 늙은 내가 할 일이 무엇이냐 생각한 끝에 바로 '봉사다. 사회를 위해 봉사활동을 하자.'하고 시작했지요. 그게 바로 쓰레기를 줍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쓰레기를 줍는 김수용 할아버지의 봉사정신을 생각하면 언제 어디서나 나는 늘 부끄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