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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의민
ㆍ작성일	2009-03-07 (토)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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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이의민

어마님은 93세에 하늘나라로 가셨습다. 우리 집안에서는 제일 장수하셨다고 합니다. 평산신씨 집안의 삼남매 중 외동딸로서 임실군 신덕면에서 나시어 열여덟 어린 나이에 씨족 삼십여 호가 모여 사는 나즈막한 산이 삥 둘러싸인 작은 마을의 육남매 중 둘째 아들한테 시집오셔서 아들 셋에 딸 셋 6남매를 두고 어렵게 사셨습니다.

할아버지한테 논 닷 마지기와 밭 두어 마지기를 상속받아 일년 내내 내외가 죽도록 농사를 지어도 먹을 게 항상 모자라 보릿고개를 겪어야 했습니다. 햇곡식이 나오기 전에 곡식이 떨어지니 햇곡식 나올 때까지는 초근목피로 못 먹을 걸 먹으며 살아야 했다. 왜 그렇게 가난하게 살아야 했는지, 요즘 사람들은 이해를 못할 것입니다.

어려서 나는 시골사람들은 그렇게 사는 게 정상이고 우리 어머니도 그렇게만 사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보리가 아직 익지 않은 풋보리 목을 따다가 가마솥에 볶아 알맹이를 빼내어 확독에 갈아 멀겋게 죽을 쑤어 어른도 한 대접 아이들도 한 대접씩 먹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죽맛이 고소했는데 지금도 그 맛이 생생합니다. 그 배고플 때에도 정(情)만은 누구나 가슴에 가득 들어 있었는데 우리 어머님 정은 더욱 컸습니다.

우리 어머님은 얌전하고 길쌈을 잘 하기로 근동에서 소문이 나서 여름에는 삼베와 무명베 짜고, 누에를 키워 명주베까지 짜서 집안 식구들 옷은 전부 손수 만들어 입혔었다. 솜씨 좋고 일을 잘 하신 게 지금 생각하면 그 솜씨가 어머니의 삶에 고생을 더하게 한것 같았다. 명주베에 고운 물감을 들여 명절 때면 때때옷을 만들어 입혀서 동네 아이들 중에서 빠지지 않게 멋을 낼 수 있었다.

시골에서 다 살 수가 없으니 도시로 나와 장사도 하고, 공장에도 다녔습니다. 아들딸들의 먹고살기가 나아지고 손자까지 낳으니 그 손자들을 키우시느라 늙으셔서도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러나 아들들의 살림이 차차 좋아지니 어머님도 말년에는 고생없이 잘 사셨는데 몹쓸 치매 때문에 한 3년 어린아이처럼 살다가 가셨습니다. 그래도 큰 정만은 돌아가실 때까지 놓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무척 그립습니다.
(200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