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이순종
ㆍ작성일	2009-04-08 (수) 15:03

ㆍ추천: 0 ㆍ조회: 2335

세 가지 행운
3가지 행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無空 이 순 종

일본의 유명한 재벌회장이 은퇴한 뒤 시골에 머물 때의 일이다. 어느 날인가 그의 성공신화를 작성하고자 기자가 찾아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당신은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좋은 학벌, 좋은 가문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까? 그 행운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젊은 기자가 조금 당돌하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가만히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3가지 행운을 타고났지요. 첫 번째 행운은 조실부모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 행운은 병약하게 태어났다는 점이며, 마지막 행운은 가난해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아니 어찌 그게 행운이란 말이요? 최악의 불운 같은데…….”
기자가 당황하여 되묻자 회장은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나는 어려서 일찍 부모를 잃었습니다. 고아가 됐던 거죠. 나는 세상에 혼자 내던져졌고 같은 또래 아이들보다 더 조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내 삶을 누군가의 의지 없이 스스로 개척해야만 된다는 의식을 항상 갖게 되었죠. 그래서 경제적 자립심이 누구보다도 앞설 수밖에 없었다오. 근검절약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고, 어려서부터 벌지 않으면 굶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득했던 것이오. 돈의 가치를 일찍 터득한 셈이죠. 나의 두 번째 행운은 태어나면서부터 허약하게 태어났다는 점이오.”
노(老) 회장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늘 어딘가 아팠고 튼튼하지 못했소. 같은 또래 아이들이 들에서 산에서 뛰어놀 때도 병약한 나는 홀로 있는 경우가 많았지요. 어떡하면 건강해질까? 어떡하면 아프지 않을까? 그래서 난 일찍부터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나의 몸을 잘 알았기에 내 몸에 맞는 양생법을 터득하게 된 거지요. 어른이 되어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서 병약하여 일찍 건강에 대해 생각했던 점 때문입니다. 더러 건강한 이들이 자신의 몸을 과신하여 함부로 다루다가 건강을 잃는 경우를 자주 보았습니다. 이 병약한 몸이 또한 나의 큰 행운이었습니다.”
기자는 이제 좀 전의 당돌함에서 무한한 존경의 눈으로 노(老) 회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기대에 찬 목소리로 갈구하듯 말했다.
“그럼 마지막 행운은?”
“나는 가난하여 학교를 못 다녔습니다. 그래서 늘 자신을 낮추고 모든 사람에게 배우려 했습니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니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배우려 했지요. 한평생 무언가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정해진 학교만 졸업하면 두 번 다시 배우려 들지 않더군요. 또 배웠다고 하는 해당 분야의 박사, 외국의 최고학부를 자랑하는 이들은 자신의 견해만 옳고 타인의 견해는 도통 듣지 않으려 하더군요. 나는 부족했기에, 배움이 짧았기에 평생 배우려는 겸허한 자세로 살았으며, 평생 노력하는 자세로 살았습니다. 이것이 나의 세 번째 행운입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10여 년 전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들었다. 그때 무언가 뜨거움이 솟구쳐 올라 차(車)를 갓길에 멈추고 한참이나 멍했던 기억이 난다. 매사(每事)가 불만투성이던 나를 발가벗겨놓고 채찍으로 모질게 휘갈겨 치는 듯하였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긍정의 마음은 긍정의 에너지를 부르고, 부정의 마음은 부정의 에너지를 유인(誘引)하는 것이다.
평범과 비범의 차이는 무얼까? 세상을 받아들이는 자그마한 시각차가 아닐까? 컵에 물이 반쯤 찼을 때 어떤 이는 반이나 찼다고 하고 어떤 이는 반밖에 없다고 한다. 클로버는 네 잎만이 행운을 주는 것이 아니다. 흔하디흔한 세 잎 클로버도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의 휘장(徽章)이다. 단지 모를 뿐. 세상만사 모두가 ‘일체유심조(一切唯心造)’가 아니던가.

(200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