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채울 수 없는 삶
「다 채울 수 없는 삶」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일 야간반 김용배
한 평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고, 목표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답안은 없다. 출세를 위하여 주어진 일에 매달리며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하루라도 빨리 경제적인 안정을 취하기 위하여 부동산 투자나 증권투자로 시간 나는 대로 발품을 팔며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몸과 마음을 다 주며 즐겁게 살아가는 데 우선순위를 둔 내 친구 같은 삶도 있다.
“1호차, 지금 어디쯤인가 오버.”
“1호차, 여기는 주문진항 외곽도로로 안내판에는 4Km 전방이라고 되어있다. 오버.”
“그러면 가장 가까운 주유소에서 휴식하니 차를 멈추고 기다려라. 오버.”
아프리카나, 브라질 아마존강 부근 오지를 탐험하는 탐험대가 동료 간에 연락을 취하는 장면을 연상케 하는 이 대화는 동기동창 여덟 가족이 차량 4대로 통일전망대를 갈 때 차량마다 준비해 준 워키토키로 운행을 조정하던 리더와의 대화다.
선생님이었던 친구는 아마추어 무선사(HAM) 회장을 역임한 베테랑 무선사였고 에델바이스산악회 총무로서 우리들의 산악대장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오토바이를 즐겨 타더니 지금은 명품 오토바이의 대명사인 ‘할리 데이비슨 동호회’를 조직하여 주말에는 회원들과 함께 스피드를 즐긴다. 2년 전 안면도 동창회 모임 행사 때도 그랬고, 웬만한 곳은 오토바이를 타고 참석할 정도로 오토바이 광이다. 한때는 경비행기 조종사 면허를 따려고 매주 주말마다 충남 예산까지 몇 개월이나 다닌 끝에 면허증을 손에 넣었으며, 주에 한두 번은 부인과 탁구를 친다. 실력은 후보 선수 수준이고 요즈음은 색소폰에 미쳐 수요일에는 색소폰을 배우러 다닌다. 열심히 한 덕택에 웬만한 가요는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며 친구들 중 사교춤을 제일 잘 춘다. 무엇이든지 한 번 하고자 하면 끝을 보는 성격에다 인생을 즐길 줄 아는 팔방미인 멋쟁이친구다.
30대 초반 군에서 제대하고 처음 시작한 직장생활, 시계추마냥 하루 한시도 어김없이 출퇴근을 반복하고, 때가 되면 공부하여 진급하고, 자기계발이라는 명분보다 인정받기 위하여 영어학원, 일본어학원, 야간대학원을 다닌다. 행여나 뒤처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상사와 부하 직원에게 흠 잡히지 않으려 처신을 잘하고, 경쟁과 긴장 속에서 살아온 어찌 보면 밋밋한 나의 삶과 대조해 볼 때 여유롭고 자유로우며 활기찬 이 친구의 삶은 한없이 부러웠다.
이 친구는 작년 6월에 1년 이상 체력을 단련하고 준비물을 챙기며 루트를 설정한 뒤 할리데이비슨 동호회 회원 28명과 함께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하여 시베리아와 실크로드, 동북부 유럽을 횡단하여 독일 북부 함부르크 항구까지 60일간 장장 15,600Km의 오토바이 여행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200Km 이상 되는 자갈길을 달린 이야기, 울창한 러시아 산길을 달리다 늑대를 만난 이야기, 시베리아 평원에 끝이 보이지 않게 피어있는 노란 들꽃 이야기, 움푹 파인 도로에 오토바이가 박혀 크게 다친 동료이야기, 빡빡한 여행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하루에 3시간 밖에 잠을 못자 운행 중에 오토바이에서 떨어진 동료이야기 등,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이 친구의 용기에 감탄하기도 했다. 천만 원이 넘는 여행경비는 차치하고라도 환갑을 넘긴 나이에 모험에 가득 찬 그런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친구. 모험과 즐거움으로 인생수레를 가득 채운 그 친구는 3년 전 아들 결혼식장에서
“친구야! 오늘 생각해 보니 교감까지는 했어야 했어.”
“그래? 그래도 나는 자네가 부럽네. 친구야!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게 인생이니까.”
(2009.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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