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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한일신
ㆍ작성일	2009-08-05 (수)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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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
꿈은 이루어진다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한일신

나는 4남매 중 3남 1녀로 태어났다. 가정형편상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 진학의 꿈을 접어야했다. 부모님은 농사일에 늘 바쁘셨으니 집안일은 온통 내 몫이었다. 나는 그런 생활이 싫었다. 아니 여자로 태어난 게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걸핏하면 밥 굶기를 밥먹듯하며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던지 심한 위장병을 얻고 말았다. 병원에서는 딱히 병명도 없다는데 음식을 먹으면 속이 안 좋고, 밤이면 잠을 이룰 수가 없으니 삶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오빠가 대학을 졸업하고 부산에서 취직이 되었다. 나는 밥을 해주러 오빠를 따라가야 했다. 그곳은 물 사정이 안 좋아 물차가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가져왔다. 전주 집에서는 날마다 우물물을 길어다 먹었는데 일주일이나 담겨진 물을 먹으려니 왠지 찝찝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근 군부대 안에 맑게 흐르는 시냇물을 보았다.

나는 새벽마다 물통을 들고 일반인이 통제된 군부대 안에 들어갔다. 집에 가져올 물을 한 통 담아놓고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하느님! 세상에 필요 없는 생명은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사람으로 태어나 아무 한 일도 없이 18년 살다 떠나기엔 너무나 억울합니다. 그러니 다시는 억지로 밥을 굶는 일은 없을 테니 제발 건강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래서 이 땅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살다 가게 해 주십시오.’ 라고.

3개월쯤 지나 부모님 곁으로 왔을 때는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다시 또 집안일에 매달리면서 부모님한테 적은 용돈을 타서 생활하자니 답답했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한때는 죽음도 생각했는데 죽기로 마음 먹으면 무언들 못하겠느냐는 생각이 나를 부추겼다. 성경 구절 중 "구하라 주실 것이요, 찾으라 찾을 것이요, 두드려라 열릴 것이니라."라는 말을 되뇌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직장을 구하러 나섰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두드렸더니 2년 만에 드디어 직장을 찾게 되었다. 내 나이 30대였지만 직장을 얻어 자리를 잡으니 생활이 안정되었다. 이제 나만의 세계에서 내 꿈을 마음껏 펼쳐보리라. 낮에는 열심히 근무하고 밤에는 책과 씨름하며 보냈다. 하루하루의 고달픔은 배움의 열정 속에 녹아들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J지역에 온 지 2년 만에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 24년여 동안 내 삶을 옥죄고 있던 사슬로부터 풀려난 것이다. 속이 후련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다 고맙고 세상이 새롭게 보였다.

직장생활 10년 만에 조그만 내 집도 마련했다. 석유보일러를 설치하여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고, 더운물로 샤워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었다. 이렇게 큰 혜택을 받고 보니 퇴직하면 사회에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고 한국방송통신대를 거쳐 한일장신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에 편입하였다.

졸업하던 날, 아!~~ 꿈속에서도 그리던 고등학교 졸업장도 얻고 덤으로 학사학위를 두 개나 안게 되었으니 이제 무슨 여한이 있으리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를 당신의 뜻대로 써주십시오.’ 라고 마음속으로 크게 외쳐 보았다.

잠시 지난날을 반추해보면 참으로 어렵고 힘든 날도 많았다. 그럴 때면 나는 곧잘 푸시킨(러시아작 1799~ 1837)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읊조리며 위안을 삼고 하루하루를 이겨냈다. 어두운 마음에 등대처럼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나를 붙들어 준 이 시가 지금도 내게 힘과 용기를 안겨준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현재는 언제나 슬프고 괴로운 것/마음은 언제나 미래에 사는 것.

그리고 또 지나간 것은/항상 그리워지는 법이니

꿈은 이루어진다. 어둠을 지나면 새벽이 오듯,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자에게는 항상 길이 열려 있다. 젊은이여! 일어나라, 뛰어라, 그리고 꿈을 안고 힘차게 달려보아라. 세상은 참으로 살만한 곳이다.

(2009.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