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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오명순
ㆍ작성일	2009-07-31 (금)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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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사랑하는 여자
고독을 사랑하는 여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오명순

고독은 씹으면 씹을수록 단내가 난다. 혼자여서 고독할 때도 있지만 옆에 사람이 있는데도 고독한 것을 보면 반드시 혼자라서 그런 것만은 아닌가 보다. 외로움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지만 고독은 씹어야 제 맛이 난다. 알 수 없는 무엇인가의 꼬리를 잡으려다 밤을 하얗게 새기도 한다. 그 때는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기억 저편에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르기 때문이다. 고독은 물 한 모금에 꿀꺽 삼켜야 하는 쓰디 쓴 알약이다. 그런데 고독은 오래오래 씹고 있으면 단맛이 난다.

고독은 마시면 마실수록 시원하다. 사이다처럼 톡 쏘기도 하고, 동치미처럼 은근한 맛으로 마음을 달래주기도 한다. 맛을 음미하며 한 모금씩 목구멍으로 넘길 때마다 달착지근하고 시원한 그 맛에 빠져들게 된다. 묘한 매력을 느끼며 온통 마음을 점령자에게 내주고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온 몸을 타고 내려오는 그의 손놀림에 결국 넘어지고 마는 것은 어쩌면 포기이자 반항이며 사랑의 표현이다. 고독이라는 놈은 그렇게 톡 쏘는 사이다 같아서 삼키고 나면 시원해서 자꾸만 더 마시고 싶어진다.

고독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무단 침입자이다. 마치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들어 와서 따라 붙는다. 소리가 없고 보이지 않으니 붙잡아 떼어 버릴 수도 없다. 웃음 속에 은근슬쩍 끼어들어 와서 마치 제 집인 것처럼 활개를 친다. 그림자처럼 두 발을 붙여 놓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냉소를 지으며 바라본다. 희롱하는 그 놈을 떨쳐 내려고 냅다 발길질을 해 보지만 막무가내다. 고독을 씹고 즐긴다는 정보를 누가 전해 주었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떨어지던지 웃음 속에 파묻히길 기다리다가 한바탕 웃음으로 또 사랑에 빠지고 만다.

고독이라는 친구와 동거하며 ‘고독한 여인의 집’이라는 문패를 달아 놓았다. 식탁 위에 수저 한 세트가 학처럼 고고하게 앉아 있다. 외로운 것이 아니고 고독한 것이라고 말하려고 하는 것을 굳이 말리지 않는다. 외로움은 마음의 병이 되지만 고독은 사색의 어머니라고 오히려 한마디 더 해 준다. 네가 곁에 있기에 마음이 살찌고 있다고, 괜스레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몰래 기웃거리던 바람이 화들짝 놀라서 가려고 하자, 잠시 쉬었다 가라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바람이 들려주는 향긋한 봄 이야기에 고독은 잠시 외출하고, 따스한 봄 햇살 같은 웃음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 2009.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