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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서상옥
ㆍ작성일	2009-07-31 (금)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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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을 팔경, 덕진공원
온고을 팔경, 덕진공원

전주안골노안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서상옥

천년역사의 숨결이 담긴 예향의 도시 전주, 전통문화를 자랑하는 맛과 멋의 고장 전주는 마한시대로부터 호남지방에서 가장 큰 고을이었다고 한다. 그 이름은 마한의 완산성에서 유래하였다. 40여 년간 후백제의 수도였으며, 조선시대에는 이성계의 선조가 살았던 조선 건국의 본향이었다. 풍패지향이라는 이유로 완산 유수부라 불리워 왔으며 오늘날 온전하다는 뜻을 지닌 '온고을'이라고도 한다.

덕진공원은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이 도성방위를 위해 늪을 만든 이래 고려시대에 자연적으로 조성된 연못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도시공원이다.(1938.5)

덕진연못은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전주부 산천조에 덕진지재(德津池在)라 쓰여 있어 덕진연못의 본래 이름이 덕진지라 불렸음을 알 수 있다. 풍수지리설에 연유하여 전주부성은 산으로 둘러싸여 분지를 이루고 있으나 북방이 공허하여 지기(地氣)가 얕다는 이유로 가련산과 건지산 사이를 제방으로 저수하여 지맥이 흐르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덕진연못은 덕진채련(德津採蓮)이라 하여 전주 8경 중 하나로 손꼽혀 왔다. 4만 5천 평에 달하는 공원 안에는 3만 평 정도의 연못이 있다. 연못 중앙에는 연꽃 자생지와 북쪽 보트장을 동서로 가로 지르는 화려한 아치형 연화교가 있고, 호수 중앙에는 팔각정으로 되어 있는 연화정과 숲이 우거진 휴식공간이 있다.

연화교를 거닐면서 한없는 시정에 젖어 3층 연화정에 오르면 연못이 아늑하게 안겨온다. 저만큼 하얀 백로가 날고 오리떼가 유유히 떠가며 논닭들이 간들간들 깝죽거리고 연화교 밑으로 모여드는 잉어와 붕어들이 길손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흐느적거리는 연화교를 지나 연밭 동북쪽에는 나무로 설치한 연지교가 있어 연꽃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하였고, 그 중간에 정자(연지정)가 있어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연꽃은 화중군자라 효녀심청을 상징한 꽃이다. 일명 만 가지 덕을 지녔다는 만다라화(曼陀羅華)라고도 한다. 호숫가에는 취향정(醉香亭)이라는 정자가 있어 풍월을 즐길 수 있으며 손님을 기다리는 보트 30여 채가 한가로이 물결 따라 출렁거리고 있다. 취향정(醉香亭)은 일제 강점기에 여산군수와 전주농공은행장을 지낸 친일파 박기순이 1917년 7월부터 30여 년간 임대허가를 받아 사설공원을 설치하였다. 그리고 자기 회갑기념으로 연꽃 향기에 취한다는 취향정을 비롯해서 많은 시설을 유치해 오던 중 1932년에 취향정 관리를 위한 사유지와 함께 전주시에 기증하였다. 이에 명실공히 '덕진공원'이라는 공립공원이 개설되었다.

취향정은 비교적 아담하게 만들어졌지만 내부 천정 주변에는 축시를 새긴 편액들로 꽉 차 있어 당시 세력 있는 친일파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친일파라 하지만 시대에 맞춰 사는 사람들의 잽싼 삶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이 덕진연못에는 옛날부터 단오 때가 되면 전국 각지에서 아낙네들이 모여들어 창포물에 머리를 감거나 목욕을 하였고, 7~8월이 되면 향기가 진동하는 연꽃을 구경하려는 관광객이 구름처럼 모여 들어 장관을 이룬다. 현재는 전통문화 행사가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공원 안에는 철따라 곱게 피어나는 각종 화분과 전북인의 혼을 담은 청백리로 법조 삼성이라고 일컬어 지는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사형수의 대부라고 하는 법원장 바오로 김홍섭, 김구 선생 암살 사건의 배후를 밝혀낸 검사장 화강 최대교 선생의 법관상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전원적인 자연파 시인 신석정과 순수 서정시인 김해강. 백양촌 선생의 시비와 '백성은 하늘이다'라고 외친 동학농민운동의 지도자 녹두장군 전봉준 상 등 10여 개의 석조 기념물이 보는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야외 공연장과 노천극장이 잘 꾸며져 있으며 밤에는 레이저 영상과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분수와 연화교의 휘황찬란한 야경은 전주시민의 피로를 풀어주고 삶의 활력을 한층 더 높여줄 뿐만 아니라 전주의 정취를 널리 알려주는 문화공간이 되고 있다.

덕진공원 주변에는 조경단과 황극단,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등 볼거리가 아주 많다. 특히 건지산 자락에는 소설가 최명희 선생의 혼불문학공원이 명상에 사로잡힌 듯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다. 1947년 전주 출생인 최명희 작가는 17년 동안에 걸쳐 생애의 모든 정열을 쏟아 「혼불」을 집필하였다. 아름다운 모국어로 전통문화와 풍습을 치밀하고 폭넓게 복원해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국인의 역사와 정신을 생생하게 표현함으로써 한국 문학의 수준을 한층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8년 52세를 일기로 아직 써야 할 이야기를 남겨 둔 채 「아름다운 세상 잘 살고 간다」는 유언을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 아까운 샛별이 사라진 것이다.

전라북도 기념물 제3호로 지정된 조경단(肇慶壇)은 전주 이씨의 시조인 '이한'의 묘역이다. 경기전의 조경묘와 함께 전주가 조선왕조의 발원지임을 상징하는 곳이다. 이곳 비석에 새겨진 [대한조경단]이란 글씨와 비문은 고종황제의 친필이라고 한다.

황극단(皇極壇)은 임실 출생으로 호남에서 거병한 한말의 대표적인 의장병 이석용의 장남인 이원영이 조국광복 후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부친과 순국열사들을 추모하고 기리기 위하여 고종황제비, 백범 김구비, 광복 33인 추억비 등을 한데 모아 세운 제단으로 매년 음력 5월 5일 단오 때는 황극단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정부는 2003년 9월 15일 이 시설을 현충시설로 지정했다.

전주하면 한옥마을과 경기전 객사 등을 연상하지만 도심속 시민 공원으로 온고을 사람들의 정취를 조화롭게 정화시키고 심신을 달래주는 이 덕진공원을 더 가꾸고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0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