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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영옥
ㆍ작성일	2009-07-25 (토)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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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필집을 내고서
첫 수필집을 내고서

행촌수필문학회 김영옥

요즘 내 마음은 꼭 미숙한 첫딸을 시집보낸 어미마음처럼 들떠 있다.

책은 1.000부에서 150여부만 남고 독자들의 품에 안겼으니 초조함은 당연하다. 시집간 딸이 시집식구 맘에 들기나 하는지, 행여 눈밖에 나지나 않았는지 온통 마음이 쏠려있다. 전화벨이 울려도 가슴이 울렁거리고, 이메일이 왔는지도 살피며 소식이 오기만 기다려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숙한 글을 제대로 다듬지도 않고 용기 하나로 서둘러 책으로 펴내고 보니 아쉬움만 남는다. 이미 내 품을 떠나버린 자식이니 안타까워해 보아야 소용없으니 다음 자식이나 좀 더 잘 길러 볼 것을 다짐해 본다.

좋은 경험도 많았으니 아주 헛되진 않았다. 빛 바랜 수첩 몇 개를 뒤져 오랫동안 소식없이 지낸 친족들, 친구들, 지인들에게 전화로 소식을 듣고 주소를 물어 책을 한 권 한 권 정성들여 보내는 마음 또한 기쁨이었다. 답신이 왔을 때의 기쁜 마음은 겪어 본 분들만이 알리라. 보내 놓고 아무 답신이 없으면 그 또한 초조하다. 그저 잘 받았다는 말 한마디면 고마운데 말이다. 이런 일은 당해보지 않으면 몰라서 그러리라 싶다. 나 역시 그동안 시집이나 수필집 등 많은 책을 받고서 차일피일 미루다 시간이 지나면 관심이 멀어지면서 답신을 못해 마음에 짐을 진 때가 많았었다. 누구든 책을 받으면 즉시 잘 받았노라고 바로 답신을 하고 내용을 읽은 뒤 가벼운 평가라도 해준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일인지 모른다. 내가 겪어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러기에 좋은 점을 칭찬하고 아쉬운 점을 일러주면서 격려해준다면 더욱 감사하리라. 이젠 책을 받으면 즉시 답신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기쁜 일도 많았다. 친필로 원고지에 2,3장 써서 보낸 분도 더러 있고, 전화나 이메일, 문자메시지로 칭찬을 하신 분도 있다. 전주에 막 와서 어려울 때 한 집에서 살던 분은 열심히 사시던 삶이 그대로 글에 녹아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까이 사는 친구는 그동안 힘든 여건인데 책을 내느라 수고했다고 고기를 두 번이나 사다주며 기운을 내라고 격려해 주어서 깊은 정을 느꼈다. 나를 좋아한다는 젊은 분은 5만 원권이 나오는 첫날 한국은행까지 가서 구입하여 ‘좋은 수필집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편지와 함께 음식 대접까지 해줄 때 진한 감동을 맛보았다. 아껴주는 친구들에게서 식사 대접이며 책값과 정을 받고, 수고했다는 격려를 받을 때면 흐뭇하면서도 많은 빚을 진 기분이 들었다. 내 자식을 애지중지 길러 시집보내고 잘 살기만 바라지 어느 부모가 값을 달라고 하는가. 마찬가지로 수필을 쓰는 분들이 책값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꿈에라도 하였겠는가. 독자들이 공감이라도 하고 조그만 느낌이라도 있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일이다.

말은 들을 때뿐이지만 글은 영원히 남는다. 몇 십 년, 아니 몇 백 년 뒤에까지라도 남는 것이 책이다. 요즘 난 70여 년 전에 가는 붓으로 한자로만 쓰신 시아버님의 사고집 3권을 그 내용을 알고 싶어 한문학을 공부한 분에게 번역을 맡겼다. 글은 그 시대와 그 당시 사람들의 의식과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역사서이기도하다. 그러니 글을 쓴다는 것은 시대를 반영하는 책임도 뒤따르기에 갈수록 어려운 일임을 알겠다. 사물을 올바로 보고 감상을 하며 바른 마음을 갖고 써야 됨을 깨닫는다.

이제 첫 수필집을 내고 보니 더 무거운 짐을 진듯 마음이 무겁다. 이제부터는 불안한 세상사를 허투로 보고 들을 것이 아니라 심안(心眼)으로 보면서 보다더 성숙한 글을 써야겠다.

(200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