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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정장영
ㆍ작성일	2009-09-10 (목) 04:27

ㆍ추천: 0 ㆍ조회: 3161

나막신
나막신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나막신이라면 이제 민속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물건이다. 고무신이 나오기까지만 해도 각 세대마다 흔히 방 앞뜰에 가지런히 놓였던 신발이다. 물론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도 모두 애용했었다. 이 신발은 눈이 오나 비가 내려도 가까운 거리를 갈 때 자주 신었었다. 맨발보다 양말이나 버선을 신고 신어야 발이 편했다. 철모를 쓸 때 헬멧을 써야 편하듯, 하지만 그냥 신어도 무방하나 빙판길에서는 신을 수 없었다. 고무신에 밀려난 신발이지만 특히 젖은 땅을 걸을 때나 더러운 곳에서는 안성맞춤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 왜놈들의 수탈이 심했다고 한다. 수탈을 당하고 견디다 못해 새 삶터인 만주로 이주해 간 동포가 많았다. 특히 독립운동가와의 연루를 의심받아 왜놈 경찰을 피해 피난처를 찾아 떠난 동포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금융계통을 활용한 간교한 수탈이 빈번했다 한다. 당시만 해도 처음 시행하는 금융제도를 대부분의 동포들이 이해하지 못하였다. 금융조합이나 은행융자를 받아쓰고 상환기일을 잘 지키거나 돈을 갚지 못하면 이자정리를 해 대부기간을 다시 연장해야하는데 그 수속을 소홀이하다 연체에 연체를 거듭하여 결국 전답을 날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다. 개중에는 개인 사채 문제를 잘 대응하지 못해 빈 털털이가 되기도 했으니까 스스로 무지의 탓도 있었겠지만…….

그네들은 들녘뿐만 아니라 산간지역도 농토를 사들였고, 특히 금융조합을 통해서 농토를 많이 마련했었다고 한다. 매년 가을이면 소작료를 매기는데 지주들이 찾아와 현황을 살펴보고 정해야 했다. 그런데 많은 면적을 때를 맞추어 일시적으로 다녀가지 못하니 추수적기를 놓쳐 버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미리 베어버리면 인정과세로 과중한 소작료를 물기 때문에 기다린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싸늘한 날씨에 논에 습기가 많아 인부들이 발이 시리니 나막신을 신고 벼를 베는 모습을 본 적이 기억난다. 그 때만해도 지금과 같이 편리한 고무장화가 귀했으니 편리한 신발이었다고나 할까? 농사철이 지금보다 한두 달쯤 늦었으니 계절로 보아 추위가 빨리 오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6‧25한국전쟁 전만해도 서리가 내리고 추울 때 가을일을 했었다. 이제는 벼농사를 이모작 하기도 하니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흔히들 일제가 착취를 해서 못 사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수탈 방법도 가지가지겠지만 어찌 강제로 개인을 협박해서 재물을 빼앗았다고 하겠는가? 나는 이 ‘나막신’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왜놈들이 당시 금융제도를 이해 못한 점을 악용한 수탈방법이었다라고 설명하며 무식하면 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신발이지만 어렸을 적에 작고 예쁜 나막신을 신고 ‘딸그락 딸그락’ 소리를 내며 이웃집 나들이를 하던 옛 추억이 스친다. 나막신 소리를 들으면 이웃사람들의 동정도 짐작할 수도 있었다. 왜놈들의 게다(下駄)와는 달리 만들기 힘들고 더 발전한 신발이기도 하다. 지금은 도시와 농어촌, 산촌 가릴 것 없이 모든 도로가 잘 포장되고 골목길마저 잘 정리되어있다. 나막신은 옛날과 같이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한 켤레쯤 있었으면 한다. 장식품으로도 손색이 없어 아주 귀물이 될 것 같다. 현대인들은 차츰 걷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어 건강 유지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나 할까? 조금 걸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신발개발로 인체공학적으로 만든 신발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나왔다지만 어쩐지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2009. 9. 2.)

* 나막신
선조 정자년(1600)에 처음으로 목혜(木鞋)가 남방에서 들어와 나라에 퍼졌다고 한다. 연여실 별집(然黎室別集) 에 고지평리(古之平履) 금기폐의(今己廢矣) 라 한 것으로 보아 평판에 끈을 달아 쓰다가 후에 오늘의 나막신으로 변한 것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