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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길남
ㆍ작성일	2010-01-04 (월)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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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소리
허튼소리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매주 화요일이면 8명이 모여 산에 오른다. 예전에는 차를 타고 먼 곳을 다니기도 했지만, 나이 들어 힘이 부족하니 요즘은 전주 근교의 산만 다닌다. 서로 마음이 맞아 말다툼 한 번 하지 않고 10년을 넘겼다. 처음에는 10명이 다녔으나 건강 때문에 2명이 빠져 8명만 다니는 것이 아쉽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계속 산속에서 살 것 같다.

늘 같이 다니는 사람들이니 어찌 만날 때마다 인생에 귀감이 될 만한 이야기만 할 수 있겠는가. 서로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더 좋다. 웃기는 이야기를 잘 하기로 오성선 회장을 따를 사람이 없다. 오늘도 한마디 하였다. 우리나라 말을 잘 하는 미국사람이 어떤 노인에게 “금산사에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합니까?” 하고 물었다. 이 말을 들은 노인이 “아이고, 나는 영어 못해.” 하더란다. 곰곰이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온다. 또 김화영 회장도 재치 있게 웃기기로 뒤지지 않는다. 국립공원에 입장하며 얼굴이 곱살한 동갑내기에게 “엄살쟁이, 너는 표 끊어와.” 한다. 왜냐하면 몇 년 전에 대둔산에 갔을 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통과했는데 그 친구만 젊다고 주민등록증을 보자고 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이 오갈 때 옆에서 맞장구를 쳐 주어야 더 재미가 있다. 같이 가는 친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 보탠다. 그러다 보면 상소리도 섞이고 점잖은 자리에서는 입 밖에 낼 수 없는 말도 튀어나온다. 그래도 그런 말들이 더 재미있다. 그만큼 사이가 가까워져 서로 오해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 말이나 지껄여도 다 받아들이는 사이, 그게 진정 가까운 사이가 아닌가. 우리들은 그래서 좋다. 만나는 시간부터 헤어질 때까지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누가 먼저 화제를 내어 놓으면 웃음과 함께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근처가 시끌벅적하다. 조금만 말을 잘 못해도 오해하고 토라진다면 어떻게 이런 분위기를 만들겠는가.

예전에 모교에 근무할 때 이야기다. 4년 선배가 동창 회장이었다. 회의가 있어 학교에 모이면 친구들끼리 농담을 하며 상스러운 말을 하여 듣기에 거북했었다. 그런데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으니 그럴 듯했다. 친구끼리 욕설을 하며 농을 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아주 좋다는 것이다. 마음에 맺힌 응어리가 확 풀리는 느낌이란다. 흉허물 없이 지내는 친구 사이에 터놓고 이야기하며 욕설 몇 마디 오간다고 우애가 깨질리 있겠는가. “저것 보기 싫어 못 살겠어.” “보기 싫은 저놈 때려죽이고 개 값을 물어?” “저승사자는 무엇 하는지 모르겠어. 저런 놈이나 잡아가지.” 등 재미있는 우스갯소리가 많다.

성현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귀중한 말씀을 많이 남겼다. 공자, 맹자, 노자, 예수, 부처, 소크라테스 등 많은 위인들이 금과옥조의 교훈을 남겼다. 다 옳은 말들이니 그대로 따라 지켰다면 이 세상은 영원한 이상향이 되었을 게다. 그런데 잘 지켜지지 않았기에 나쁜 행동을 하고 서로 싸우게 되어 편안한 세상이 되지 못했다. 위대한 어른들도 이 시끄러운 세상을 바로 잡으려고 귀중한 말씀을 외쳤다한다. 이 세상이 유토피아가 되었다면 그런 가르침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필요해서 하신 말씀들인데 지켜지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공자의 말씀에는 효가 으뜸이었다. 부모님 말씀에는 말대답을 못하고 그대로 따라야 했다. 행동을 함부로 하지 않고 몸놀림이 흐트러져서는 안 되었다. 항상 말을 적게 하고 경망스러운 태도를 보이지 않아야 했다. 소크라테스는 늘 자기 자신을 반성하며 살라고 했다. 남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었다. 성현의 가르침은 거의 도덕률인데 그 말씀을 실현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또 그대로 실천하며 살아갈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아무리 좋은 말씀이라 해도 항상 들어야 하고, 늘 지켜야 한다면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너무 딱딱하고 숨 쉴 틈도 없을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숨통이 트일 수 있는 허튼소리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흉허물 없는 사이라면 막말도 하고 욕설도 늘어놓고 위신과 체통을 지킬 것 없이 내뱉을 수 있는 마당도 필요할 것 같다. 때와 장소에 따라 할 곳과 하지 말아야 할 곳을 가려 처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근본은 성현들의 가르침에 두고 가끔은 흐트러질 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허튼소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받아 줄 수 있는 분위기라면 맘 놓고 허튼소리를 하고 싶다. 터놓고 막말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일주일에 두 번은 친구들과 허튼소리를 하면서 지내지만 그런 기회가 더 자주 왔으면 좋겠다.

( 2009. 12. 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