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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고영길
ㆍ작성일	2009-12-28 (월) 07:04

ㆍ추천: 0 ㆍ조회: 3152

2009년 우리 집 10대 뉴스
2009년 우리 집 10대 뉴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고영길

2009년은 교직생활을 마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해로 나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해였다. 비교적 교직생활도 어려움 없이 열심히 하고 명예롭게 퇴임하여 미련도 없고 마음이 홀가분하게 한 해를 보내면서 제2의 인생을 즐겁게 보낼 시골에 터전을 마련한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일로서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수필창작 동계 특강을 신청하여 해마다 우리 집 10대 뉴스를 간추릴 수 있게 된 것도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1. 나의 정년퇴임

1969년부터 시작한 교직생활 40년을 마무리하고 금년 2월에 퇴임을 했다. 요즘 퇴임식은 직원들과 간단히 하는 추세라 퇴임식을 직원들과 간소하게 하려고 했는데 학교에서 퇴임식을 권유하고 두 아들이 퇴임식 비용을 부담한다고 하여 학교에서 성대히 했다. 초대장은 안냈지만 많은 지인들이 와서 축하를 해 주었다. 끝날 무렵에는 전에 근무했던 외궁초등학교에서 나도 모르게 영상자료를 만들어와 보여줘 참석한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보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가. 고향인 진안 정천 조림초등학교 존치

조림초등학교에서 평교사부터 교감까지 6년 반 근무하는 동안 수몰로 면내 학교가 모두 진안으로 통폐합하는데 초등학교 하나만이라도 존치가 되어야겠기에 당시 운영위원과 지역 주민과 힘을 모아 존치운동을 하여 지금의 조림초등학교를 신축 이전하여 이 학교가 아토피학교로 지정되어 외부에서 전학을 오는 학생이 많고, 진안군에서도 적극 지원하여 이로 인해 정천면 인구가 늘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며 면민들의 단합과 문화의 중심역할을 하게 되어 크게 보람을 느낀다.

나. 외궁초등학교 아름다운 학교 조성

교장으로서 첫 부임한 진안외궁초등학교 근무 4년 동안 운동장 천연 잔디조성과 주변 조경 등으로 아름다운 학교를 조성하고 즐거운 학교를 운영하여 널리 홍보가 되었다.

다. 전주남초등학교 운동장 인조잔디 조성 및 어머니 배구단 창단

전주남초등학교는 비교적 전주에서 낙후된 학교로 알려졌는데 2년 반 근무하면서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고 우레탄 트랙과 야외 우레탄 농구코트를 조성하여 낙후된 학교에서 발전된 학교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인조잔디 조성은 국민생할체육공단에서 1년에 몇 개 학교씩 해 주는데 경쟁이 치열하여 많은 인맥이 동원되기도 하나 부임하면서 서둘러 큰 어려움 없이 하게 되었다.

어머니 배구단을 창단하여 최 단기간 동안 각종 대회에서 우승 등 좋은 성적을 거두어 학교의 홍보는 물론, 학교 운영에도 많은 도움을 받게 되어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2. 손녀 출생

우리 집안은 비교적 아들이 많다. 5남 2녀인데 큰형님이 아들 둘에 딸 하나. 누나가 아들만 셋, 내가 아들만 둘, 바로 아래 남동생이 아들만 셋, 그 아래 남동생이 아들만 둘, 여동생이 아들 하나 딸 하나, 막내 남동생만 딸 둘이다.

내 큰아들이 아들만 하나 낳고 그만 난다고 하더니 지난 해 임신을 하여 금년 3월에 딸을 낳았다. 아들 키울 때는 귀여운지 몰랐는데 손자는 더 귀엽고 손녀딸은 더 귀여운 것 같아 예뻐했더니 손자가 동생을 더 예뻐한다고 질투를 한다.

3. 막내 남동생 간암 수술

막내 남동생이 나와는 12살 아래 띠 동갑이고 생일도 같은 날이다. 집에서 별 도움 없이 객지에서 고학을 하다시피 하여 인천에서 회사에 다니면서 그런대로 살고 있다. 11월 중순 쯤 간 때문에 병원에 갔는데 간에 이상이 있어 정밀검사를 하고 수술까지 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그렇게 걱정이 안 되었는데 검사결과 간암이라 수술을 해야 된다는 말에 하늘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딸만 둘인데 큰 딸은 대학 3학년이고 둘째가 이번에 수능을 보았는데 걱정이 태산 같았다.

다행히 간암 초기라 수술이 잘되어 3주간의 요양을 한 뒤 다시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 마음이 놓이지 않아 자주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는다. 동생이 건강하게 완치 되었으면 좋겠다.

4. 아내 병원 신세

비교적 건강하게 지내던 아내가 작년에는 어깨가 아파 고생하면서 팔과 팔목이 부러지고 작년 12월 13일에는 목욕탕에서 넘어져 쇄골이 부러졌다. 한 해 뼈가 세 번이나 다쳤다. 쇄골을 수술하면서 쇠로 고정하고 한 달 넘게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하고 계속 물리치료를 한다. 지난 10월 다시 수술을 해서 쇄골에 박았던 쇠를 제거했다. 지금도 물리치료를 한다. 그리고 11월에는 눈에 백내장이 있다고 양쪽 눈을 수술했다. 양쪽 눈을 수술하자 시력은 훨씬 좋아져 지금은 먼 곳이 잘 보여 안경을 안 써도 된다.

평소 건강했던 아내가 거의 2년 동안 고생을 했는데 내년에는 건강을 되찾아 같이 댄스스포츠도 하면서 즐거운 생활을 하면 좋겠다.

5. 고향에 집짓기

고향에 미리 사 놓은 땅이 있었다. 이 땅은 친척의 땅이었는데 친척이 10여 년 전 가정에 어려움이 있어 도와주는 차원에서 우리 삼형제가 한 다랑이씩 그 당시 높은 가격으로 사주었다. 퇴임하면 이곳에 감나무 농사를 지으려고 생각했다.

이곳 감은 특이하게 씨가 없고 당도가 높아 곶감의 인기가 높다. 그래서 3년 전부터 고염나무를 심어 감나무 접을 붙여왔다. 내 몫으로 산 땅이 900여 평이나 되지만 감나무 과수원으로는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조립식으로 지어 일하러 다닐 때만 사용하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주변 환경이 좋아 여름 나기에 좋을 것 같아 욕심이 생겼다. 우리 형제 식구들이 다 모이면 50여명이 되어 여름에 한 번씩 모이는 장소로도 활용하고 우리 가족 여름 피서지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30여 평 정도로 지었다.

옆에 황토방도 따로 지어 아궁이도 만들어 나무를 땔 수 있도록 하였다. 야외 화장실과 샤워장도 만들고 사랑채도 만들어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이 집이 진안군 정천면의 사랑채가 되었다. 동생이 가까이 살고 있어 쏘가리나 메기 등 좋은 먹을거리가 생기면 우리 집을 찾아와서 청년들과 함께 술판을 벌이곤 한다.

6. 명소 개발

가. 자연수족관 야외 풀장

집 앞으로 흐르는 냇물이 맑고 바닥이 암반이라 경관도 좋다. 물놀이를 하기에도 아주 좋은 곳이다. 냇가 폭이 30미터쯤 되고, 흐르는 물은 깊지 않으며, 가뭄에도 물놀이를 할 정도는 흐르고, 물고기도 많아 건빵을 바위에 빻으면 그 소리를 듣고 몰려와서 먹이를 뿌려주면 그 먹이를 낚아채어 먹는 모습이 마치 잉어 양식장과도 같다. 이곳을 정비하여 여름에는 그늘막을 치고 냇가에 평상을 놓으니 여름 피서지로는 그만이다.

나. 다래 계곡

집 앞 건너편 산이 국유림인데 계곡으로 100여 미터쯤 오르면 폭 3~5미터, 길이 40여 미터 되는 암반이 그늘 속에 비스듬히 누워있다. 이곳은 집을 지으면서 발견했다. 처음에는 암반이 얼마 안보였는데 흙을 좀 긁어냈더니 상당히 넓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왔을 때 물이 굽이굽이 흐르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이곳에 들어가면 시원함을 느낀다. 가까운 조림초등학교 아토피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명상시간을 갖곤 한다. 계곡에 다래나무가 많아 이 계곡 이름을 다래계곡이라 명명하고 들어오는 입구에 간판도 만들어 놓았다. 아마 진안군에서는 가장 시원한 명소가 아닌가 한다.

7. 다래계곡에서 야유회 및 연찬회

가. 무심회 야유회

마음을 비우고 살자는 무심회가 7년 전부터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 20여명으로 구성되어 매달 한 번씩 모임을 갖고 한 해 한두 번씩 부부야유회 및 단합행사를 한다. 금년 야유회는 다래계곡에서 가졌다. 음식은 가까운 음식점에서 주문하고 체육행사는 정천면의 천연 잔디 운동장과 우레탄 트랙 등 각종 체육시설이 있는 체련공원에서 갖고 우리 집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며 저녁에는 동생네 집에서 두부 만들기 체험을 하면서 두유, 순두부는 물론 손수 만든 두부도 먹었다. 김완주 지사님과 같이하는 모임인데 지사님은 바쁜 행사 때문에 두부체험에만 같이 참여하여 모처럼 시골생활에 흠뻑 젖어 보았다.

나. 둘하나 야유회

내가 사는 전주 코오롱하늘채 아파트 같은 통로에 사는 사람들끼리 통로모임을 하는데 두 달 만에 한 번씩 부부모임을 갖고 일 년에 한두 번씩 야유회를 간다. 이번에는 내가 집을 지은 다래계곡에서 냇가에 그늘막을 치고 물에 평상을 놓고 맑은 물에 발을 담그며 즐거운 야유회를 가졌다.

둘하나 모임은 내가 사는 코오롱하늘채 아파트에 입주하던 해 8월 같은 통로에 사는 사람들과 인사라도 하고 지내려고 안내장을 만들어 마지막 일요일 밤 저녁식사 후 8시에 우리 집으로 동부인해서 오라고 했었다.

안내장은 바로 아랫집에 나보다 연상의 평교사가 있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내가 교장이라는 직함은 넣지 않고 시골학교 교원이라고만 했었다. 안내장은 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끼리 인사라도 하고 좋은 이웃으로 지내자는 뜻으로 혹 취미나 직장이나 나이 연락처를 서로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안내장에 조사 양식을 넣어 본인이 공개하고 싶은 내용만 표기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는 맥주와 여름이니 수박 몇 통만 준비했다. 33세대인데 많은 사람이 참여하리라고는 기대 않고 몇 사람만이라도 모이면 인사나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의외로 30여명이 왔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맥주 한 잔씩 하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이야기가 오늘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좀 아쉽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길 기대했었는데 마침 그 말이 나왔다. 그래서 매월 마지막 일요일 저녁 6시에 가까운 식당을 안내할 테니 동부인해서 한 집에 만원씩 가지고 나오라고 했다.

몇 사람이 나오든 나오는 대로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달 첫 모임 날 몇 명이나 나올까 궁금했다. 그런데 의외로 20명이 넘게 나왔다. 그렇게 해서 1년이 넘게 매달 만나다보니 열 집 정도가 빠지지 않고 참여하여 모임을 만들어 매달 회비는 2만 원씩 자동이체하고 모임은 두 달에 한 번씩 갖는다. 회장은 제일 어른이신 김계식 전 전주시교육장님께서 맡으시고 총무는 내가 맡았다. 이제는 친 형제보다도 더 가까이 잘 지내는 이웃사촌들이 되었다.

다. 교육복지투자우선지원학교 운영지원 운영위원 연찬회

전라북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교육복지투자우선학교 운영지원을 위한 운영위원회를 대학 교수와 퇴임교장 등 10명으로 구성하여 운영지원협의회와 평가를 맡고 있는데 나도 참여하고 있어서 이 운영위원회연찬회를 다래계곡에서 가졌다.

숲속 암반에 특별 회의장을 만들고 회의가 끝난 뒤 멸치 안주에 맥주 한 잔씩 마시면 어찌나 시원하던지 모두들 좋아하였다. 여름 내내 시원한 계곡 물에 맥주와 멸치 안주를 준비해 놓고 오는 사람들마다 즐기도록 하였다.

8. 손자 3주간 떨어져 생활

여섯 살인 손자가 있는데 유별나게 어려서부터 낯을 가리고 엄마 품을 떠나지 못한다. 다섯 살 때 유치원도 며칠 다니다가 안다니고 집에서 지내다가 올해 다시 유치원에 들어갔다. 인천에 살면서 우리 집에 한 번씩 와도 며칠만이라도 같이 있을 만도 한데 엄마를 떨어지지 않아 모자가 같이 다녀간다.

그런데 여름에 왔을 때 다섯 밤만 할아버지 집에서 자고 가면 좋아하는 장난감도 사주고 시골 집 지은 곳에 가면 물놀이하기 좋으니 물놀이도 하고 엄마가 새로 낳은 동생 때문에 힘들어 하니까 좀 놀다 가라고 타일렀더니 그런다고 했다. 그래서 장난감도 사주고 시골집에 가서 물놀이도 하면서 재미있게 지냈다 가끔은 엄마생각이 나도 엄마가 힘드니까 참는다면서 어른스럽게 잘 참았다. 시골 물놀이에 재미를 붙이고 시원한 계곡과 가끔 나타나는 다람쥐도 보면서 밤에는 마루에 누워 밤하늘에 별을 세어보기도 하고 산위로 떠오르는 달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면서 다섯 밤을 지내고 아들이 데리러 왔다. 그런데 의외로 이곳이 좋다고 안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3주간을 지내고 유치원 개학할 무렵 떠났다. 시골에 집을 지으면서 여름에 손자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했는데 일단은 성공을 한 것이다.

9. 처조카 최효주 결혼

아내가 3남 3녀 중 큰 딸인데 딸 3형제가 모두 전주에 살고 있고, 같은 교회를 다녀 자주 만나며 사소한 일도 서로 의논하며 잘 지내고 있다. 둘째 처제의 딸 최효주가 12월 12일에 결혼을 했다. 신랑은 멀리 전남 바닷가 녹동에 사는데 교회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내가 마치 자기 딸을 결혼시키는 것 같이 마음을 써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10. 감 첫 수확

3년 전부터 시골에 고욤나무를 심고 감접을 붙였는데 올해 몇 그루에서 감이 열렸다. 유독 한 그루에서 40여 개가 열렸기에 감을 따서 곶감을 깎았다. 첫 수확이다. 씨가 없고 당도가 높아 잘만 하면 소득도 기대할 수 있다. 감나무에 대해서 좀 연구도 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더 많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2009년 기축년은 내가 오랜 교직에서 물러나 2모작인생을 시작한 원년이다. 그런대로 보람 있게 보낸 한 해였다. 더구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겨울방학 특강에 등록하여 수필과 만나게 된 것은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열심히 노력하여 우리 조상들이 문집을 남겼듯이 나도 수필집을 내고 싶다. 다가오는 2010년 경인년에도 우리 집 10대 뉴스에 넣을 수 있는 좋은 일들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희망찬 새해를 맞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