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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최윤
ㆍ작성일	2010-01-10 (일)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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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찻집
그 겨울의 찻집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최윤

그날은 샹송 '눈이 내리네'가 떠오르는 날이었다. 수필 공부를 하면서 눈을 본다는 것이 꽤 운치가 있기도 했다. 늘 다른 아줌마들과는 다른 삶을 꿈꾸는 나로서는 만족할만한 분위기였다. 사실 난 눈을 좋아하지 않았다. 눈을 갈망하던 날은 초등학교 시절로 끝났다. 집에서 학교까지 5분 거리도 안 되었기에 교통대란이며 추위도 모른 채, 난 눈의 즐거움만을 느끼며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통학거리가 멀어져 학교에 갈 때 눈이 오면 춥고 힘들었다. 눈이 내리면 기쁨보다 먼저 심란해지는 것은 그때부터인 것 같다.
영화배우 ‘문희’는 겨울에 촬영을 할 때 어찌나 호되게 추위를 탔던지 은퇴를 하고서도 눈이 오면, 오늘 어떻게 하루를 버티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눈이 와서 대학시절엔 시험시간을 넘겨 시험을 못 본 적도 있었고, 유치원에서 일할 때, 눈 오는 날은 비상상태였다. 눈길에 차량을 운행했고, 아이들의 안전은 나와 유치원 버스기사 아저씨의 몫이었다. 그러니 눈은 내게 심란함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날의 눈은 달랐다. 이제 힘들여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만원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었다. 난 그저 눈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일만 남았다. 수필창작수업이 끝난 뒤, 난 왠지 눈 오는 날 혼자라도 특별한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차를 마실 친구는 저 멀리에 있으니, 나 혼자라도 좋아하는 카페모카를 마셔야지 한 것이다. 그러나 마침 A선생님의 제의로 몇몇 문우들과 함께 차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fifty' 라는 카페. 서신동 어느 뒷골목에 분위기 있는 그 카페가 숨어있었다. 골디락스가 숲속을 헤매다 예쁜 곰 세 마리의 집을 우연히 찾았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런 예쁜 공간에서 나를 비롯한 네 명의 여인이 모였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모카를 마시며 한없이 내리는 눈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밥을 먹으면 사람들은 정이 들고 차를 마시면 더 가까워지는 거라고 새삼 생각했다.

나의 선입견을 깨어버린 소탈하고 다정한 A선생님, 소녀같이 수줍음이 남아있는 B선생님, 그리고 강해보이지만 섬세하고 따스한 마음을 지닌 C선생님, 그리고 내가 닮고 싶은 친절함과 좋은 인상을 가진 D선생님들과의 시간은 나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는 추억이 될 것이다.
달콤한 크림은 시간이 흐를수록 쌉싸래한 커피에 녹아들었다. 그 오묘한 조합의 맛을 느끼며, 이야기를 듣다보니 두 시간이란 시간이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눈만 오면 넘어지기 일쑤고, 지저분해지는 길이 싫었던 내게 눈이 많이 내릴까봐 걱정하는 마음은 어느새 저만큼 날아가 버렸다. 그저 어렸을 때 눈 오기만을 기다리던 소녀시절의 나로 되돌아가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눈이 내리면 심란하지 않을 것 같다. 이젠 'fifty'의 따스한 분위기와 맛있던 커피, 그리고 그날 모인 친절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다시 또다시 눈이 내리면 카페모카를 마시러 가야겠다. 이번 첫눈의 기억은 카페 ‘fifty'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다.

* 골디락스: 영국 동화에 나오는 ‘금발머리 소녀와 곰 세 마리’의 여자 주인 공 이름. 골디락스는 우연히 숲속을 산책하다 예쁜 곰 세 마리 네 집을 발견한다.

(2010.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