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임씨 집안 돼지띠들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나는 일본여행이 세 번째인데도 설레는 마음은 여전하다. 임씨 집안 다섯 가족이 오랫동안 모임을 가져오다가 정해년(丁亥年) 회갑을 맞이하여 2007년 3월 29일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여행 길에 올랐다.
첫날이다. 대한항공 KE761편으로 오후 6시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오후 7시30분에 오카야마공항에 도착했다. 도착당일은 해가 저물어 바닷가 전망 좋은 비젠야코시온천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우리 일행은 ‘유가따’란 민속 옷을 갈아입고는 ‘가이새끼’ 저녁을 먹었다. 각자의 소반(小盤)에 차려진 일본요리 정식에다 일본색시들 시중까지 받으니, 내 자신이 일본천황이라도 된 것처럼 어깨가 우쭐하였다.
둘째 날이다. 아침을 먹고는 오카야마 구라시키의 운치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 등 미관지구(美觀地區)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마치 전주 한옥마을과 같았다. 그들은 대대손손 이어지는 장인정신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 말에 따르면 큰아들이 높은 벼슬까지 올랐어도 퇴직하면 부모가업을 물려받는다고 한다. 그들의 장인정신을 우리도 본받았으면 어떨까 싶다.
다음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는 히메지성(嬉路城)이었다. 일본의 현존하는 성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다. 이곳엔 7층 천수각(天守閣)이 세워져 있는데, 축성된 이래 한 번도 전화(戰火)에 휩싸인 적이 없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화재예방을 위해서 목조부분에 흙과 흰 페인트를 반죽하여 칠해 놓았는데, 멀리서 보니 백조가 훨훨 날아가는 모습이었다.
고베로 이동하는 길에 아카시해협에 있는 아카시대교를 관광하였다. 아카시대교는 최신공법으로 설계된 세계 3위에 해당한다는 큰 다리였다. 총길이가 4km로 1층은 기차가, 2층은 차량이 지나가고 있었다. 주변에는 한강시민공원과 같이 잘 꾸며져 있어 조명을 밝힌 야간에는 매우 환상적이었다.
고베시는 우리에게 지진피해로 잘 알려진 해양도시다. 1995년 잠자고 있던 새벽에 지진으로 사상자가 무려 6,000여명에 달했고, 폐허로 변해버린 도시의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단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우뚝 서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고 지금도 그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고 했다. 그 당시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던 대한민국 국민을 잊지 못한다며 고맙다고도 했다.
셋째 날이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문화, 행정, 비즈니스의 중심지인 오사카로 이동했다. 오사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세워졌다는 오사카성(大阪城)이 있는 곳이다. 오사카성은 전란으로 대부분 파괴됐으나, 현재의 성(城)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재건됐다고 한다. 성안에는 8층 천수각(天守閣)이 있는데, 전망대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오사카시내 전경을 관광하고는, 한 층씩 계단을 내려오면서 그 시대의 전시물을 둘러보았다.
그 당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힘이 얼마나 막강했는지를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음으로 우리는 천년고도의 역사가 흐르는 교토(京都)로 이동하였다. 다른 도시보다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유적지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는 곳이다. 청수사(淸水寺)는 목조건물로서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건축한 거대한 건물이었다. 이곳에는 본존 십일면관음상이 모셔져 있고, 139개 기둥으로 받쳐진 벼랑위의 건물이었다. 청수사는 교토에서도 대표적인 관광지로 손꼽혀서인지 주변경관이 너무도 아름다웠고, 입구 주변에는 일본전통 토산품과 전통음식점이 널려 있어 일본의 옛 문화를 한 눈에 보는 듯했다.
다음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는 금각사(金閣寺)였다. 금각사는 청수사와 함께 교토의 2대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3층 건물 중 2～3층이 금박으로 덮여져 눈부셨고, 아름답게 가꾸어진 연못과 정원에는 600년이나 됐다는 노송(老松)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넷째 날이다. 일본의 자랑이라던 초고속전철 신간선을 타려고 도요하시역에 도착했다. 도요하시역에서 신후지역까지는 1시간거리였는데 시속300Km라고 했다. 처음 타보는 신간선은 불안하기보다는 안정된 승차감으로 상쾌한 기분이었다. 우리는 동경근교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는 하꼬네국립공원으로 이동하였다. 하꼬네는 해발 800m로 각종문화시설과 역사적 유물을 갖춘 곳으로 지금도 화산활동의 잔재가 남아있었다. 아직도 유황가스를 뿜고 있어서 물이 부글부글 끓고 수증기도 부옇게 솟아올랐다. 이곳에서 검은 계란 한 개를 먹으면 7년이 젊어진다고 해서, 6개들이 한 봉지에 500엔을 주고 샀다. 아내에게 검은 계란을 까마귀 알이라고 했더니 깜짝 속아주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도쿄도청 전망대 관광에 나섰다. 도쿄도청 제1 본청사는 45층으로 지상 202m다. 지진에 대비하여 최신공법 설계로 기초부터 튼튼하게 지어졌다. 초고속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전망대에 오를 수 있는데 55초가 걸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동경시내는 그야말로 빌딩 숲이었고, 사방팔방을 둘러봐도 끝이 안 보이는 바다와 같았다. 동경은 한마디로 거대한 도시였다.
다섯째 날이자 관광 마지막 날이다. 일본 왕과 왕실이 살고 있다는 황거(皇居)주변을 관광했다. 황거외곽에는 외부사람들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폭 50m나 되는 수로를 설치해 놓았다. 주변공원 드넓은 잔디광장에는 수백 그루의 소나무를 분재모양으로 가꿔놓아 우리 일행은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우리민족은 자연 그대로를 좋아하는데 비하여, 일본사람들은 인위적인 것을 좋아 하는 듯하였다.
우리 일행은 일본 최고의 국립공원이라는 닛코(日光)로 이동했다. 여기에서 해발 1,270m 고원으로 분출된 용암이 만들어낸 쥬젠지호수를 볼 수 있었다.
일본에서 가장유명하다는 게곤폭포는 쥬젠지호수에서 97m 암벽을 타고 떨어지는데, 폭포 중간지점에서 다시 12개의 폭포를 이루고 있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폭포수를 감상하려면 지상에서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탑승하고 100m아래로 내려가야 했는데,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는 겐곤폭포수의 아름다움은 환상적인 절경이었다. ‘닛코를 보지 않고는 일본의 아름다움을 말하지 말라.’ 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화산폭발이 만들어낸 걸작이었다.
여섯째 날이다. 우리나라로 가는 비행기는 오전 한 차례밖에 없다고 해서 서둘러서 짐을 챙겨 아침 일찍 니가타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오전 9시30분에 KE764항공편으로 니가타공항을 출발해서 낮 12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회갑(回甲)을 맞은 돼지띠 임씨 집안 다섯 가족(병선, 덕환, 인환, 기환, 두환)은 5박 6일의 일본여행을 무사히 마쳤으니, 또다시 칠순(七旬)을 기약하며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가자고 다짐했다.
공지사항
문화 류씨 이야기
운조루 11대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