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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고영길
ㆍ작성일	2010-03-28 (일)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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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을 알아야지
세상물정을 알아야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고영길

나는 물건을 살 때 별로 깎는 일이 없다. 정가대로 사든지 달라는 대로 주고 사는 편이다. 비싸다고 생각하면 안사고 사야겠다는 생각만 있으면 흥정을 하지 않고 산다. 작은 가게에서는 장사하는 사람들도 남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깎을 생각은 않는다.
그러나 아내는 나와 반대다. 어떤 물건이든지 깎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끈질기게 깎는다. 어느 물건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가격을 내려서 흥정을 한다. 그래서 물건을 같이 사러 가더라도 나는 멀리서 딴청을 부리거나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내 옷이나 구두 같은 것을 살 때 백화점에 따라가지만 지루하고 따분할 때가 많다. 내 마음에 들면 그대로 사면 좋지만 먼저 아내 마음에 들어야 한다. 아내가 골라 나에게 물어보면 웬만하면 시간 절약을 위해서 마음에 든다고 한다. 가끔 가격이 너무 비쌀 때에는 마음에 들어도 별로라고 한다. 유명 메이커 제품은 너무 비싸다. 그런데 오래 입어도 새 옷 같아 때로는 잘 샀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얼마 전에는 손녀 돌잔치에 참석하느라 인천에 다녀왔다. 늦은 시각이었는데도 아내는 마트에 들러 가자고 해서 따라 갔다. 카트를 밀고 다니면서 물건을 골라 계산대에 이르렀는데 아내는 콩나물을 사야겠다고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계산을 하고 기다렸다. 콩나물을 가지러 가서 오는 동안 아내의 행동을 살펴보았다. 나 같으면 비닐봉지에 포장한 콩나물을 보이는 대로 그냥 하나 들고 올 텐데 아내는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전에 내가 우유를 사왔는데 유통기간이 넘은 것을 사왔다고 다시 바꾸어 온 일이 있었다. 아내는 그런 것까지 꼼꼼히 살피는 성격이라 그냥 집어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채소 진열대로 가더니 콩나물 봉지를 하나 들어 360도 돌리면서 살펴보았다. 그래도 더 볼 것이 있는지 위아래도 살펴본다. 콩나물도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고 친환경이라고 비싼 것도 있고 일반 공장에서 기른 것도 있으니∙∙∙∙∙∙. 장거리 운전에 밤 10시가 넘어 피곤해 빨리 집에 가고 싶어 은근히 화도 났다. 하지만 기분 좋은 손녀 돌잔치에 다녀오는 길이라 꾹 참았다.

아내의 물건 흥정하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 번 거래를 한 곳은 단골이 되고 주변 사람들도 고객으로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나는 당신 같으면 물건을 안 팔겠다고 가끔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이해가 안 된다.
얼마 전에는 잘 아는 집에서 돌침대를 사려고 아내랑 같이 갔단다. 미리 가서 흥정을 해 놓고 전에 우리가 거래한 집이라 혹시 더 깎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던 모양이다. 절대 더 깎을 수는 없다고 했는데 30만 원을 더 깎았단다.

나는 물건을 사고 카드로 계산한 것은 영수증만 받지 확인을 별로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몇 번 큰 손해를 볼 뻔했다. 매월 한 번씩 날아오는 카드 사용내역서도 어쩌다 한 번씩 훑어보고 아니면 총액만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은 사용내역서를 보았더니 주유소에서 기름 값으로 한 번에 40만 원이 넘게 계산이 되었다. 카드로 계산할 때 0을 하나 더해서 계산된 것이었다. 음식점에서도 그런 경우가 한 번 있었다. 영수증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생각나면 휴지통에 버리곤 한다. 모아 놓아 봐야 확인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루는 주머니에 종이가 있어 버리려고 꺼내보았더니 영수증이었다. 버리려다 무심코 보았는데 백 사십여 만 원이란 숫자가 보였다. 백만 원이 넘는 계산은 한 적이 없는데 음식 값으로 계산된 금액이었다. 며칠 전에 갔던 음식점은 맞은데 이것도 계산할 때 0을 하나 더해서 계산된 것이었다. 다행히 영수증에 기록된 것이기 때문에 추심을 해서 환불을 받았다.

작년 시골에 집을 지을 때에는 필요한 물건을 거의 나 혼자 사 날랐다. 갈 때마다 물건을 사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다 살림살이에 필요한 것은 아내가 상의해서 사자고 해서 좀 제동이 걸렸지만∙∙∙∙∙∙.
집을 짓는 고향에는 동생이 운영하는 마트가 있다. 물건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서 웬만한 것은 그곳에서 샀다. 값이 나가는 것은 알아서 싸게 계산을 해 준다. 그러니 값에 대해서는 신경을 쓸 필요도 없다. 다만 내가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생각해서 산다.
한 번은 퐁퐁이 필요해서 부엌에서 흔히 쓰는 용기가 있어 들고 계산을 하면서 만 원짜리 한 장과 오천 원짜리 한 장을 주었다. 그랬더니 웬 돈을 그렇게 많이 주느냐고 했다. 가격이 1,300원인데 내가 가격을 13,000원으로 본 것이다. 가격을 보면서 좀 비싸다는 생각은 했지만 별 생각 없이 주었다. 동생이 피식 웃으면서 돈을 내주었다. 동생은 내가 세상 물정을 너무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을 것 같았다.

겨울에는 시골집에 별로 가지 않다가 한 번 가서 점검을 하는데 가스불이 켜지지 않았다. 집을 지을 때 가스 두 통을 달았는데 아무리 해 봐도 불이 켜지지 않아 가스를 다 썼다고 생각했다.
지난주에 가서 가스 집에 전화를 하고 동생 집에 가스 두 통 값을 맡기고 왔다. 그런데 가스 배달하는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다. 가스가 한 통은 그대로 있고 한 통도 다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도 벌써 다 쓰지는 않았을 것 같아 가스통을 들어보기도 하고 밸브도 이것저것 돌려보기도 했는데 이상한 일이다. 가스 배달하는 사람도 그냥 교체해서 가져갈 수도 있지만 양심적으로 이야기해 준 것이 고마웠다. 공교롭게 동생 집에 돈을 맡겨 놓았으니 또 한 번 핀잔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정년퇴직을 하고 사업을 하면 거의 실패를 한다는 말이 새삼 되새겨진다. 장사를 하려면 자기 아버지도 세 번은 속일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아내한테 핀잔도 주지 말고 세상물정을 더 공부해야지 싶다.
(2010.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