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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장춘배
ㆍ작성일	2010-04-10 (토)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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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게의 하소연
참게의 하소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장춘배

나는 태어날 때부터 슬픈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나는 엄마아빠의 이름도 모르고, 두 분의 모습을 본 적도 없다, 내가 태어난 뒤 엄마아빠는 죽기 때문이다, 참게라는 이름도 누가 지었는지 모른다, 인간들이 우리 종족을 통틀어 참게라고 부르니 작명가는 아마 인간 중 한 사람일 것이다, 나는 몸도 가누기 힘든 어릴 때부터 스스로 삶을 개척해야 했다, 엄마의 몸에서 태어난 우리의 형제자매가 무려 5만 여명에 이른다지만 물고기나 잠자리 유충 등 육식성 곤충들의 먹이사슬이 되고 살아남는 건 겨우 열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한다. 나는 전통적으로 연어의 삶과 같이 회귀본능을 갖고 있어서 엄마아빠가 살던 곳을 찾아가 몸을 추스리고 찰삭이는 파도를 뒤로하고 무리지어 강 상류로 올라간다,

엄마아빠가 다니던 길도 예전 같지가 않다. 인간들이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물막이공사와 수문 등을 만들어 놓아 사투를 벌이듯 사선을 넘어야 했다. 말없이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서 유유자적 유영을 즐기는 다른 물고기들의 여유로움은 생각조차 할 수 없고 오직 전진을 위한 전진이 있을 뿐이다. 나는 냇가나 하천, 논두렁 같은 따뜻한 물이 흐르는곳에 토굴을 파고 정착했다. 나를 똑바로 걷지 않는다고 비웃지만 힘차게 내려오는 물줄기를 피해 올라가려면 낮은 자세로 옆으로 기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항간에는 내 눈이 돌출되어 못생겼다고들 하지만 수많은 먹이사슬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두 눈을 부릅뜨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으로 철판갑옷을 입고 두 발 집게로 무장을 하고 산다. 나는 잡식성으로 식욕이 왕성해서 각종 부유물이나 죽은 물고기, 곤충, 수초 등을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다.

나는 낮에 이루어지는 약육강식 이전투구 등 추한 꼴들이 보기 싫어 밤에만 활동한다. 이런 나에게도 헛점이 있다. 1년에 2-3회 허물을 벗어야 할 시기가 제일 위험한 시기다. 물고기나 새가 쪼기만 해도 살이 터져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동족한테 먹힐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죽은 듯 토굴 속에 숨거나 돌 틈이나 풀뿌리 밑에 숨어 껍질이 단단해질 때까지 근신한다. 이런 위험한 순간을 무사히 비켜간다 하더라도 우리의 무서운 천적은 역시 인간들이다.

"너희가 게맛을 알아?" 유명 탤런트가 TV광고에서 얘기하듯 언제부터 인간들이 게맛을 알았는지 조선 성종 때는 임금님의 진상품으로 올려졌다고 한다. 우리를 밥도둑이라고 누명까지 뒤집어 씌우며 '참게 장', '참게 탕'으로 예부터 지금까지 우리 동료들이 수없이 죽어갔다. 이런 맛 때문에 지금도 온갖 수단을 총 동원하여 우리를 포획하려고 한다. 인간들은 밤을 좋아하는 우리의 습성을 알고 밤이면 횃불을 들고 밤을 낮으로 알고 노니는 우리를 잡아 갈뿐 아니라 옥수수를 그물과 함께 길게 줄에 메달고 우리의 통로에 놓아 잡기도 한다. 또 대발을 치고 잡는 등 온갖 지혜를 동원하기도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갈치나 오징어 등을 통발에 넣고 우리를 유혹하기도 한다. 긴 철사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기역자 형으로 굽힌 뒤 그 도구를 이용하여 토굴 속에 숨어 있는 우리들을 사정없이 끌어내어 잡아간다. 몸통과 10개의 발로 온 힘을 다해 버텨보지만 속수무책이어서 상대가 되지 못한다. 심지어는 풀과 진흙을 섞어 범벅을 만든 뒤 우리의 토굴 입구를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틀어막고 이튿날 아침에 질식해서 입구로 나와 쓰러져 있는 우리를 손쉽게 잡아 가기도 한다. 날카로운 낚시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강한 전류가 흐르는 배터리에 감전되어 기절한 적도 있고, 그때 몇 개의 발이 떨어져 나간 적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생활하수와 온갖 쓰레기, 죽은 가축의 사체, 오물투기 등으로 앞이 흐리고 숨쉬기가 곤란한 적도 있다. 다행히 새만금 방조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인간들의 노력으로 수질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만족한 상태는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 종족이 멸종 위기에 있음을 인식했는지 우리의 종족을 번식시키려고 인공부화 치어를 강물에 방류하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생존을 위해 끝없는 몸부림을 치고 있을 뿐이다. 썩은 물고기나 곤충 부유물, 수초 등을 말끔히 먹어 치워 물을 깨끗이 정화시켜 인간들에게 유익을 줄지언정 조금도 해를 끼치지 않는 우리를 무차별 남획하는 인간들의 만행을 거품을 물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 참게 종족과 인간은 상생할 수 없는 존재일까?

(201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