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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정석곤
ㆍ작성일	2010-04-10 (토)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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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같은 눈물
수수께끼 같은 눈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정석곤

사람은 눈물을 흘리면서 울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아기는 세상에 나오면서 울음을 먼저 터트린다. 눈물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눈물의 종류를 40여 개 가까이 나누기도 한다. 눈물에는 가지가지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처 조카딸 결혼식이 지난주 토요일 오후 서울에서 있었다. 신랑신부가 인사를 하는 순서였는데, 먼저 신부 부모님께 인사를 하였다. 큰처남 내외는 금방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신부도 몰래 흘린 눈물을 도우미가 닦아주었다. 앞자리에서 눈물로 주고받은 것을 본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났다. 감동의 눈물이라고나 해야 할까?

일곱 살 적 이맘때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때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무서워하며 안 울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주룩주룩 쏟아지는 봄비를 맞고 할머니의 꽃상여를 따라가면서 어찌나 울었는지 눈물과 빗물이 범벅이 되었다. 제법 철이 들어 그러려니 하겠지만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니 슬퍼서 흘린 눈물일 거다.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낫다는 성경 구절이 좋아 친척과 친지들의 죽음 뒤를 따라 장지까지 가곤 하였다. 하관식 뒤에 마지막으로 상주들이 관위에다 흙을 뿌릴 때 나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 눈물의 양에 따라 고인과 친분 관계를 가늠할 수도 있었다.

스무 해 전의 봄방학이었다. 교회 중고등부 학생들과 교사들이 여수애양원을 방문했다. 거기는 '사랑의 원자탄’으로 알려진 손양원 목사님의 순교유적지와 기념관이 있는 곳이며 한센병을 치료 받은 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여러 방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얼굴의 중심부인 이목구비와 손이 비뚤어지고, 일그러지며, 없어져 말로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모두 해 같은 얼굴로 우리들을 맞는 것이 아닌가? 그들이 성경을 암송하고 손가락이 없는 손으로 손뼉을 치며 찬송을 부르는데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뚝뚝 떨어진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쳤다. 그들이 불쌍해서가 아니었다. 건강에 대한 감사와 너는 무얼 하느냐고 책망을 받는 것 같아 서였다.

나이가 들수록 좋든 싫든 나를 지키느라 각박해진 현대사회를 따라 가고 있다. 그러나 기도할 때는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형식적인 기도를 하다가도 가슴이 뭉클하며 눈물이 뚝뚝 떨어지곤 하였다. 하나님과 이웃에게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면 그렇다. 흔히 말하는 회개의 눈물이다.

지금도 왜 눈물을 흘렸는지 수수께끼다. 지난 스무날 토요일 오후 3시에 기쁨과 사랑이 넘치는 ‘기쁜 우리 지역 아동센터’의 개소식이 있었다. 우선 스물서너 명이 모여 개소식 예배를 드렸다. K목사님은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예수님을 전파하기에 앞서 예수님을 사랑하라고 부탁하신 것처럼 사업을 위한 사업이 아니고 먼저 아동을 사랑하는 지역 아동센터가 되라고 하셨다.

이어서 축하식이 있었다. 축사 다음에 아버지로서 내가 격려사를 할 차례였다.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큰아들이 가길 바라는 길은 …….”
왈칵 눈물이 나오며 목이 메어서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그 까닭을 나도 모른다. 어머니를 모시고 가면서도 혹시 울먹이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기도 했었다. 말을 이을 수가 없어 잠시 멈췄다. 다행이 말이 곧 이어졌다.
“이 길이 아니었는데 이런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웃을 섬기지 못하고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큰아들이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도록 해서 돕게 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하면서 많은 기도를 부탁했다. 지역아동센터를 개소하는데 C교수님의 배려가 크기에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참석하신 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몇 년 전부터 큰아들네를 후원해주시고 작년 한 해 동안 영적훈련을 시켜주신 O목사님께도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막상 큰아들내외한테는 격려의 말을 한 마디도 못한 채 내 이야기만 한 것 같아 미안했다. 찾아오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늦게 해서 낯이 뜨거웠다. 다과를 들며 지역아동센터가 잘되라는 덕담을 나누었는데도 그 눈물 생각뿐이었다.

큰아들이 좋은 직장을 붙들도록 무리를 해서 서울로 대학을 보냈다. 곧바로 좋은 직장에 취업이 될 거라는 기대가 어긋났다. 취업을 하려고 대학원에 입학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했다. 두세 사회복지기관에서 일을 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재작년에 전주로 이사를 왔다. 다시 사회복지기관 일을 하였는데 마음에 덜 찬다며 그만 두었다.

서울에 살 때부터 하고 싶어 했던 지역아동센터 운영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겨우 건물을 임대해서 설비와 비품 구입 등 기본적인 환경은 갖추었다.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아동들이 튼튼하게 자라도록 돌보고 간식과 저녁 식사도 나누어야 한다. 아동들의 학습지도봉사도 해야 한다. 물론 운영비도 부담해야 한다. 국가로부터 약간의 운영비 지원을 받으려면 일정 기간 동안 실적을 쌓아야 한다. 아동을 더 모집해 스무 명은 넘게 돌보아야 한다. 다달이 재정이 필요하다. 독지가들의 후원도 구해야겠지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개소식 때의 내 눈물은 내 진실한 감정이 얽히고설켜 나왔을 것이다. 다가올 어려움 때문에 흘린 눈물일까 아니면 나눔과 섬김을 앞세운 일을 할 수 있어 눈물을 흘렸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큰아들이 그동안 숱한 고난과 역경 끝에 이룬 일이라 그랬을까? 내가 돌볼 수 있는 행복한 아이들의 꿈의 요람인 지역아동세터가 생겨 좋다. 정년을 해도 또 하나의 할 일이 기다리고 있어 더 기쁘지 아니한가. 아마 감사의 눈물이라고 해야 좋을 성싶다.
(2010. 3. 30.)

※지역아동센터 : 지역사회 아동의 보호, 교육, 건전한 놀이와 오락의 제공, 보호자와 지역사회의 연계는 아동의 건전 육성을 위하여 종합적인 아동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아동복지법 16조 1항 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