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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병규
ㆍ작성일	2010-04-22 (목)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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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탈출의 꿈
병상 탈출의 꿈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병규

심히 고통스런 투병의 연속이었다. 통증을 참지 못해 MRI를 다시 찍었다. 주치의는 난감(難堪)한 표정으로 무겁게 말했다. 요추 1번과 4번이 또 골절이라며 입원을 권했다. 나는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앞이 캄캄하고 현기증이 났다. 심한 안개로 눈을 가린 듯 앞이 보이지 않았다. 세 번째 허리뼈의 골절이라니 나에겐 절망이자 충격이었다. 2010년 3월 10일, 내 몸에 나타난 증상이다. 내가 당한 교통사고 226일 만의 일이다. 응급실의 하룻밤은 지옥이었다.

2009년 7월 28일 밤 9쯤, 나는 파란 신호등을 믿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그 순간 신호등을 무시한 채 질풍같이 달려온 시내버스에 치어 나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병원에서는 요추 2번 골절 외에는 상처가 크게 없어 불행 중 다행이라 했다. 요추 시술(施術) 뒤 7주 만에 퇴원을 했다. 퇴원 뒤 예전 같지는 않았으나 거동에 큰 불편은 없었다.

2010년 1월 초순이었다. 사고 당시와 같은 통증이 왔다. MRI를 또 찍었다. 시술한 요추 2번 뼈 아래 3번 뼈가 다시 골절이라며 주치의는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으나 모진 아픔을 참아가며 2010년 2월 8일 2차 시술을 했다. 시술 뒤 병원의 권유에 따라 시술 3일 만에 퇴원하여 재가치료에 들어갔다. 아내의 정성어린 간병으로 재가치료를 했으나 차도가 없었다. 차도는커녕 통증이 더 심했다. 한 달 남짓 참다가 다시 병원을 찾았더니, 요추 1번과 4번 동시 골절이란 진단이 나와 나를 절망으로 몰아넣어 버렸다.

406호 병실은 환자들의 신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주로 허리수술(手術) 환자들이 회복기에 호소하는 소리였다. 나는 그 병실에서 대책 없이 누워있었다. 일어설 수가 없고 돌아눕기조차 힘겨웠다. 주치의는 시술 때마다 새 뼈가 골절되니 경과를 지켜보아 결정하자며 가능하면 움직이지 말고 누워있으라고만 했다. 환자들 마다 수술 뒤 2주일이면 퇴원하는데 나는 기약이 없었다.

병원 침대에서 고통스러운 투병 중에도, 창밖에서 봄기운이 피어오르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하얀 벚꽃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난 덕진공원에서 활기차게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언제쯤 저 길을 걸으며 정을 주고받는 행복한 순간을 맞을 수 있을까? 앞으로 그런 날이 돌아오기나 할 것인가? 2010년 3월 24일, 주치의는 요추 1번과 4번을 동시에 수술을 하자고 했다.

세 번째 받는 수술, 부분마취로 두 군데나 받는 수술은 두렵고도 고통스러웠다. 이대로 영원히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 편할 것 같았다. 충격으로 숨이 멈추어주기를 바라기도 했었다. 그러나 운명은 부질없는 생각을 비웃고 있었다.

수술 뒤 통증은 다소 완화되었으나 부동자세로 누워있어야 할 고통스런 투병은 계속되었다. 나는 하루 속히 병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러나 나는 인간의 중심축인 허리뼈 요추 1번에서 4번까지 네 곳에 못을 박고 주물로 감아놓았으니 정상생활을 하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연속해서 골절이 된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주치의도 쉽사리 판단하지 못한 숙제였다. 그러나 답이 있을 것 같았다. 살아있는 사람은 육신을 움직이고 일이 있으면 양손을 쓰는 것이 본능이다. 때때로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옮기고 체력의 한계를 넘는 무리한 행동도 한다. 양손에 든 물체의 무게가 허리에 집중되므로 약한 허리뼈가 손상되는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나는 2차와 3차 허리뼈 골절은 순전히 내 자신의 잘못으로 결론을 내렸다.

나는 교통사고 뒤 요추 2번을 수술하고 몸 관리를 조심스럽게 했어야 했다. 수술 5개월이 지났으니 안전하리라 믿고 무리하게 몸을 쓴 탓이라 판단하니 후회스럽기 그지없다. 내 생애에 내가 저지른 커다란 실수의 하나다. 실수를 저지르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실수에 따른 상처는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열 번 생각하고 행동 하자고…….

교통사고 뒤 연속된 투병생활에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고, 삶과 죽음을 바라보게 되었으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판단하는 기회가 되었다. 만약 내 체력이 정상으로 회복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길고도 고통스러운 병상에서 하루 속히 탈출하고 싶다. 아니 기어코 탈출해야 한다.

(2010.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