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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노점례
ㆍ작성일	2010-04-13 (화)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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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향기
첫 번째 이야기

꽃들의 향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노점례

우리 교실은 꽃향기로 가득 찬 꽃밭이다. 여기에서는 사계절 꽃을 모두 볼 수가 있다.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아이들의 얼굴에 환희 비출 때면 봄기운을 받아 쑥쑥 자라나는 새싹만큼이나 아이들의 몸과 마음도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며 교실의 분위기를 노랗게 물들이는 민규는 개나리꽃이다.
여전히 봄소식을 전하느라 한시도 입을 멈추지 않는다. 창의적인 발상으로 가끔은 나를 황당하게 하기도 하지만 친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듬뿍 받는 개나리꽃이 있어 우리 교실은 더욱 활기가 넘친다.

개나리꽃만큼 기분이 좋은 하얀 목련은 언제나 하얀 웃음으로 다가오는 승빈이다.
정갈하고 멋스러운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신이 알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머뭇거림이 없다. 반짝이는 눈으로 수업에 집중하며 날카롭고 예리하게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는 승빈이의 의욕에서 겨우내 참고 견딘 이른 봄 목련의 모습을 본다.

이러한 목련과는 달리 우영이는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꽃 ♫~' 무궁화 꽃이다. 듬직한 우영이는 자신이 해야 될 일에는 최선을 다하여 꼭 해 내고야 마는 인내심이 강한 사랑스러운 아이다. 또한 다른 남학생들에 비해서 글씨체가 일품이다. 세종대왕이 살아계셨다면 정인지만큼이나 좋아할 아이리라. 우리의 무궁화 꽃이 지속적으로 피고지고, 지고피고 향기를 더해가며 국화의 자리를 더욱 아름답게 지킬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여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우영이다.

무궁화 꽃에 한층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철쭉은 미래의 과학자 우진이다. 4년 전 우진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산만한 개구쟁이 꼬마 어린이였다. 유난히 호기심이 많아서 질문에 대답해 주다가 학습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적이 많았으니 교사 입장에서는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공개수업이 있는 날에는 눈치가 빨라서 학습과 관계된 것을 질문하여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난만큼 우진이의 가슴도 커 나갔다.
산과 들을 온통 물들이는 철쭉 그래서 봄의 정취를 더욱 고조시키는 철쭉이 있기에 사람들은 발걸음을 들로 산으로 재촉한다. 우진이를 보면 산만함은 결코 지적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가끔은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공동체 안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에 주의를 줄 수밖에 없지만 대부분 산만한 아이들을 살펴보면 잠재능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풍부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나름대로의 이유를 놓고 개성을 존중해 주다보니 우리 교실은 다양한 꽃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향기를 내놓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꽃밭을 자세히 살펴보니 한쪽에 수줍게 피어있는 수선화도 눈에 띈다. 잔잔한 움직임으로 주변을 안심키면서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모두 해 버리고야 마는 못 말리는 지성이와 무성이는 수선화다. 바람의 눈치를 온몸으로 받은 채 자신들만의 향기로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여념이 없는 꽃 수선화는 우리교실의 감초다.

다음으로 난초꽃을 닮은 예영이는 귀여운 정도가 심하다. 예영이의 말씨는 주변을 예쁘게 채색한다. 예영이의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전화를 했던 적이 있었다. 또 보고 싶다고 정말로 찾아 오셨다. 아이의 모습에서 부모를 보고 부모의 모습에서 아이를 볼 수 있다는 말을 실감나게 했던 만남이었다.
예영이네 가족은 모두 여섯 명이인데 아빠의 바람은 적어도 9명은 되어야 가족이라 할 수 있으니 세 명이 더 생길 때까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단다. 예영이 아빠의 바람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깔끔하고 단아하게 핀 난초꽃이 보고 싶어지는 날이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았다는 듯이 튜울립을 닮은 가나가 손짓한다. 꼬마시인 가나는 튜울립 꽃이다. 작은 체구에 정성껏 몸에 밴 리듬으로 자연을 노래하고 분위기를 노래로 엮어나가는 향기 있는 소녀 가나가 있기에 우리교실은 충만하다.

장미꽃은 어떤가! 온갖 투정으로 자신의 몸에 가시를 치켜세우는 민지는 백설공주처럼 하얀 피부에 장미향이 진한 예쁜 아이다. ‘공주처럼 예쁘다.’라는 소리를 자주했더니 어느새 민지는 나의 공주님이 되어 버렸다.
장미꽃 민지는 예쁜 만큼 외로움이 많은 아이다. 무남독녀 외동딸인데다가 자신의 선택과는 관계없이 무속인을 엄마로 둔 민지는 친구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향기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 거기에다 장미꽃향이 더해지니 민지는 꽃 중에서도 제일 향기가 진한 꽃이라 할 수 있다.
매번 숙제를 하지 않아서 수업이 끝나고 남을 때면 휴대전화로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논술교실에 가고 싶은데 갈 수 없다며 투정 아닌 투정으로 나를 안타깝게 하기도 한다. 점심을 먹고 잠시 짬을 내어 숙제를 보아줄 테니 가지고 오라면 친구들과 놀고 싶다며 징징댄다. 장미꽃처럼 예쁜 민지가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생활하였으면 좋겠다.

<산방한담>이란 글에서,
‘우리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인가, 곱고 향기로운 우주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라고 하신 법정 스님의 말씀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언제나 다양한 꽃들이 제 모양대로 향기를 뿜어내고 놀라운 생명의 신비와 향기를 위하여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 향기에 취해 삶이 더욱 풍요로운 나는 무척이나 행복한 사람이다. 오늘도 꽃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담아주고자 정원사로서의 자질을 살펴보고 땀방울을 배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201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