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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최윤
ㆍ작성일	2010-05-21 (금)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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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
성모 마리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최윤

3층으로 옮긴 강의실에서는 바깥 풍경이 잘 보인다. 훤칠한 나무, 계절마다 피는 꽃나무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자동차를 보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가장 눈에 잘 띄는 것은 바로 M병원 간판이다. 그곳에서는 언니가 두 번 출산을 하기도 한 산부인과이다. 시험관시술, 인공수정시술, 무통분만 전문병원이라는 진료 과목 말고도 내 시선을 붙잡는 것은 바로 성모 마리아 그림이다. 병원 간판에 그 그림을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아마 병원장이 천주교신자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성모 마리아의 이미지가 산부인과와 잘 어울리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되었다.

난 결혼을 하고서 시댁을 따라 천주교라는 종교를 갖게 되었다. 사실 결혼 전에 예쁜 성당과 순결해 보이는 수녀님, 성모 마리아 상을 동경했기에 종교를 바꿔야했을 때 그리 갈등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난 우스갯소리로 나일론 신자이다. 종교에 의지할 것 같은 성격이지만 종교보다는 내 자신을 믿자는, 아직 자만심이 가득한 신자다. 하지만 난 내 맘에도 언젠가는 진심으로 성심이 피어나길 바라며 종교를 지키고 있다.

난 성모 마리아 상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성당에 다닐 때마다 성모상의 모습을 비교해 보곤 한다. 한복을 입은 성모상도 있고, 좀 마른 성모상, 또는 혈색이 좋아 보이는 성모상도 있다. 그러나 난 전라남도 영광에 있는 한 작은 성당에서 본 성모상이 가장 좋아 가끔씩 보러 간다. 볼 때마다 어쩜 저렇게 성스럽고 아름다울 수가 있나 감탄을 한다. 그러나 그 성모상은 행복한 얼굴은 아니다. 인자한 미소를 짓고는 있으나 눈빛은 걱정과 연민으로 가득 찬 듯하다. 마리아의 삶을 생각해보면 그리 행복한 여인은 아니었다. 약혼자의 아이가 아닌 성령으로 잉태하여 예수를 낳았지만 당시, 얼마나 당황했을지 상상이 간다. 성서 그림에 훗날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을 만나는 마리아의 그림이 있다. 엘리사벳은 오랫동안 아이가 없다가 그녀 역시 성령으로 임신을 하게 된다. 그 소문을 듣고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찾아갔을 때의 그림을 그린 것이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엘리사벳은 마리아보다 살아온 시간이 긴 만큼 기가 막힌 일, 기쁜 일, 슬픈 일을 겪고 그것을 어느 정도 헤쳐 나온 지혜가 있는 여인이었다. 연약하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마리아의 손을 잡고 있는 그 그림을 보면 위엄 있는 얼굴의 엘리사벳이 하는 말이 들리는 듯했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겨내야 하며, 이 시련을 견디고 신념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처음 만난 사이였으나 두 사람은 백 마디의 말을 나눈 것보다 더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해 주었을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나의 해석일 뿐이다. 성인을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로 보아 기뻐해야 할 일이겠지만 한 여성으로서의 마리아는 분명 혼란스러웠으리라. 게다가 나중에는 아들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을 봐야 하는 고통까지 겪어야 했다.
마리아 상을 보고 있자면 자애롭고 모든 것에 두려울 것이 없는 여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얼굴이 되기까지 수많은 시련을 겪어내고 견디어냈을 것이다. 아름다운 마리아상 앞에 서면 그러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난 강인하고 모든 것을 초월한 마리아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 마리아를 느끼며 그녀의 무릎에 누워 위로 받고 싶고, 때론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직도 많은 이들의 고통을 느낄 때마다 피눈물을 흘린다는 성모 마리아가 엘리사벳에게 위로 받았듯이 나를 위로해 줄 것 같다. 네가 겪고 있는 시련은 그리 큰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마지막은 항상 해피엔딩일 거라고 희망적인 말을 해줄 것 같다. 난 오늘도 그런 기대를 품고 마리아 상을 바라본다.

(20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