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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최기춘
ㆍ작성일	2010-05-19 (수)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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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알려준 지하도시
닭이 알려준 지하도시

-터키 견문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최기춘

영원히 묻혀버릴 수도 있었던 문화유적을 우연히 닭이 알려줘 세계인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가 된 곳이 있다. 그곳은 터키의 중부 카파토키아지역 농촌마을에 위치한 데린쿠유라는 지하도시다. 가이드는 이곳을 세계 8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불가사의의 순번을 어느 곳에서 누가 부여하는지 궁금해서 가이드에게 물었지만 가이드의 답변이 시원치 않았다. 그러나 이 거대한 지하도시를 그 옛날 어떻게 건설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BC 1400년경히타이트 시대에 건설되어 전쟁 시 피난처로 이용되었으며, 초기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자신들의 종교를 지키며 은둔생활을 하던 장소라고 한다.

입구는 한 사람이 빠듯이 기어들어갈 수 있는 통로였다. 그래서 덩치가 너무 큰사람들은 아예 못 들어가게 한다. 바위동굴을 파고 들어가 만든 도시라서 통로는 좁고 층수는 높지 않지만 지하 50미터까지 파내려 간 동굴은 20층으로 1,200여 개의 방이 있고 최소한 2만~ 3만여 명이 살았던 도시라고 한다. 지금은 8층까지만 공개하고 있었다. 1,·2층엔 가축을 키우는 축사와 곡물창고, 포도주공장, 식당과 학교가 있다. 3,4층엔 성당, 병기창고, 감옥과 묘지가 있다. 수많은 방들과의 통로는 개미굴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화살표로 방향을 표시했으니 망정이지 나 같은 사람은 혼자 들어가면 길을 잃을 정도였다. 한참을 걷다보면 이곳이 지상인지 지하인지 구분이 안 된다. 과학적인 환기시설과 비밀통로 그리고 갖가지 함정들을 갖춘 요새 중의 요새였다. 출입문도 맷돌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무게가 400~500Kg 정도 되며 밖에서는 열 수 없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카파토키아지역에는 이와 비슷한 여러 개의 지하도시가 있으며 다른 지하도시로의 비밀 통로도 있다고 한다.

기독교를 지키기 위한 신앙심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깊은 신앙심이 아니고는 그 거대한 지하동굴을 인간의 힘만으로 건설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종교는 탄압을 받을 때 더욱 응집력이 강해지고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천주교가 들어오면서 심한 탄압과 박해를 받으며 목숨을 버리면서도 신앙심을 버리지 않았기에 오늘날 성당이 더욱 믿음이 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직 신앙을 지키려는 신념으로 거대한 땅굴을 파고 지하도시를 건설하는 과정과 지하에서의 생활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가슴이 찡해오는 느낌을 받았다. 기독교인들이 아마 그곳에 가면 큰 감명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기독교인들이 그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지하도시를 찾는 사람들은 닭에게 감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영원히 지하에 묻혀 버릴 수도 있었던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닭을 키우는 농부가 가끔 닭들이 원인 모르게 없어져 닭들을 찾다가 이 동굴을 발견했다고 한다. 1960년 발견되어 50년이 지났지만 터키의 개발역량이 미치지 않아서인지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지만 주변에는 관광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여행을 하다보면 오래도록 기억되는 곳들이 많다. 데린쿠유 지하도시는 신앙을 지키려는 인간들의 참 모습과 몸부림을 보는 것 같아 신앙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곳으로 오래토록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