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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임지수
ㆍ작성일	2010-06-29 (화)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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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실패
절반의 실패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임지수

낯선 사람이나 낯선 일, 또는 낯선 장소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강한 호기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사람이 있고 두려워서 망설이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개는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의 자세로 다가간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내가 두려움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된 건 수영을 배우면서부터다.
전업주부인 나는 결혼을 하니 살이 많이 쪘다. 남편은 운동을 하라고 자꾸 권유했지만 워낙 운동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산책도 운동이라는 말로 버텼다. 그러다가 문득 수영을 배우자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수영이냐고 하면 신혼여행 때 일어난 사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푸켓으로 신혼여행을 갔는데 바다 속의 열대어들을 보는 관광코스가 있었다.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물안경을 썼다. 하지만 수영을 못하는 나는 물속에 뛰어들기를 주저했다. 남편은 이런 나의 팔을 붙잡고 걱정하지 말라며 물속으로 함께 뛰어들었다. 푸켓의 바닷물은 아주 깨끗했고 열대어들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는 물고기들에게 정신을 팔 틈이 없었다. 수영을 못하는 나는 같은 자리에서 계속 허우적거렸고 남편은 어느 새 사라져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배로 돌아가고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나는 남편이 구해줄거라고 믿었지만 사실 남편도 개헤엄밖에 못하는 처지였다. 결국 가이드가 나서서 나를 구해주었다. 나는 남편에게 실망했고, 그 때부터 ‘수영 못하는 남자는 정말 멋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수영을 배워서 남편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물결을 가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수영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운동다운 운동을 거의 하지 않은 내게 수영은 힘든 운동이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물을 아주 두려워한다는 게 문제였다. 물안경을 쓰고도 수영장 바닥을 보지 못했다. 나는 눈을 감고 수영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두 달 만에야 이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물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컸는지 알았다. 나는 다른 이들도 나와 비슷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보통 두어 달이면 자유형을 배우는 데 나는 두 달이 넘어도 제대로 자유형을 하지 못했다. 수영의 기본인 발차기도 잘 안되고 팔 돌리기를 할 땐 어깨가 빳빳하게 굳어있었다. 나를 가르치는 강사도 내 몸이 많이 굳어있다고 했다. 두려움은 몸을 긴장시킨다. 수영은 물과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나는 물에 저항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려움은 모든 일을 더디게 하나보다. 적응하는 속도를 느리게 한다. 나와 같이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이 자유형을 배우고 배영을 배울 때 나 혼자만이 자유형을 배웠다.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지 4개월이나 되어도 내 수영 실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수영 강습이 없는 날에도 연습하러 가곤했지만…….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들의 실력이 나를 앞질러 가는 것을 보니 점점 수영이 하기 싫어졌다. 날마다 이대로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과 돈이 아까워서 계속 다녔다.
그러다 수영 강사가 바뀌었다. 새로 온 수영 강사는 내가 자유형 하는 걸 보더니 발차기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했다. 충격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니! 그럼 그동안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수영을 그만두었다. 5개월 동안 다닌 수영강습에서 나는 내가 얼마나 물을 두려워하고 내 몸이 물에 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는지 깨달았다.
나는 실패했고 한 동안 좀 우울했었다.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우선 나는 기초체력이 없었다. 10여 년 동안이나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 덜컥 운동을 시작했다고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두려움이 작아진 것도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아직도 수영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다. 그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결국 자유형을 잘하고 배영, 평형, 접영도 잘할 수 있었을까. 나는 수영을 멋지게 하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수영을 배울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이번처럼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물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극복했으니까. 그러니 나는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다시 수영을 배울 용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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