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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길남
ㆍ작성일	2010-07-20 (화)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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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산칠봉에 오르며
완산칠봉에 오르며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전주의 옛 이름이 완산이다. 전주의 남쪽에 완산이 있는데 이 고을의 시원이 되는 산이다. 해발 185m밖에 되지 않는 야트막한 산이지만 제법 산다운 운치를 지니고 있다. 그 모양은 마치 용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아 상서롭게 여겼다. 장군봉을 정점으로 삼천동 곰솔나무쪽으로 뻗어 내려간 모습은 정녕 용의 모습을 닮았다. 일곱 개의 봉우리가 용의 기상이다. 학교 다닐 때 처음으로 일곱 개의 봉우리를 보고 그 모습에 반한 일이 있었다.

오늘 완산칠봉에 오르며 한나절을 보냈다. 비가 온다하여 등산을 취소하고 집에 있었다. 아침에 조금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해님이 구름사이에서 숨바꼭질 했다. 날씨가 괜찮겠다 싶어 집을 나섰다. 30분쯤 걸으니 완산칠봉 들머리가 나왔다. 근처에 집이 한 채도 없어 한적하던 때부터 안행사에서 꽃밭정이로 넘어가는 고개였다. 1봉은 오른쪽에 있어 보통 빼놓고 가지만 나는 1봉(도화봉)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비가 몰려오느라 그러는지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소나무가 많아 솔솔 바람소리가 났다. 고개로 내려와 2봉(매화봉)으로 향했다.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비에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다듬은 길이다. 내가 18년 전에 이사 왔을 때만해도 나무가 작아서 그늘이 없었으나 지금은 울창한 숲길이 되었다. 2봉 표지석을 손으로 쓰다듬어 보고 3봉으로 올라갔다. 3봉은 금사봉이다. 의자가 놓여 있어 잠시 쉬며 숨을 골랐다. 바람이 제법 세게 불어와 땀을 씻어주었다. 산에 오르기에 알맞은 날씨다.

4봉(모란봉)은 조금만 오르면 되었다. 멀리서 보면 아망스런 모란꽃 같기도 한 봉이다. 봉우리가 작아 그저 스쳐 지나는 곳이다. 다음은 경사가 심하여 오르기에 힘든 5봉(선인봉)이다. 바위로 된 길이라 잘 다듬어지지도 않았다. 여기서부터 힘이 들었다. 어려워도 참고 견뎌야 목적하는 장군봉까지 갈 수 있다. 사람 사는 이치도 산에 오르는 것과 같다. 어렵다고 포기해 버리면 이 세상에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리가 팍팍하고 힘이 들어도 참고 한발 한발 옮겼다. 드디어 선인봉에 올랐다. 땀이 많이 흘렀다. 의자에 앉아 쉬며 수건으로 닦았다. 선인봉 정상은 제법 넓어 초가삼간 마당만했다. 이곳은 붉은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봉우리다. 새로 전주팔경을 응모한다 하여 신 전주팔경으로 추천한 일이 있었다. 좀 쉬다 6봉(검무봉)으로 향했다. 작은 능선하나를 지나 오른다. 이 검무봉이 오르는데 가장 힘든 봉우리다. 인조목으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계단 사이가 높아 정상적인 발걸음으로 맞추기가 힘들었다. 나를 앞질러 가던 아주머니도 가다 쉬며 숨을 고른다. 그래도 오르지 않으면 대신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내 힘으로 올라야지 하며 올라갔다. 정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떤 새가 주인인 양 ‘꽥 꽥’ 소리를 질렀다. 새소리를 들으며 마지막 7봉(장군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부에는 문인화 2점이 앞뒤에 그려진 현판이 있었다. 매화꽃이 활짝 피었고 뒤쪽은 소나무 위에 독수리가 먹잇감을 찾는 모습이다. 전주가 아니면 이런 그림을 볼 수 없지 않을까. 장군봉 오르는 길이 예전에는 잘 나 있지 않아 험했었는데 몇 년 전에 나무판재로 계단을 만들어놓아 편했다. 계단 사이도 알맞아 걷기에 좋았다. 마지막 7봉(장군봉 185m)에 도착했다. 산 모양의 조그만 장군바위에 올랐다가 내려왔다.

팔각정에서 쉬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평화동과 삼천동이 잘 보였다. 아침에 내린 비로 공기속의 먼지가 씻겨서 그러는지 아주 맑았다. 모악산이 가까이 보이고 저 멀리 부안의 계화도도 보였다. 앉아 쉬며 옛일을 회상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때는 이 완산칠봉이 격전장이었다. 처음에는 농민군이 여기에 진을 치고 성내의 관군을 공격하여 입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다음에 홍계훈이 이끄는 관군이 뒤따라와서는 관군이 완산칠봉에 진을 치고 성안의 농민군을 공격하는 전투가 벌어졌었다. 흰옷을 입고 싸우는 농민군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때 싸우다 죽어간 사람이 많았을 게다. 못살고 굶주리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人乃天).’라는 동학에 희망을 걸었다. 새 세상을 만들어 보려고 싸웠으나 좋은 세상을 만나지도 못하고 갔으니 얼마나 억울할까. 그 원혼이라도 달래 주려고 동학농민혁명 1백주년 기념 때 탄금봉과 매화봉 사이에 기념비를 세웠다.

지금까지 올라온 길은 외칠봉이다. 조금 쉬다 내칠봉으로 내려왔다. 내칠봉은 두 줄기다. 북쪽으로 옥녀봉, 무학봉, 백운봉, 용두봉이 줄을 서있고 북동쪽으로 탄금봉과 매화봉이 솟아있다. 두 줄기 안에 완산동이 자리 잡고 있다. 옥녀봉을 거쳐 칠성사쪽으로 내려왔다. 칠성사는 몇 년 전에 불타 없어졌었는데 요즘 새로 지어 극락전이라고 현판이 붙어 있었다. 이어 금송아지 바위를 지났다. 옥녀봉에서 내려와 무학봉으로 오르는 초입에 있다. 옛날 옥녀봉의 옥녀가 금사봉의 금송아지에게 ‘옥구슬이 끊어져서 그러니 금 새끼줄 하나만 주면 다음에 내려올 때 네가 천상으로 오를 수 있는 감로수를 가져다주마.’ 하였다. 금송아지가 아름다운 옥녀의 소리를 듣고 뛰어왔다. 그 순간 옥황상제는 ‘그 곳에서 한 발짝도 나오면 안 된다’는 금기를 어겼다고 벌을 내렸다. 송아지는 그 자리에서 바위가 되었다. 자세히 보면 소가 누워있는 모양이라 그럴 듯한 이야기다. 무학봉과 백운봉을 거쳐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용두봉에 섰다. 용의 머리답게 쳐들고 있는 기세가 당당하다. 누가 심었는지 국화꽃 여러 포기가 나를 반겼다. 용머리고개로 내려왔다.

도심에 있는 산으로 이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예전에야 외곽의 야산이었지만 지금은 완산동, 효자동, 서학동, 평화동, 삼천동으로 둘러 싸여 도심 공원이 되었다. ‘완산칠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청소하고 길을 다듬어 잘 가꾸는 산이다. 시민에게 산소통 역할을 하고 건강에 도움을 주고 있으니 고맙기 그지없다. 전주시 안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자주 오르며 아끼고 사랑하고 싶다.

( 2010. 7. 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