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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점구
ㆍ작성일	2010-09-20 (월)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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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달콤한 인생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이점구

어느 깊은 가을 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영화 <달콤한 인생> 중에서 –

존레논은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동안 일어나는 우연이 바로 인생’ 이라고 말했다. 살다 보면 우연히 스친 짧은 만남에 긴 여운을 준 사람이 있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구처럼 누군가를 강골지게 부르고 싶어도 불러서는 안 되는 이름이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스의 연인을 연모한 죄는 죽음이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일희일비하며 몰입하는 것은 영화 속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엔딩 크레딧이 오르면 자리를 떠나는 관객마다 영화에 대한 느낌이나 여운이 다르다. 사물이나 현상은 보는 이의 가치관과 철학에 따라 형상과 느낌의 진폭에 차이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예술이든 일상이든 예외가 없다. 초현실주의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림에 대한 지식과 감각이 필요하다. 형상화된 이미지 속에서 작가의 생각을 읽어내는 감각이 훈련되지 않는다면 피카소의 그림이라도 하나의 전단지에 불과한 것이다. 인생도 그와 같지 않을까.

지난한 삶의 여정이 행복을 찾는 길이라면 훈련되고 준비되어야 더 느낄 수 있다.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저마다 가는 길이 다르다. 행복에 대한 철학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행복 중 사람이 주는 행복은 으뜸일 것이다. 우린 매일 사람을 만난다. 개중에는 뒷모습만 남기고 지나치는 엑스트라도 있고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도있다. 어느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만남에는 느낌이 중요하다. 좋은 만남은 끌림과 동시에 떨림을 준다. 끌림과 떨림이 없다는 건 매력이 없다는 말과 같다. 이런 만남은 상대가 읽히지 않는다. 책을 펀 뒤 끌림이 없고 쉽게 덮듯 만남에서 몰입할 수 있는 느낌이 없다면 책을 덮기가 쉽다.

만남에는 나를 읽히고 싶은 사람과 읽지 못하도록 빗장을 거는 사람도 있다. 살아가며 타인의 삶의 문맥에 밑줄을 긋고 행간에 숨겨진 향을 맡고 싶은 사람은 흔치 않다. 문장마다 숨겨진 은유의 길목 길목을 지나며 그 사람의 내면을 읽고 싶은 사람 또한 흔치 않다. 영화 속 주인공의 삶은 화려하지만 공허해 보였다. 그 빛나는 허무함이라니……. 그러나 그의 삶에 밑줄을 긋고 싶다.
누군가 말했다, 행복하려면 사랑하라, 그리고 잊어라. 그에게 비밀이 생기는 순간, 달콤한 인생의 아이러니가 시작된다. 비밀이 없다는 것은 통장에 잔고가 없는 것처럼 허전하다고 한다. 마음 속 비밀을 지켜내지 못한 그에게 보스는 죽음을 내렸다.

언젠가 샤워를 하다 몸에 푸른 멍이 있는 것을 보았다. 검붉게 핀 멍을 보며 언제 다쳤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가끔 아픔 없이 스쳐가며 자신도 모르게 멍이 든 것을 본다. 비단 몸뿐 아니라 삶도 그렇다. 깊은 무의식 속에 잠재된 멍, 멍, 멍들…….
가을이다. 세월의 강물에 몸을 뒤척일 때, 내 몸 어딘가에 남아있던 푸른 멍이 솟아 살갗을 간질이는 계절. 스러져가는 아득한 꿈속의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계절이다.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일 뿐이다."

- 영화 <달콤한 인생>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