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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최기춘
ㆍ작성일	2010-10-08 (금)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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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행
가을 산행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지석 최기춘

가을산행은 가난한 친정에 가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가을 산은 먹을거리가 풍성하다는 뜻일 것이다. 며칠 전부터 평소 친하게 지낸 형님내외와 아내가 전화를 주고받더니 모처럼 가을 산이나 한 번 다녀오자고 약속을 했다. 나도 기쁜 마음으로 찬성했다. 그 형님 내외는 우리 고장 산들의 지형과 특성을 잘 안다. 어느 산에는 봄에 고사리 등 산나물이 많이 나고, 산딸기는 어떤 산골짜기에서 많이 나는가, 으름과 다래는 어디에서 어느 시기에 딸 수 있는지 훤히 알고 있다. 그러기에 그 형님 내외와 함께 가는 산행은 항상 수입이 짭짤하다.

더욱이 이번에는 성수산으로 가자고 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우리 고장 임실군 성수면에 있는 성수산은 사계절 항상 경치가 아름답다. 봄이면 잔설이 녹기 전부터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뒤를 이어 이름 모를 각종 야생화들이 서로 시샘하듯 꽃을 피워 꽃이 만발할뿐더러 고사리, 취나물, 두릅 등 산나물들도 많다. 여름이면 계곡에 흐르는 물이 맑고 시원할 뿐더러 잘 가꾸어진 활엽수 그늘이 많아 휴가철 피서에도 좋은 장소다. 가을이면 단풍도 아름답지만 도토리, 밤, 머루, 다래, 으름은 물론 능이버섯, 송이버섯, 싸리버섯 등 먹을거리가 많이 나기도 한다. 이렇듯 성수산은 주민들에게 좋은 먹을거리도 제공해주고 좋은 정기를 뿜어내어 훌륭한 인재를 배출한 명산중의 명산이다.

고려와 조선의 건국 설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고려 태조 왕건은 도선국사의 권유로 성수산에서 백일기도를 드리고 계곡의 바위틈에서 흐르는 맑은 물로 목욕 후 관음으로부터 고려 건국의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건국의 계시를 받은 왕건이 너무 기뻐 목욕했던 곳에 환희담 (歡喜潭)이라 일필휘지하였고 그곳에 도선국사가 암자를 지어 도선암이라 명명했는데 그 암자가 지금의 상이암이 되었다. 조선 태조 이성계도 무학대사의 권유로 성수산의 정기를 받으며 100일 기도를 드리던 중 장차 임금이 될 길몽을 꾸고 너무 기분이 좋아 친필로 삼청동(三凊洞)이라 썼다고 한다. 이성계가 쓴 삼청동이란 돌은 어필각이란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보존하고 있다.

우리 일행이 성수산을 찾은 날은 추석이 지난 9월 27일 월요일이어서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었다. 아침저녁으로 전주천 산책은 자주 하지만 산행할 기회가 적었는데 모처럼 임실군청에 근무할 때 자주 오르던 성수산엘 오니 기분이 좋았다. 평소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지만 흘러간 옛 노래가 절로 나와 흥얼거리기도 했다.
형님 내외를 따라 능이버섯 사냥에 나섰다. 능이버섯이 나는 곳은 상당히 깊고 높은 계곡이었다. 능이버섯을 찾아 오르는 중간에 으름이 많이 열려 있었으나 좀 이른 것 같아 다음 주쯤 으름을 따러오자고 약속하고 아껴두었다. 능이버섯을 먹어본 경험은 있지만 따본 경험이 없는지라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라는지 궁금했다. 능이버섯은 맛과 향이 좋기도 하지만 암 예방과 기관지천식, 콜레스테롤 감소에도 효과가 크다고 하여 매우 인기가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산 정상에 거의 다 오를 무렵 앞에서 걷던 형님이 능이버섯이 있다며 얼른 오라고해서 달려갔다. 능이버섯은 참나무가 우거진 7부 능선 이상의 북향에서 군락을 이루어 자생한다. 우리 일행이 발견한 곳도 참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으며 산의 8부 능선쯤에 군락을 지어 자라고 있었다. 버섯은 나무껍질이나 낙엽과 비슷한 보호색을 띠고 있어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골짜기가 버섯이 많이 나는 곳인지 초보자인 내 눈에도 자주 띠어 나도 많이 따고 아내는 나보다도 더 많이 땄다. 우리보다 더 많이 딴 형님내외가 나누어 주기도 해서 아내는 돈 주고 살려면 30만원어치는 된다며 무척 흐뭇해했다. 산에서 내려와 준비해간 도시락과 매실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었다. 땀을 흘리며 산에 오르고 버섯까지 많이 따서 무척 기분이 좋으니 밥맛이나 술맛 모두가 꿀맛이었다. 가난한 친정을 다녀온 부부들보다 더 행복한 하루였다.
(2010년 9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