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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임경
ㆍ작성일	2010-09-29 (수)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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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했던 날
가장 행복했던 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 야간반 김임경

살아가면서 감출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고 기쁜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살면서 기쁨, 슬픔, 고통을 모두 느끼고 살지만 그래도 세상은 슬픔이나 고통보다는 행복한 날들이 더 많기에 살만한 것 같다. 셀 수도 없는 많은 날들을 살아가면서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였으며, 또 슬프게 하였을까.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세상 사람들은 행복했던 순간순간들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어려울 때는 스스로 그 순간들을 기억하며 위안을 삼기도 할 것이다. 행복의 차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마다 살아가는 의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정말 행복하고 가슴 벅찬 일이 있었다. 아니 아직까지도 그렇게까지 행복하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20년 전 벚꽃이 화사한 5월 만삭인 나를 보며 뒷집할머니께서는 또 딸을 낳을 것 같다고 하셨다. 아들을 임신하면 엉덩이가 밑으로 쭉 빠지고 배도 아래로 처져야 하는데 뒷모습이 저리도 예쁜 것을 보면 틀림없이 이번에도 딸이라며 걱정을 하셨다. 아! 그때 내 심정은 가슴이 덜컥 주저앉았다. 뱃속의 아이는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란하게 발길질을 했다. 그러니 태아가 조금은 밉기도 했다.
나는 딸 둘을 낳고 세 번째 아이를 임신했기에 아들이었으면 했고, 남편과 시부모님께서도 이번에는 꼭 아들이어야 한다고 하여 부담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집안 식구들의 장손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드디어 5월 10일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배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진통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다. 미리 준비해 놓은 보따리를 가지고 남편과 함께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배가 아픈 그 순간에도 남편한테 또 딸을 낳으면 집에 안 들어 갈 거라고 했더니 어이가 없는지 웃기만 하면서 딸이든 아들이든 무사하게 잘 낳기만 하면 된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분만 대기실에 도착하니 나 말고도 산모가 두 명이나 더 있었다. 산고의 진통은 당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그 순간은 진통이라는 표현보다는 고통이라고 해야 할까?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이 순간순간 오지만 간호사의 한마디가 나의 고통을 스스로 이길 수 있게 해 주었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세상을 향해 나오려면 산모보다 더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니 어찌 내 고통을 고통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온 몸에 땀이 흥건하고, 정신도 혼미해지지만 태어날 나의 소중한 아이를 생각하며 꾹 참을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앞서 들어간 산모가 아들을 낳았다니 부럽기 짝이 없었다. 두 번째 들어간 산모도 아들을 낳았다니 나는 불안하였다. 마지막 나만 남았는데 또 딸을 낳으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픈 것은 저만큼 가버리고…….
드디어 내가 남편과 함께 분만실에 들어가는데, 떨리기는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남편도 내 손을 잡고 아들이면 좋겠지만 딸도 괜찮으니 맘 편히 갖고 잘 견디라 했다.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나니 아기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순간 나는 그 긴장하고 있는데 남편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간호사가 웃으며,
“아들이네요!”
했다. 그 순간, '나도 드디어 아들을 낳았구나!' 그때 그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그 희열, 그 행복감으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부럽지 않았다.
가슴 벅차 웃음이 절로 나오고 왜 그렇게도 목은 자꾸만 뒤로 젖혀지던지……. 며칠 입원 후 퇴원하여 산후 조리를 하려고 친정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나는 금의환향이나 하는 듯 헛웃음만 지었다. 시어머니께서는 기장미역을 박스로 사오셨고, 산모와 아기가 좋으라고 보약을 지어오시면서 대를 이어줄 손자를 보았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하시고, 시아버님은 그저 웃기만 하실 뿐 아무 말씀을 안 하셨다. 친정아버지께서는 딸 둘 낳을 때와는 영 다르다고 하셨다. 내가 딸 둘을 낳았을 때 친정아버지도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는데 외손자를 보니 자신도 더 당당해지신다며 속내를 보이셨다. 시댁 식구들도 축하한다며 인사를 해 주었다. 아들은 그렇게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었다. 지금 그 아들이 어느새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앞으로는 그 아들이 한 발 더 나아가서 국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한국의 청년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