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에는 귀, 눈, 입, 코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얼굴은 그 사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이, 목, 구, 비는 친구처럼 서로 우애하며 어울렁 더울렁 지내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말하고, 먹고 숨 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들인가? 오늘은 이 네 친구들이 서로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논쟁을 벌인다. 그러므로 얼굴에 있는 네 친구들에게 각각 별명을 정하여 보았다. 눈은 초롱낭자라 하고, 귀는 청낭자라 하며, 입은 수리아가씨라 하고, 코는 코주부아주머니라 부르기로 했다.
먼저 초롱낭자가 자랑을 한다.
"내가 있어야 세상을 볼 수 있지. 햇살에 비친 아침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니? 아침에 피는 나팔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데? 아름다운 세상을 내가 봐주지 않으면 칠흑 같은 어둠에 묻힐 게 아니겠어? 그러니 세상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는 내가 제일이라고 생각해!"
이에 질세라 청낭자가 하는 말 좀 들어볼까?
"초롱낭자, 너무 자기 자랑만 하지마라. 아름다운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등등 여러 소리를 나 아니면 들을 수가 없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래 역시 나 아니면 들을 수 없지 않아? 그러니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나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게 아니겠어?"
수리아가씨가 조용히 나와 앉더니 한마디를 거든다.
"아름다우면 아름답다고 말을 해야 하고, 자기 자신의 감정을 말로써 표현해야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게 아닌가? 또 나는 하루 세 끼 밥을 먹어야만이 육체적 건강을 지켜서 당신네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는데 불편이 없을 게 아니오? 만약에 내가 아파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생각만 해도 참담할겁니다. 기운이 있어야 세상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노래 소리도 들을 수 있을 터이니 공으로 치자면 내 공이 으뜸이 아니겠소?"
코주부아주머니께서도 한마디 거들고 나선다.
"다들 자기들이 잘났다고 우기네요. 물론 낭자님들 각자 하는 소임이 다 으뜸이고 중요하지요. 어디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겠습니까? 내 공을 한 번 말해 보리다. 나는 하루 24시간 한 번도 쉰 적이 없답니다. 여러분이 잠을 자거나 휴식을 하고 있을 때에도 나는 부지런히 일을 하여 여러분이 살 수 있도록 한답니다. 내가 숨을 멈추면 육체는 죽습니다. 그렇게 되면 어디 나만 죽습니까, 여러분도 덩달아 다 죽지 않습니까? 그러니 내가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말입니다."
이렇게 서로가 자기 공만 내세우느라 시끌시끌할 때 조물주가 한마디 한다.
"이 어리석은 것들아, 너희들이 서로 잘났다며 다투어 저마다 자기 공만 내세우면 어떡한단 말이냐? 서로가 같이 어우러져야만 만물의 영장인 사람 구실을 하지, 따로따로 떠러져 살면 어떻게 되겠느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느냐?"
그렇다. 세상살이는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야 서로의 빛이 나지, 저 혼자만 잘났다고 설쳐대면 무슨 빛이 나겠는가? 얼굴에도 이 목, 구, 비가 서로 어우러져 각자의 소임에 최선을 다할 때야 그 얼굴이 살아 움직이는 멋진 인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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