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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박인경
ㆍ작성일	2010-11-08 (월)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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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이 주는 감동
한 장의 사진이 주는 감동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박인경

가을이 끝자락으로 가던 주말, 나는 서울로 향했다. 서초동 예술의 전당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고속도로 변의 나무들은 다가 올 겨울을 준비하는 듯, 누렇게 마른 이파리들을 하나둘씩 떨구었다. 이렇게 가을은 우리 곁을 떠나고 있었다.

더딘 교통 흐름으로 1시간여를 소모하고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잠시 주변의 경관을 돌아보니 전당 뒤쪽의 야산은 단풍 옷을 입고 있었다. 문득 아이들이 어릴 때 손을 잡고 함께 둘러 보았던 일들이 생각났다. 서울을 떠난 지 3년이 되었건만, 나는 아직도 이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갖곤 한다. 오랜 세월 머물렀던 까닭이었다. 잠깐의 상념을 뒤로 하고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전’이 열리는 한가람미술관으로 갔다.

지난 여름에 전시되었던 ‘퓰리처상 사진전’보다는 관람 인원수가 적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전시장을 메우고 있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1888년 미국 국립지리학회에서 처음으로 발간하여 현재 전 세계 32개국에서 발행되고 있다. 이번 사진전은 주옥같은 작품들을 선별하여 10월 29일부터 40일 동안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명시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사진전은 지구상의 모든 진기한 모습들을 사진에 담아 작품화 한 것이다. 지구를 담은 사진은 크게 네 개의 주제로 엮어 분류를 하였다.

제일 첫 번째 만난 사진들은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의 축제인가요?’라는 주제의 작품들이었다. 그 중에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은 ‘소노라 사막의 샌퍼드로 강’이었다. 작가는 애니 그리피스 벨트(Annie Griffiths Belt)로 그녀는 지오그래픽 사상 최초의 여류 작가였다. 샌퍼드로 강은 미국 애리조나 주의 소노라 사막을 가로 지르는 폭이 좁은 강이다. 수량도 적고 에스(S)자 형태로 구부러져 흐르고 있는데, 그 주위로 풀과 나무가 자라고 철새들은 이곳으로 모여든다. 거대한 대지 위에 작은 물길을 따라 형성된 숲의 낙원은 마치 생명을 위한 보호선 같았다. 물이 생명체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감케 해 주는 작품이었다.

두 번째는 ‘이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드라마인가요?’ 였다. 야생 생물의 세계를 관찰하여 사진으로 찍은 것으로 여러 작품 중에 비벌리 주버트(Beverly Joubert)란 작가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나뭇가지 위에서 놀다가 18미터 아래로 떨어질 뻔한 새끼 표범을 어미가 앞발과 이빨을 사용해 필사적으로 끌어 올리는 사진이었다. 이 작품을 보며 사람 못지 않게 모성애를 가진 동물들이 감탄스러웠다.

세 번째는 ‘우리 아이들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거예요!’라는 작은 제목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2000년대를 들어오면서 지구가 당면한 위기의 징조를 한 발 앞서 발견하여 경종을 울리는 사진이었다. 짐 리차드슨(Jim Richardson)의 작품으로 미국 유타주 내추럴브리지스 국립천연기념물에 있는 오와초모 다리를 찍어 밤이 사라지고 있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 도심의 빛 공해가 우리에게서 수많은 별들을 앗아 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멸종 위기를 맞은 동식물을 어떻게 보존해야할지를 의문으로 던졌다.

마지막은 ‘이 절망의 카운트 다운을 멈출 수는 없을까요?’였다. 우리가 사용해 온 석유와 석탄, 가스가 지구를 데우고 있다. 그 결과 야생 동식물만 아니라 우리 자신들까지도 멸종의 위기로 가고 있다는 경고의 사진들이었다. 가장 안타까움을 주었던 사진은 ‘에이미 토엔싱(Amy Toensing)의 작품이었다. 지구가 오염됨으로 기후가 변하여 평생 일구어 온 호주 남동부의 목장이 가뭄으로 인해 사막화 된 곳을 떠나는 가족사진이었다. 바짝 말라 버린 땅을 배경으로 한 소녀가 바람이 불자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우는 듯 서있고, 아빠가 남자 아이를 들어 트럭에 태우는 모습은 우리에게 위험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여러 작품을 통해 세상의 신비한 현상들을 보며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너무도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와 더불어 이 아름다운 지구를 잘 지키고 보존하려면 어찌해야 할지에 대한 화두(話頭)를 갖게 되었다. 출구로 나오는 벽면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지구를 잘 사용하고 보존하라.

(Treat the earth well.)

그것은 당신의 부모들이 물려준 것이 아니다.

(It was not given to you by your parents.)

당신의 자녀들이 당신에게 빌려 준 것이다.

(It was loaned to you by your children.)

우리는 우리의 조상들로부터 지구를 상속 받지 않았다.

(We do not inherit the earth from our ancestors.)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로부터 지구를 대여 받았을 뿐이다.

(We borrow it from our children.)'

(201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