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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송병운
ㆍ작성일	2010-11-06 (토)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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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그리고 사랑
세월, 그리고 사랑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목요야간반 송 병운

여름 끝자락에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 갔다. 이런저런 일로 여름휴가를 다녀오지 못한 미안함을 하루 나들이로 면해보려는 마음도 있었다. 차창을 통해 보이는 산천은 짙푸른 녹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소나무처럼 사시사철 푸른 나무와, 가을이면 낙엽을 떨어뜨리는 나무들이 섞여 있으련만 아직은 구분이 되지 않은 채 푸른색뿐이었다.

사람의 생각도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것일까. 예전에는 소나무나 대나무처럼 1년 내내 변하지 않는 나무를 좋아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계절 따라 변하는 나무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사철 푸른 나무가 싫어서가 아니다. 다만 봄이 오면 싹이 트고, 시간이 흐르면서 꽃도 피고 열매를 맺는 나무에 더욱 정이 가게 된 것이다. 특히 가을이 되어 앙상한 가지로 남게 된 나무에 더 마음이 갔다. 겨울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고, 정말 저것이 봄에 다시 싹을 틔울까 걱정스러워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봄이 오면 그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김없이 새롭게 태어난다. 1년 내내 푸름을 보이는 나무가 이 기쁨을 어찌 알겠는가.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기에 더욱 아름답고 반갑다. 봄과 함께 새롭게 피어나는 모습이 너무 신비로워 마치 부활의 기쁨을 누리는 것만 같다. 인간이 영원히 죽지 않고 산다면 어떨까. 아마도 삶이 이처럼 애절하거나 사랑스럽지 못하리라.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새로워진다는 것이다. 봄이면 모든 식물들이 죽음에서 깨어나 부활의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우리 인간의 삶도 비슷할 것이다. 인간은 유아기와 청년기를 거쳐 노화기를 맞이하고 이승의 삶을 정리한다. 어느 시기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변화하는 모습마다 나름의 아름다움과 의미가 있으니 말이다.

아름답게 변하기 위해서 나를 버리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나의 욕심을 죽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 행복의 미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절에 큰 의미를 둔다. 그것은 단순히 예수의 부활을 믿는 신앙적 차원만이 아니라 부활의 의미를 자신의 삶속에 투영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 참된 삶을 꾸려보고 싶은 것이다.

나의 삶은 언제나 부끄러움과 부족함으로 이어져 왔다. 내일은 조금 나아지겠지 하는 바람으로 이리저리 엮어보아도 되돌아보면 또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다. 아니 가고 싶은 자리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좀더 아름답고 따뜻하게 오늘을 엮어갈 수는 없는 것인지, 정말 고민스럽다.

조금은 상기된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보니 아내와 딸이 텅 빈 모래사장을 걷고 있었다. 문득 그동안 저들을 얼마만큼이나 사랑하며 살아왔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가족 사랑마저 게을리 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들자 미안함이 밀려왔고 이들부터 예쁘게 사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마음이 일었다. 나무처럼 끝없는 사랑은 못할지라도 계절에 맞추어 변화하는 나무처럼 주어진 시간만큼은 열심히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곧 내 삶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조용히 다가가 아내와 딸의 손을 잡고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걸었다. 그 모래밭엔 세 사람의 발자국 6개가 나란히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