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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최윤
ㆍ작성일	2010-11-29 (월)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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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
걸레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최윤

마음이 심란할 때면 난 걸레질을 한다. 걸레를 깨끗이 빨아 집안 구석구석을 닦는다.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집이라 청소할 곳도 많지 않다. 그러나 난, 몸이 무겁거나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걸레질을 시작한다. 걸레질이 시작되는 곳은 주방의 싱크대 밑에서부터이고 끝마치는 부분은 서재로 쓰이는 방이다.
내가 가장 정성껏 닦는 부분은 문턱이다. 어렸을 때, 엄마는 문턱을 밟고 서 있으면 복이 달아난다고 하셨다. 그래서 평소 문턱을 밟지 않기 때문에 문턱에는 먼지가 없지만 왠지 신성한 곳인 것 같아 정성껏 닦는다. 그 다음엔 식탁 아래의 먼지를 닦는다. 이곳은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이라 먼지가 잘 쌓이기 때문에 식탁 아래로 들어가서 열심히 닦는다. 그렇게 거실 끝까지 걸레질을 하고 오면 평소 운동 부족인 탓에 벌써 숨이 찬다. 그러나 다 닦은 거실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낀다. 얼굴은 씻는 것만으로도 빛나듯 닦는 것만으로도 거실은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다. 그러나 청소해야 할 방이 세 개가 있기 때문에 마냥 뿌듯해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 다음엔 안방으로 들어간다. 거실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라 먼지가 많다. 게다가 안방은 머리 손질을 하는 곳이라 유난히 내 머리카락이 많다. 그래서 머리카락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걸레로 잘 담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이제 두 개의 방이 남았다. 내 아지트로 애용하는 작은 방에 가서 걸레질을 시작한다. 이곳은 가끔 오기 때문에 청소할 거리가 많지 않다. 그러나 늘 그 방을 지나치지 않고 청소한다. 의외로 걸레질 할 때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내가 아끼는 책이며 편지, 일기장들이 있는 곳이기에 걸레질을 할 때, 우연히 눈이 마주치는 것을 뽑아 들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앉아 읽기 때문이다. 게다가 옷장이 있어서 옷을 정리하다 보면 걸레의 수분이 어느덧 말라버린다. 다시 갈 길을 재촉하며 걸레를 다시 빨고, 마지막으로 서재로 쓰는 방으로 들어간다. 이곳에서도 나의 딴 짓은 계속된다. 전주 시내가 다 보이는 창문이 있기에 오늘 사람들은 무슨 일들을 하고 있을까 창가에 서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다시 걸레질을 한다. 이 방은 볕이 많이 들어서인지 먼지가 잘 보여서 왠지 신경이 쓰인다. 드디어 걸레질을 다 마쳤다. 걸레를 빨고 널어 말린 다음 숨을 내쉰다. 복잡하던 마음이 얼마간 사라졌다. 무겁던 몸도 땀이 나고, 어서 밥을 달라 재촉한다.
어떤 이는 무슨 걸레질을 자주 하느냐고 묻는다. 아마 시간도 있고, 강박적 성격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걸레질을 하고 나면 깨끗해진 집만큼이나 내 마음도 정화되는 것을 느낀다. 불만이 있을 때도, 남편과 다툰 다음날에도 무표정으로 걸레질에 열중하다 보면 상대방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리고 하지 못했던 말을 혼자서 하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 갑자기 수필 소재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렇듯 걸레질은 하는 것은 나의 카타르시스의 한 방법이다. 그리고 나를 반성을 하게 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리고 수필의 소재가 떠오르는 명상의 시간이다. ‘걸레’ 하면 흔히 더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걸레의 도움으로 깨끗함을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은 그 고마움도 모르지만 걸레는 자신의 공을 내세우려 하지 않고 조용히 더러움을 닦아준다. 게다가 나의 마음도 깨끗하게 닦아 주었는데 그동안 난 걸레를 더럽다고 외면하며 살았다. 오늘은 걸레로 인해 집도 깨끗해졌고, 마음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남편에게 화해를 청할 생각이고,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상황들과 타협을 할 생각이다. 게다가 걸레는 덤으로 수필 한 편을 쓰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도 보이지 않는 곳에 놓아둔 걸레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걸레는 노여워하지 않고 제 자리에서 조용히 내일 할 일을 기다리고 있다.

(201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