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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정남희
ㆍ작성일	2010-11-26 (금)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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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훈련 중
나는 지금 훈련 중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목요야간반 정남희

이른 아침부터 전기 톱 소리와 공사자재 나르는 손길이 분주하기만하다. 시멘트 마당이라 늘 불편하기만 하였다. 그리하여 우리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방부목으로 단장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두 건물을 연결하는 안전구름다리를 만들어 마음껏 배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서였다. 따뜻한 햇볕과 바람을 받으며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대공사를 하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전주역 앞에 있는 개척교회는 하루면 서너 명씩 차비와 식사를 제공받기를 원하는 어르신들이 다녀가곤 한다. 한두 번씩 오던 어르신들이 무거운 옷 보따리를 등에 짊어지고 숙박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낮에는 이곳저곳에서, 밤에는 대합실에서 노숙을 한다는 할머니는 젊은 시절 남편의 외도로 가정에서 밀려난 사연, 남편의 오랜 병원생활과 시어머니의 치매로 지친 사연, 알코올로 가정이 깨어지고 편마비환자로 구걸하는 형제, 자폐아이 등이 모여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었다. 그들이 편안히 살아갈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교회 안의 공간에 방을 만들고 작은 것을 나누는 식탁은 우거지 된장국에도 늘 감사가 넘치는 풍성한 식탁이었다. 오래 전에 함께 하였던 이웃처럼 형님 동생하며, 서로 건강을 염려하는 모습을 보면 참 아름다운 가족이었다.

교회 새 신자들과 함께 하는 예배와 식사는 그분들에게는 적응하기에 어려워 보였다. 한 시간 예배를 드리노라 10분 이상 앉아 있는 것이 큰 고통이었다. 고심한 끝에 우리 집을 열린 공간으로 내어 드리기로 했다. 두 아들의 방은 옥탑으로, 딸은 고시원으로, 남편의 서재는 교회로, 혼수품으로 제일 아끼던 자개장은 대형폐기물로, 진열장의 크리스털그릇은 박스포장으로…….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편안해하고 건강해지는 어르신들과의 하루하루는 감동의 드라마 같았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이른 아침식사를 차려드리는 일이 큰 고통이었다. 하지만 누룽지와 맛깔스런 장아찌로 식단을 조절하며 조금씩 아침 형 인간으로 나를 바꾸어 나갔다. 한 해 두 해를 복지(福祉)가 진정 무엇인지도 모르고 뜨거운 신앙과 그들을 향한 애정으로 밤이면 함께 누워서 나누는 이야기는 푸시킨의 시구였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중략)

때로는 힘들어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어르신들과 마주잡은 손의 따뜻한 온기였다.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어린아이가 엄마를 기다리는 것 같은 이슬에 젖은 눈과 굽은 허리에 쌓인 한 많은 사연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하셨으니 이곳에서 그들은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십 년이 다가온다. 시끄럽다고 민원이 잦았던 동네를 떠나 이곳에 둥지를 틀고 의료사각지대의 환자들을 모시고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사정하고 다녔던 지난 시간도 추억이 되었다. 이제는 노인이 귀한 대접을 받는 세상이 되어 참으로 감사할 뿐이다.

지금까지 가족들의 인내와 격려를 받으며 지나왔다. 남편과 아이들의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아침 등교시간을 맞추어 주지 못해 발버둥쳤던 아들도 이젠 어엿한 학사장교로 임관하여 훈련 중이고, 막둥이도 어엿한 ROTC 훈련생이 되었다. 사랑하는 딸은 상담심리치료 공부를 위해 지하 월세 방에서부터 서울생활에 적응하며 훈련 중이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아니겠는가?

오늘 이 밤도 남편은 세상사에 힘들고 지친 자들에게 던질 메시지를 준비하느라 서재에서 밤을 밝히고 있다. 나를 비우고 내려놓는 훈련.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훈련, 새벽을 여는 훈련, 등 사랑하는 가족들은 모두 훈련 중이다. 보다 나은 삶의 이야기를 모든 사람에게 들려주어 저들도 평안해지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 넓은 가슴이 아직도 내게는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 모든 훈련의 마지막엔 박수와 꽃다발이 주어져야 될 터인데 말이다.
(2010.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