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기(7)
태양을 숭배하는 나라, 페루
중남미 여행기(7)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 목요반 김 호 택
‘페루(Peru)’는 남아메리카 중부 태평양 연안에 있는 나라로 케츄아 족(族)의 ‘잉카제국’이 탄생한 곳이다. 11세기말 안데스지역에서 나타난 잉카족은 12세기 초반에 수도(首都) 쿠스코를 중심으로 에콰도르, 볼리비아, 페루, 칠레를 어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수준 높은 문명을 영위했던 잉카제국의 숨결이 살아 있는 찬란한 잉카문명을 꽃피웠다. 그러나 1532년 스페인의 식민통치 아래 잉카문명의 문화재들이 파괴되었다. 페루의 면적은 128만㎢로 한반도의 약 6배다. 인구는 약 3천만 명이 살고 있는데 원주민 45%, 혼혈인 37%, 백인 15% 등이라고 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14시간 느리다.
잉카제국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도시, ‘쿠스코(Cusco)’는 캐츄아어로 배꼽(또는 중앙)을 의미한다. 해발 3,399ｍ의 안데스산맥 분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인구는 약 26만 명이다. 잉카인들은 하늘은 독수리, 땅은 퓨마, 땅속은 뱀이 지배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러한 정신세계를 반영하듯 쿠스코는 도시 전체가 퓨마 모양을 하고 있단다. 리마에서 남동쪽으로 약 1천㎞ 떨어져 있어 비행기로는 1시간, 자동차로는 2박3일정도 소요된다고 하였다. 나는 비행기로 가서 쿠스코공항에 내리니 커다란 간판의 퓨마 한 마리가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독수리여 날개를 펄럭이라’는 뜻을 지닌 ‘삭사이와만’, 퓨마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삭사이와만은 하루 2만여 명씩 인원을 동원한 끝에 83년이 걸려 완성한 거대한 요새다. 또 정상에는 해시계를 설치했다. 당시 주요 농작물이던 감자, 옥수수의 재배나 수확시기를 가늠하기 위한 시계라는 것이다. 삭사이와만 광장에서는 매년 6월 24일에 ‘태양 축제’가 열려 잉카의식을 그대로 재현한단다. 태양을 숭배하는 황금도시 쿠스코 중심가에 태양의 신전이었던 ‘산또 도밍고 성당’이 있다. 건물 하단에 황금을 섞어 각모서리를 하고, 마당에 우물을 두는 등 잉카시대의 유물들이 남아 있었다. 쿠스코는 고도가 높은 지대로 두통, 구토증, 위통 등 고산병을 주의해야 한다. 연평균기온이 섭씨 11˚로 조금 춥고 건조한 편이다. 쿠스코로 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고산지대에 초여름이 무색할 정도로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
잃어버린 잉카문명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중도시 ‘마추피추’는 그 신비함과 웅장함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마추피추 가는 길은 우르밤바 욜란타이탐보 기차역에서 마추피추행 기차를 타고 갔다. 계곡을 따라 양편 높은 산봉우리 눈 덮인 산과 구름, 산천초목을 볼 수 있도록 천정이 투명하게 설계된 기차에서 음악까지 흘러나왔다. 구름이 산봉우리를 휘감고 있는 산천초목을 감상하고 있을 때 여승무원이 커피와 다과를 가져와 숲속을 달리는 커피숍 같았다. 1시간 20분을 달려 마추피추역에 도착했다. 종착역에서 승합차로 갈아타고 꼬불꼬불한 비포장 산비탈 길을 한참동안 올라가야 했다.
수풀에 묻힌 채 그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마추피추를 잃어버린 도시, 또는 공중도시라고 한다. 1911년에 미국의 ‘하이램 빙엄’ 대학 교수에 의해 발견되었다. 커다란 돌을 정교하게 다듬어 수준 높은 건축기술로 성벽과 건물을 세웠다. 또한 가파른 산비탈 계단식 밭을 배수시설까지 갖추었다. 해시계를 만들어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마추피추는 태양의 신전, 해시계, 감옥 등을 해발 2,400ｍ의 고산지대에 만들어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가 되었다.
페루는 남위 1˚~18˚사이의 남반구에 위치해 있다. 태평양연안에 펼쳐져 있는 해안평야는 너비가 좁으며 대부분이 사막지역이다. 리마를 포함한 대다수의 도시가 이 지역에 자리한다. 이곳은 세계에서 제일 긴 도로, ‘팬 아메리칸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캐나다, 멕시코, 과테말라, 페루, 칠레 등 12개 나라에 걸쳐 25,750㎞라고 한다. 이중 페루구간이 3,080㎞로 이 고속도로를 이용 리마를 출발하여 오른쪽 태평양 망망대해와 왼쪽 사막지대를 번갈아 보며 남쪽을 향해 달렸다. 몇 시간을 달려도 지루하지 않고 어디에 비교할 수 없는 드라이브는 장관(壯觀) 중의 장관이었다.
리마시내를 벗어나려는데 여자교도소가 따로 있었다. 여자들이 5세미만의 어린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이 범죄를 저지르면 아이와 같이 교도소에 들어가 교도소 탁아소에 맡겨야 한단다. 페루는 1부1처제이지만 남녀비율이 1:2로 아이를 낳아도 2년 이내에 남자가 친권을 포기하면 여자가 양육한다고 하였다. 정부에서는 문맹률이 높아 문맹퇴치를 위해 고등학교까지 무료교육을 실시하지만 부모가 학교를 보내지 않으면 벌금형에 처한다고 한다.
페루정부는 소매치기, 날치기, 강도 등 관광객을 노리는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관광경찰제를 운영하고 있다. 관광객의 안전도모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광정보를 제공해준다. 현재 600명 정도 수도 리마를 비롯한 관광지 쿠스코, 푸노 등 대부분의 도시와 관광지에 배치한다. 한편 호텔, 교통비 등이 성수기나 축제기간 동안에는 공식적으로 50%가 인상된다고 한다. 상점 등은 정오부터 오후 3시경까지 씨애스터(낮의 긴 잠)가 있어 문을 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나는 페루 최남단 안데스산맥 중앙에 해발 3,850ｍ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티티카카’호수를 가려고 ‘푸노(Puno)’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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