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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영옥
ㆍ작성일	2010-12-23 (목)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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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우리 집 10대 뉴스
희비가 엇갈린 경인년

-2010년 우리 집 10대뉴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영옥

1. 남편의 별세

81세의 남편이 폐암으로 2년여 고생을 하다 9월 23일(음력 8월16일 )에 세상을 하직했다. 자기가 맡은 일은 임기까지 마쳐야 된다며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몇 개월 남겨두고 강한 정신력도 나이와 병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오히려 고통을 당하며 사는 것은 가족들의 가슴만 아프게 할 뿐이다. 아들과 딸 넷을 낳아 기르며 54년을 함께 살다가 앞서 떠났다. 생과 사는 신이 정한 섭리이기에 가족 모두가 담담히 받아들였다.

2. 내 무릎수술을 받다

70여년을 무릎연골이 다 닳아빠지도록 나부대고 살아온 탓인지, 나이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인지 걸을 수 없어서 지난 여름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을 받았다. 아직도 고통에 시달리며 전동차를 이용해 바깥나들이를 한다. 아파보니 세상 무엇보다 건강이 제일임을 느낀다. 가족들이나 자녀들에게 근심을 끼쳐 미안할 따름이다.

3. 큰딸 수능시험출제위원 위촉

큰딸은 고등학교 교사로 25년 근무 중인데 올해 수능시험출제위원으로 선발되어 강원도 평창에서 한 달 남짓 수고를 했다. 일을 마치고 나와 가족모임을 갖고 다섯집 가족들의 겨울 신발값을 나눠주었다. 좋아하는 모습들을 보고 어미 마음도 흐뭇했다. 언제나 맏이노릇을 톡톡히 하는 큰딸이 항상 고맙다.

4. 둘째딸 사무관시험 합격

둘째딸은 법무부 공무원으로 일한지 24년 만에 사무관 시험을 보아 단번에 합격했다. 남편이 돌아가시기 3일 전에 전화를 통해 그 소식을 듣고 산소마스크를 벗기며 “잘했다. 축하 한다.”라며 큰소리로 외쳤다. 마지막 기쁜 선물을 안겨드렸다. 딸은 아버지의 생애 마지막 말씀이었다며 애달파한다. 얼마 전 6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근무 중이다. 고등학생 쌍둥이와 남편 뒷바라지에 1인 몇 역을 하는 수퍼우먼이다. 바쁜 중에도 매일 아침 출근하며 어미에게 전화하는 딸이 너무 고맙다.

5. 큰딸네 외손녀 복학

큰딸네 외손녀는 미술대학을 2년간 다니다 더 잘해볼 마음으로 지난해 휴학을 하더니 올해는 복학하여 제 나름의 꿈을 실현하기에 바쁘다. 좋아하는 할미 얼굴을 보기는 고사하고 목소리를 듣기도 어렵다. 자립심이 강하고 재능이 있으니 꿈을 이루도록 지원해주고 싶다.

6. 친손녀 미국 연수 다녀오다

친손녀는 대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에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으로 2개월간 연수를 다녀왔다. 음악과 영어를 6학점 받아왔다며 좋은 경험이었다고 기뻐했다. 겸손하고 차분한 성격이라 무엇이라도 잘 해내리라 믿는다. 잘했다고 칭찬을 듬뿍 해 주었다.

7. 작은손녀 고등학교 입학

둘째손녀는 바로 집 옆의 고등학교도 있지만, 더 좋은 학교에 가려고 시험을 치르고 들어갔다. 학교가 멀어서 버스로 1시간가량 걸린단다. 제 어미가 매일 아침 자동차로 데려다주느라 어미와 자식 모두 여간 고생이 아니다. 자식을 위해 애쓰는 며느리가 고맙고 대견스럽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미모만큼이나 공부도 잘 하리라 믿는다.

8. 쌍둥이 외손자들 고등학교 진학

둘째딸네 쌍둥이 외손자들은 집 가까운 일반고등학교로 배정을 받고, 외손녀는 조금 떨어진 외국어고등학교에 합격했다. 아침 일찍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간다고 어미가 마음 아파한다. 저희들도 경쟁사회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니 할미와 대화할 틈도 없어 아쉽다. 원대한 꿈을 향해 힘껏 날개를 펴기 바란다.

9. 막내외손자 고등학교 진학

셋째딸네 작은외손자는 공주에 있는 좋은 고등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여 장학금까지 받았다.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아예 집에는 올 생각도 않는다. 제 아비어미가 2주에 한 번씩 가서 보고 온단다. 제 형도 광명시에 있는 기숙고등학교 2학년인데 우등만 한다며 형제간에 경쟁이 치열하니 즐거운 비명이 나올만하다. 생전에 남편이 막내딸 칭찬을 많이 하곤 했었다.

10. 막내딸 불로거가 되다

아들 둘을 기숙 고등학교로 보내고 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막내딸은 불로그를 개설하여 좋은 글과 사진을 올려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니 대견스럽다. 알뜰 주부에 열심히 사는 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자식이지만 몹시 부럽다.

항상 기쁜 소식을 들려주는 자식들을 보면 재미가 쏠쏠하다. 후손들 잘 되는 것 보고 싶어 오래 살고 싶다고 하던 남편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때가 되면 가실 분은 가야 되는 게 세상이치인 걸 어느 누가 막으랴! 올 한 해도 슬픈 일과 기쁜 일을 겪어가며 세월의 강물 따라 흘러가야 되는 것이 인생살이다. 올해는 희비가 엇갈린 한 해였다.

(2010. 12월.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