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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박세규
ㆍ작성일	2011-01-08 (토)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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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무엇이기에
친구가 무엇이기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 야간반 박세규

친구! 이 한마디 말만 들어도 친근하고 왠지 고향 냄새가 풍겨 오는 것 같아 좋다. '늙어서는 친구가 보약'이라고 하지 않던가. 몇 년 전 같은 회사에 몸 담고 있다가 명예 퇴직한 동기 K를 우연히 전북대학교 대학병원 택시승강장에서 만나게 되었다. 평소 별로 말수도 적고 누가 보아도 악한 마음이 없는 친구였다. 그런데 지금은 고향 친구를 믿었다가 발등을 찍혀 가시밭길을 헤매고 있단다. K의 사연은 이러했다.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오던 고향 친구가 자주 찾아와서 좋은 정보가 있다고 귀뜸을 해주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부동산 경매였다. 금쪽같은 명퇴금을 어떻게 굴릴까 고민중이었는데 그 고향 친구가 경매 물건은 시중가격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이라 절대 손해볼 일은 없다고 했단다. 못믿겠다면 직접 현장에 가보자 해서 군산, 익산까지 동행하여 물건을 보여주며 자세한 설명도 들었단다. 꼭 믿기 어려우면 몇 달만 자기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차용증과 함께 6,000만원을 빌려주고 몇 달이 지났단다.

그 뒤 또 한 차례 돈을 요구해서 3,000만 원을 더 빌려주었는데 1년 뒤 급전이 필요해 5,000만원을 돌려 달라고 했는데 경매로 잡은 아파트가 세입자와 문제가 생겨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차일피일 미루었단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며칠 뒤 연락을 해보니 핸드폰 번호가 바뀌어 버린 것이다. 부랴부랴 친구 가게로 가보니 가게도 며칠 전에 정리했더란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 지금 다니는 직장 월급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감당하지 못하는데 알토란같은 명퇴금 9,000만 원마저 받을 길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곳 저곳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그 친구를 찾을 수 없었단다. 그 뒤 1년 동안을 술과 담배로 자신을 원망하며 살아왔는데 어느 날 가슴이 답답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어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단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인가? 청천벽력 같은 폐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몸도 마음도 다 무너지고 말았다. 돈도, 고향 친구도 잃었다.

친한 사람일수록 금전거래를 하지 말라는 옛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 친구는 탈무드에 나오는 말을 나에게 들려 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기를 이기는 사람,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범사에 감사하는 사람이다.'라고. 그렇다! 행복은 감사에서 얻어지는 소중한 열매다. 다행스럽게도 폐암이 초기여서 열심히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과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고 돈은 잃었지만 지금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했다. 친구의 눈가에 이슬이 고였다. "그래 친구야, 힘내라 힘! 넌 할 수 있어!"라고 파이팅을 외치며 격려해 주었다.

(2010.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