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김학
ㆍ작성일	2020-08-27 (목) 09:27
ㆍ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461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세상살이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세상살이

김 학

코로나19가 우리의 세상살이를 많이 바꿔주고 있다. 만나면 어디서든 서로 손을 내밀고 반갑게 악수를 나누던 버릇이 사라지고, 주먹으로 살짝 부딪치고 아는 체만 한다. 또 외출 시에는 누구나 마스크를 껴야 하는 등 우리네 삶의 모습이 달라진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엄청난 변화가 밀려오고 있다. 아니 이미 밀려와 있다.
신축하는 아파트를 비롯한 단독주택을 설계할 때 주방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족제도가 핵가족제도에서 2인가구나 1인가구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혼자 살면서 번거롭게 하루 세끼 식사를 손수 집에서 만들어 먹지 않고 편의점에서 사먹거나 배달을 시켜 먹기 때문에 주방의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젊은 부부들도 식사를 주문하여 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네 의식주 생활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모를 일이다.
우리 집에도 작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70대인 우리 부부만 살다보니 외지에 나가 살고 있는 아들딸들의 걱정이 큰 것 같다. 수시로 안부전화를 하면서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잘 따르라고 권유한다. 옛날에는 부모인 우리가 그들을 걱정했는데 요즘에는 반대로 그 아이들이 우리를 걱정한다. 코로나19가 상황을 그렇게 바꾸고 말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외식을 할 수 없다보니 서울에 사는 큰아들은 매달 인터넷으로 장보기를 하여 우리 부부에게 필요한 갖가지 식자재를 보내준다. 그리고 월급날 무렵이면 전주의 유명 맛 집을 검색하여 보쌈, 삼계탕, 닭볶음탕, 족발, 부대찌개, 감자탕 등을 한 가지씩 주문하여 보내준다. 전주에 살면서도 찾아가지 못했던 음식점에서 맛깔스런 음식이 지정된 시간에 배달된다. 인터넷이 발달한 덕이 아닐 수 없다. 큰아들네 식구들과 함께 어울려 먹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 사는 작은 아들도 형을 본받아서 그런지, 먹음직한 음식을 보내주곤 한다. 지난 7월에는 전주의 어느 음식점에서 안동찜닭을 주문하여 보내주어서 우리 부부가 포식을 했었다. 또 며칠 전에는 미국의 작은며느리가 묵은지 등갈비찜을 주문하여 보내준 적도 있다. 지구촌 어디에 살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효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구나 싶다.
또 서울에 사는 고명딸은 매달 e-mart에서 식자재와 살림도구 등 20여 가지를 주문하여 보내주곤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집 냉장고는 과도한 업무로 고생을 한다.
코로나19가 제아무리 기승을 부리고 폭우가 쏟아져도 주문한 음식은 오토바이에 실려 어김없이 예정된 시간에 배달된다. 참 좋은 세상이다. 이런 세상을 살아보지 못하신 조상님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이러한 음식배달문화가 널리 유행하면서 이름난 맛 집의 매상이 크게 신장되었고, 배달원(라이더:rider)이란 새로운 일자리가 많아졌다. 옛날에는 치킨이나 피자를 가끔 시켜 먹었는데 요즘엔 한식음식과 커피 같은 간식 배달도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요즘 우리나라엔 음식배달원이 14만 명 정도로 불어나서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거리에서 씽씽 달리는 오토바이를 자주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휴대전화 배달 앱을 통해 식당에서 조리한 음식을 배달해주는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만 최근 3년간 2조3천5백4십3억 원(2017년)에서 9조1천45억 원(2019년)으로 약 3.9배나 성장했다고 한다. 이 추세는 앞으로 더 커질 게 분명하다.
올해 폭우와 코로나19에 시달리면서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우리네 보금자리까지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배달해 주는 배달원들이 있기에 그나마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그러나 배달원 입장에서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나날일 것이다. 폭우가 쏟아지는데 약속시간에 음식을 배달하려면 빨리 달려야 하니 교통사고 위험이 크고, 코로나19의 전염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배달원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몇 가지 은어가 있단다. 길이 잘 닦인 가까운 거리의 배달은 ‘꿀콜’이고, 지나치게 먼 거리의 힘든 배달은 ‘똥콜’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날마다 힘들게 일하는 배달원들에게 똥콜이 아니라 꿀콜이 더 많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배달원들은 하루에 12시간 일하며, 1시간에 평균 다섯 건씩, 하루 50~60건의 끼니를 나른다고 한다. 이들은 집과 식당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노동을 수행하지만 왜인지 사람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떤 배달원은 “내가 가면 음식이 왔다고 생각하지 사람이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악천후와 전염병의 위험을 뚫고 우리의 보금자리까지 따뜻한 음식을 나르는 배달원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생각하며 역지사지의 정신을 가져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배달원 중에는 남녀노소 구별도 없다. 그들이 우리 집에 찾아오면 차라도 한 잔 건네주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2020.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