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전용창
ㆍ작성일	2020-08-25 (화)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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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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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정기야, 미안하다.” “정기야, 정말로 미안해.”

“이건 할 짓이 아닌데….”

오랫동안 생각한 결정이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나는 오늘 우리 집 부엌문에 잠금장치를 했다. 아들은 스트레스를 식탐으로 푼다. 엄마 아빠가 집을 비우거나 자신에게 무관심하면 어느새 부엌에 가서 밥을 먹고 온다. 아침이나 점심을 가리지 않고 두세 시간이 지나면 또 먹는다. 낮잠이라도 자고 나면 조금 전에 식사를 한 것도 모른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식사 시간은 아무 때고 자유라고 생각한다. 도저히 밥때를 인식시킬 수가 없다. 이렇게 걱정을 하며 사는 부모가 어디 우리뿐이겠는가? 그렇게 수십 년도 더 살아왔다.

언젠가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 집 냉장고나 보온밥솥 중 하나는 체인으로 걸어서 잠금장치를 합시다. 정기가 시도 때도 없이 먹으니.”

“당신 무슨 소리요? 누구라도 방문하면 무어라 하겠소?” “열쇠를 잠갔다 열었다 하려면 얼마나 불편한데요.” “왜 잠금장치가 있는 냉장고는 만들지 않나?”

그리고 오랜 세월이 또 흘렀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활동이 제한되고 병원 가기도 무섭다. 언어 소통이 안 되는 아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다. 아내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외출했다. 나는 미리 준비해둔 정첩을 가져와서 미서기문 상단에 달았다. 그리고는 번호키를 걸었다. 키 밑에는 ‘1246’이라고 써붙였다. 아들 정기를 불렀다. 정기보고 잠긴 미서기 문을 열어보라고 했다.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기는 잠금장치가 자신을 자유로이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줄도 모르고 웃는다.

“정기야, 아빠가 문을 열면 그때 아빠랑 같이 밥을 먹자.”

“응~”

다시 문을 열었다. 물병을 주고는 정수기에서 물을 가득 담으라고 했다. 아들은 물을 담고는 또다시 좋아했다. 문을 닫고 상단에 있는 정첩에 열쇠를 걸기만 했다.

“정기야, 아빠 나쁜 사람이지?”

“고기반찬 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이나 잘 먹는데….”

“정기야, ‘코로나19’가 지나가면 다시 열어 놓을게.”

‘코로나19’는 우리 집 깊숙이까지 찾아와 삶을 봉쇄하게 했다.

나는 성경책을 들고 왔다. 찬송가 241장 ‘아름다운 본향’을 펼쳤다. 그리고 스마트 폰에 저장된 찬송가도 241장을 찾아 반복 기능을 설정하고는 함께 찬송을 불렀다. 가사와 곡이 어찌나 은혜스러운지 마음에 평안을 얻었다.

‘아름다운 본향 천국 바라보며 새 노래 함께 부르세

무궁한 세월이 거기 흘러갈 때 고난 풍파가 일지 않네

고난 풍파가 일지 않네 무궁한 세월이 거기 흘러갈 때

고난 풍파가 일지 않네‘(하략)

아들과 나는 열 번도 더 불렀다. ‘아름다운 본향 천국 바라보며~ 고난 풍파가 일지 않네.’ 아들은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었다. 아들을 뉘었다.

“정기야, 미안해.”

나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2020.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