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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애란
ㆍ작성일	2011-03-11 (금) 06:39

ㆍ추천: 0 ㆍ조회: 3418

시와 노래가 있는 한겨울밤의 콘서트/이애란
시와 노래가 있는 한겨울밤의 콘서트
-윤동주 서거 66주년 추모음악회에 다녀와서-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수요반 이애란

얼마 전 TV에서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조영남으로 구성된 ‘세시봉멤버'들이 나와서 지난 세월 함께한 이야기며 노래들을 들려주었다.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보았던 음악인들이다. 나도 그들의 음악이 담긴 LP판을 여러 개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나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TV를 보노라니 나의 어린 시절이 그립게 다가왔다. 여러 사람들의 추억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같은 시대를 살아줘서 고맙단 말을 했다던 어떤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자기가 좋아하는 직업을 갖고 사는 행운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게 세상이다. 그들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그들 중 한 사람인 윤형주가 출연하는 ‘시와 노래가 있는 한겨울밤의 콘서트’란 이름의 시인 윤동주 서거 66주년 추모 음악회에 다녀왔다. 윤동주 시인은 윤형주의 육촌 형님인데 그 인연으로 음악회를 열게 되었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의 서거 추모보다는 오랜 시간 변함없이 좋은 노래를 들려주던 음악인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음악회는 추모의 목적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은 균형감을 잘 유지했다. 지루하지도 요란하지도 않은 멋진 무대로 꾸며졌다. 잘 알려진 또 다른 가수 남궁옥분의 시원스런 가창력은 라이브무대에서 훨씬 빛났다. 드라마에서 김구 선생의 역을 훌륭하게 해내던 탤런트 이영후가 깊고 중후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윤동주의 시는 가슴을 울렸다. 윤형주의 사위인 성악가 전병곤이 불러주던 이태리 가곡은 아름다웠다. 장인과 사위가 함께 노래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음악이란 장르와 세대 차이도 아우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우리는 음악으로 시대의 아픔을 같이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렵고 힘든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사의식을 갖지 않고 사는 사람들일지라도 공통된 마음이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거나 비슷한 고통을 당한 많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스러움과 감사함이다. 나도 이번 연주회를 통해 나라를 위해 고민했던 젊은 청년의 마음을 헤아려 보게 되었다.
윤동주 시인은 서울의 연희전문학교(延禧專門學校)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공부하며 항일 운동을 하다 귀향하려던 중 일본 경찰에 체포되었다. 1945년 2월, 겨우 28세의 나이에 그토록 바라던 나라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쳤다. 유해는 그의 고향인 중국 연길 용정(龍井)에 묻혔다. 윤형주의 아버지께서 윤동주 시인이 생을 마치기 두 주 전에 면회를 갔을 때 알 수 없는 주사를 자꾸 놓는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생체실험을 당했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조카를 직접 용정까지 옮겼던 가슴 아픈 사연을 그의 아들의 입을 통해 들었을 때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팠다. 삶을 사랑하고, 사색하기를 즐기며, 조국의 현실을 고민했던 분을 우리는 그렇게 떠나보냈던 것이다.
<서시(序詩)>, <또 다른 고향>, <별 헤는 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의 시들은 누구나 한 번쯤 읽었을 정도로 사랑받는 시들이다. 그는 시를 통해서 후대사람들과 소통하며 영원히 살아서 우리와 호흡하고 있다. 어두운 시대에서도 티 없이 순수하게 살고 싶어 했던 그의 의지와 사랑하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고민했던 고통이 그대로 느껴졌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할지 지금도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그토록 지키려 했던 나라사랑의 마음을 우리들은 잊지 않고 다시 우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것이다.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지'라고 한 윤동주 시인의 가슴 따뜻한 사랑이 오늘따라 더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