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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상권
ㆍ작성일	2009-08-28 (금)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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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천 물길을 따라서(1)
전주천 물길을 따라서(1)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상권

참으로 오랜만에 전주천이 만수(滿水)가 되었다. 모처럼 만수를 보니 젊은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전주천에 물이 가득 흐를 땐 마음이 넉넉하고 느긋해지는 기분인데 그렇지 않으면 왠지 마음이 빈 것 같고 조급해질 것 같다. 그런 느낌은 나만의 생각일까.
만수였던 물이 빠지고 오늘은 하천에만 물이 빠르게 흐르고 있다. 세차게 흐르는 물이 아까웠다. 좀 더 천천히 오래도록 흐르면 좋을 텐데…….
다른 지역은 집중폭우로 홍수피해가 많다는데 이곳 전주천은 그다지 큰 피해가 없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러나 한두 개의 안내판과 몇 그루의 나무가 넘어지고 두세 곳의 산책로가 패었다. 억새가 누워버렸고 그 위에 쓰레기들이 얹혀 있었다. 안타깝게도 들꽃들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렸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는 대개 큰 강을 끼고 있다. 그곳들은 기후가 온화하고 기름진 토지를 지닌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전주도 전주천을 중심으로 발달해왔다. 물은 이처럼 문명발달의 기본이다. 그래서 옛날 임금들도 치산치수(治山治水)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하기야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 4대강 다스리기에 힘을 쏟고 있지 않은가.
한벽보에서 뿌연 물안개를 보며 물길을 따라 걸었다. 아침 햇살에 비친 물안개가 장관이었다. 새로 건설 중인 남천교를 지나 싸전다리까지 왔다. 싸전다리 아래는 십여 개의 탁자를 중심으로 노인들이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싸전다리를 바로 지나면 초록바위에 이른다. 이곳은 조선시대 죄인을 효수하던 곳으로 조선후기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인 두 소년이 15세때 수장(水葬)된 순교 터다. 그들은 남명희와 이름이 전해지지 않은 홍봉주의 아들이었다. 또한 이곳은 동학농민군의 지도자 김개남 장군이 참형당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지나 한참 걷다보면 서천교에 다다른다. 이곳도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인 조윤호 요셉 성인이 처형된 순교 터다. 서천교 다리 밑에서 많은 장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00대의 *태형(笞形)을 가했지만 죽지 않았다. 그러자 걸인들을 시켜 목에 밧줄을 감아 양쪽에서 당겨 죽였다. 그때 나이 18세였다.
물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면 다가교에 이른다. 다가교 아래쪽으로 복원된 예전 빨래터를 볼 수 있다. 전주천은 아낙네들에게는 빨래터였으며 어린이들에게는 물고기를 잡고 멱을 감던 놀이터였다. 또 정월 대보름날에는 민속놀이가 행해졌던 장소였다.
한편 동학혁명 때에는 동학군과 관군이 전주천을 사이에 두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였던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다시 물길을 따라 가면 어은골 쌍다리를 만난다. 그 옆에 인공개울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어린이들이 물속식물과 물고기들의 사는 모습을 관찰하며 체험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곳이다.

6월의 천변은 하얀 개망초가 주름잡고 있다. 이 꽃은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꽃이다. 아마 천한 대접을 받지 않았나싶다. 그런데도 군락으로 피어있는 풍경은 다른 어떤 꽃보다 아름다웠다. 향기와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뽐내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번 장맛비로 아쉽게도 한 순간에 지고 말았다.
전주천은 눈에 띄게 바뀌었다. 전주천에는 피라미, 쉬리, 붕어 등 30여종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이는 하천바닥에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는 물속 곤충들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식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10여종이 넘는 철새와 텃새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온다.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갈대와 억새, 들꽃과 들들 그리고 가로수 등이 어우러진 잘 가꾸어진 전주천이야말로 전주의 자랑거리가 아니겠는가. 또 곳곳에 설치된 여러 가지 운동기구와 긴 의자 그리고 쉼터는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준다 해도 좋을 성싶다. 나는 이러한 전주천 산책로를 종종 걷는다. 내 몸과 마음을 살찌게 해 주는 전주천이 마냥 고마울 따름이다.
전주천을 걸으며 옛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것도 뜻있는 일이려니 싶다. 일상을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도 좋으리라. 전주천은 전주와 함께 흘러왔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전주를 향해 힘차게 흐를 것이다.
(2009. 7. 16.)

*태형 : 오형(五刑의 하나 태장으로 볼기를 치던 형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