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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강애
ㆍ작성일	2016-03-24 (목)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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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내 나이가 어때서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이강애

금년도 제일 많이 불려지는 노래가 " 내 나이가 어때서" 란다. 그래. 내 나이가 어때서? 이제 겨우 80도 안 되었는데. 누군들 나이 먹는 것을 좋아할까마는 그래도 나이 이야기가 나오면 움츠러든다. 그런데 사람들은 남의 나이를 알고 싶어 한다. 생면 부지의 사람한테도 이야기 몇마디 하고 나면 나이를 물어보고 싶어진다. 몇 살이나 되셨어요라든지, 연세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기도 한다. 남의 나이를 알아서 무엇하려고 그러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나이를 알고 싶다. 그것은 자기와 비교하고픈 마음 때문일 것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일 것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기를 바란다. 물어보는 의도가 다양하다. 나보다 많다면 일단은 안심이다. 나보다 많으니 나보다 어른인데 그의 말을 들어야하고 따라야 한다. 희열을 느낀다. 나는 거기에 비하면 젊은이구나. 나는 아직은 젊다는 자부심이 든다. 내 나이는 몇 살이나 먹어보이냐면서 은근히 내 나이보다 적은 나이를 말하면 기분이 좋다. 그렇게 젊음을 갈구했건만 어느덧 나이가 들어 어디에서나 가장 어른이다.

어려서는 얼른 아른이 되고 싶었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모두가 짐이 된다. 어른스러움이 나를 얽맨다. 무엇이든 잘 해야 하고, 함부로 말도 못하며, 행동거지도 본이 되어야 한다. 딱히 누가 그래야 한다고는 하지 않지만 내 자신이 그렇게 된다. 내가 옳바르게 해야지 후배들이 본을 보고 따라서 할 것이다. 행동의 제약이 따른다.

어느 땐가 어른이 술에 취해 할 소리 안할 소리를 하며 주책을 떠니까 모두가 하는 말이, 나이 먹은 사람이 그게 뭐냐며 멸시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나이 든 사람도 때로는 까불고 싶고, 어린아이 노릇도 하고 싶다. 어른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어른의 마음이다.

'나이는 먹고 멋은 든다.'는 말이 있다. 건강한 몸은 건강한 마음에서 나온다고 한다. 마음이 편안해야 몸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인데 우리 사회도 그런 것 같다. 최근에 사람들의 심성이 거칠어져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일들이 많은데 우리의 마음이 건강해져서 사회도 건강해지면 좋겠다. 나이든 사람들이 본이 되어 아름다운 사회 아름다운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내 나이가 팔십을 바라보지만 결코 나는 늙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산다. 마음은 항상 이십대다. 무엇이나 난 할 수 있다. "어! 내 나이가 어때서?" 나이 먹음을 거부한 나는 누가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본다. 내가 할머니는 할머니구나 인정하면서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니야!' 하는 마음이다.

나에게 묻는다. '내가 할머니인가?' 물론 생물학적으로는 8명의 손자가 있고 손자며느리에 증손자도 있다. 컴퓨터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컴퓨터에서 검색을 해서 찾는다. 이렇게 글도 써서 의견을 교환하고 컴퓨터로 세계를 다 돌아다닌다. 그리고 또 있다. 승용차를 운전한지 40년이나 되었다. 자녀들은 운전을 그만하라며 밤낮으로 전화를 한다.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오는 날은 어김없이 전화가 빗발친다. 오늘은 비가 오니까 아니면 눈이 오니까 운전하고 나가면 위험하다고 야단들이다. 때로는 이런 전화가 부담이 된다. 너희들보다 내가 더 알아서 조심한다며중얼거린다. 젊은이들이 정답게 손을 잡고 가면 부러워 나도 사랑도 하고 싶고, 새빨간 등산복도 입고 한라산도 오르고 싶다.

한 번은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교회에 다녀오다가 미끄러져 사정없이 넘어졌다. 팔과 다리에 철과상을 입었지만 누가 볼세라 얼른 일어나 집에 와서 보니 피가 흘러 온통 피범벅이 되었다. 아프다고도 못하고 누가 알세라 혼자서 후후 불어가며 약을 바르고 말도 못했다. 그래 어쩔 수 없이 '할머니구나!' 혼자서 중얼거리며 할머니가 되었다.

"그래도 나는" 하며 부정하는 소리를 외친다. 열정과 긍지를 가지고 뛰며 달린다.

'내 나이가 어때서? 아직도 난 청춘이다. 누가 뭐래도 난 청춘이다.' 속으로 외치며 힘차게 산다. 나는 아직도 청춘할머니다.

(2016.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