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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윤근택
작성일 2020-10-30 (금) 05:55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82      
'언저리' 예찬
 '언저리’ 예찬





                                                                                                                                             윤근택(수필작가/ 문장치료사/ 수필평론가)








 깊은 밤, 어느 아파트의 좁은 경비초소에 홀로 앉아 있자니 무료하기 그지없었다. 사위(四圍)는 유리창으로 둘러쳐져 있고... . 창호(窓戶)의 창틀을 바라보다가, A4용지에 다음과 같이 낙서를 마구 해나갔다는 거 아닌가.




 < 하루라도 ‘요한 세바스찬 바흐’를 아니 듣는 날이 없다. 아니, 라디오에서 그를 아니 틀어주는 날이 없다· 그는 한평생 교회를 떠난 적이 없고 ... 누구든지 노력하면 자기처럼 훌륭한 작곡가가 된다고 말했다· 바람 부는 날은 플랑크톤이· 비어있음으로써· 외곽에 자리한 경비초소·여유로움·강제된· 변죽·선거철·중심·밭둑·노자의 그릇 이야기·밭둑·감나무·비료주어야겠다.>




 이를테면, 위 낙서들은 내가 새롭게 빚을 수필작품에 쓰일 메모들이었다. 자, 어젯밤에 그렇게 적은 메모들이 어떤 꼴로 변하게 되는지를,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 지금부터 생생히 보여주어야겠다.








 지금은 한밤, 홀로 앉은 아파트 경비초소. 유리창밖엔 봄비가 가로등 불빛 아래 하염없이 내린다. 내일 새벽 6시에 퇴근하자마자 곧바로 내 농장으로 승용차를 몰고 달려가서, 감나무들 발치에다 질소비료를 듬뿍듬뿍 뿌려주어야겠다. 그러면 질소비료는 빗물에 쉬이 녹아, 토양 속으로 스며들고, 감나무 실뿌리들은 ‘웬 떡!’하며 다투어 자양분을 흡수하리라. 사실 감농사의 비결은, 비가 내릴 적마다 질소비료를 살짝살짝 뿌리라고들 하지 않던가.




 문득, 내 골짝 마을의 감나무들을 떠올린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밭 중앙부가 아닌, 밭 가장자리에 심어두고 있다는 사실. 농토(農土)를 아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이곳 농부들의 지혜. 다소 경사진 밭 안쪽에는 일년생 작물을 거듭거듭 재배하면서도, 오히려 수입이 더 좋은 ‘씨 없는 쟁반감[盤柿]’은 다들 밭 언저리 즉, 밭둑에다 심어두었더라는 거. 꼭히 이곳만이 아니다. 대체로, 과일나무들은 밭 언저리에 심게 된다. 부러 다년생인 과수는 밭둑에 심게 된다. 이미 위에서 한 차례 말했지만, 농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측면만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거. 그 점에 흠칫 놀란다. 밭의 경우, 특히 그 표면이 다소 경사진 밭의 경우, 밭둑 쪽의 토양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일단, 토사(土砂)의 씻김 등으로 말미암아, 여타 ‘밭 자리’보다 토심(土深)이 깊고, 유기질 성분이 풍부한 편이다. 연상되는 게 딱 하나 있다. 바람 부는 날, 연못에서 붕어낚시를 하려면, 바람을 안은 연못 둑이여야 한다고 하였다. 왜? 플랑크톤은 바람에 그렇게 밀려온다고 하지 않던가. 나아가, 일년생 작물을 거듭 재배하는 밭 중앙부에 비해 처녀지(處女地) 성질도 지닌다. 여러해살이인 과수를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다. 나중에 과수가 넓게 뻗게 될 뿌리들로 하여 밭둑 무너짐도 미연에 막게 되는 이점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과일나무들이 폭넓게 뻗칠 수관(樹冠; 가지 둘레)으로부터 본디 목적인 일년생 작물의 일조(日照) 내지 일조권을 해치지도 않는 자리 아닌가. 더러는 그 나무 그늘이 농부들한테 쉼터가 되어 주기도 하고... .  요컨대, 과일나무를 심으려면, 밭 가장자리 또는 밭둑에다 심어야 한다는 거.




 내 생각은 어느새 언저리·테두리·테·둑·변방(邊方)·한직(閒職)·변죽(邊죽) 등으로 이어져 간다. 이들 어휘들을 아우르는 가르침이 하나 있다. 내가 최근 들어 더욱 경외(敬畏)하는 노자(老子)의 <道德經>. 그 가운데 제 11장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서른 개의 바퀴살이 바퀴통에 연결되어도 비어있어야 수레가 된다.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어도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다. 창과 문을 내어 방을 만들어도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다. 그런 까닭에 사물의 존재는 비어 있음으로 쓸모가 있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다. 그릇이든 밭이든 논이든 테두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지 않은가. 변방 없는 중심이 없으며, 한직 없는 요직이 없고, 창틀 없는 창이 없으며 ... . 변죽 즉, ‘그릇의 테두리’를 울리면, 그릇 전체가 울리는 그것. 특히, 물 가득 담긴 놋쇠 그릇의 변죽을 막대로 두드리면 그 물이 잔물결을 일으키던 경험.




 돌이켜본즉, 젊은 날 나는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다른 이들과는 반대로, 제대로 행했다. 본부 인사부서에 애걸복걸하듯 해서 오지(奧地)로 한직으로, 비보직으로 재직 사반세기 동안 거듭거듭 옮겨 다녔다. 굴레 벗은 말처럼 항상 자유롭고자 하였다. 그러기를 참으로 잘 했던 거 같다. 대체로, 남정네들은 권력과 권세를 탐하는 듯하였으나... .




 마침 지방선거철. 많은 예비 후보들이 무절제하게 나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를 보내와서 짜증나게 한다. 이 글을 적고 있는 동안에도 벌써 여러 차례 문자 메시지 도착 신호가 울렸다. 내 알 바 아니다. 내일 새벽, 이 외곽지고 노고지리통처럼 좁은 아파트 경비실에서 경비모자를 벗고 퇴근을 할 터. 나는 득달같이 내 농장으로 승용차를 몰고 달려가 밭 언저리에 자랑스레 늘어선 감나무들을 쓸어안아 주리라. 우람한 감나무들 발치에다 질소비료를 듬뿍듬뿍 뿌려주리라. ‘인저리(injury;손상, 부상, 손실)’가 아닌 ‘언저리’의 참 뜻을 새기며 그리하리라.
















 작가의 말)




  수필작가 지망생들을 위해, 글짓기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이러한 전개방식을 취했다. 나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를 하루라도 아니 들은 적 없다. 동서고금 최고의 음악가인 그분은 쉼 없이 공부하였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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