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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전용창
작성일 2020-09-05 (토) 16:53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45      
달빛에 살라먹고
달빛에 살라 먹고

           

                                전 용 창



 “동생, 오늘 밤은 우리 집에 가서 나랑 같이 자자.”

 “형님, 밤이 너무 늦었어요. 조심히 들어가시고 다음에 서울에 올라오tl면 또 만나게요.”

 “무슨 소리야? 집사람도 저녁 식사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날 밤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서울의 밤거리는 너무도 휘황찬란했다. 자정이 가깝도록 형님과 여러 식당을 들렀다. 형님도 나도 취했다. 발걸음도 흔들렸다. 형님은 내 어깨를 꼭 껴안고는 콧노래를 불렀다. 빈 택시가 오자 세우고는 나보고 먼저 타라며 ‘화곡동’으로 가자고 했다.



“형수님, 너무 늦게 방문해서 죄송합니다.”

“전 선생님이 이렇게 누추한 우리 집까지 와주셔서 고맙지요.”

“집에 와서 저녁을 드시라고 했더니 술만 대접했어요?”



형님에게 핀잔을 주시고는 술상이 아닌 저녁상을 내놓으셨다. 고깃국에 생선탕, 나물 반찬까지 생일상 같았다.나는 속 풀이로 먼저 콩나물탕을 마셨다. 형님은 이제 편안하게 한 잔 하자며 처음처럼 다시 술을 권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동생을 만나서 우리 집까지 왔으니 너무도 기분이 좋다.”

“형님, 이제 취해서 자야겠어요. 제가 잘 방은 어느 방이지요?”

“무슨 소리야? 오늘은 나랑 같이 자자니까.”


 헤어진 지 35년이나 되었는데도 나에 대한 생각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다는 형님의 메시지를 오늘 받았다. 그림 전시회에서 내 연락처를 알았다고 했다. 형님은 ‘교육부 기획과’에서 예산업무를 관장했다. 예산부서는 일이 많아 날마다 밤늦게까지 특근을 한다. 내가 대학에서 시설 예산을 담당할 때 몇 차례 만난 모습은 ‘원칙주의자’였다. 꼼꼼하면서도 형평성 있게 예산을 배분하기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그런 형님은 능력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승진하여 첫 발령지가 내가 근무하는 ‘J 국립대학교’였다. 비록 남들처럼 아파트 한 채 없고 오래된 주택에 살고 있지만, 토끼 같은 아들과 딸이 있으니 무척이나 행복하다고 했다. 승진을 앞두고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갔다. 승진의 기쁨보다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이 오죽했으랴?



우리 대학에 오셔서도 슬픔을 잊고 열정을 불태웠다. 항상 서류 가방을 들고 다니는 그의 모습을 모두가 칭찬했다. 이곳에 부임한 지 서너 달이 되어서다. 걱정거리가 생겼다. 교육부의 직제개편으로  종합대학의 건축직 6급 정원 한 명이 줄고, 그 대신 전문대학 건축직 7급을 6급으로 상향 조정하는 인사명령이 있었다. 그러니 우리 과 6급직 4명 중 한 사람이 전문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든지, 아니면 7급으로 강등해야 한다. 시한은 다가오는데 다들 장남이고, 몸이 아프다며 거절하니 과장으로서도 난감했다. 세 사람이 갹출하여 천만 원을 모아 떠나는 사람에게 위로금으로 주자는 대안도 있었지만, 이 또한 신청자가 없었다. 내가 훌쩍 떠나버릴까? 장애아들 얼굴이 떠올랐다. 사무실 분위기는 하루가 다르게 침통했다. 내가 십자가를 짓자고 마음먹고 과장방으로 갔다. 내가 강등하겠다고 했다. 가장 젊고, 공직을 7급으로 시작했으니 다시 7급이 되어도 괜찮다고 했다. 당시 6급 재직기간은 모두가 6~7년으로 비슷했다. 무슨 소리냐며 자네는 모교인 이 대학 과장이 되어야 한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거듭된 주장에 못할 짓을 한다며 마지못해 수락했다. 나는 위로금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강등한 그달부터 직책수당도 없어졌고, 사람들이 나를 보고 ‘바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지나고 부임한 지 반년이 지났을 때였다. 출근하니 직원들이 쑥덕거렸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으니 어젯밤에 과장님이 연행되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기에 그리되었느냐고 되물으니 “골프채를 받았답니다.”라는 답변이었다. 그분은 골프도 안 치는데 무슨 골프채를 받았단 말인가?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시름에 빠진 그분에게 누군가 골프를 권했다고 한다. 퇴근하고 숙소 근처 연습장을 나갔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어느 공사 현장 소장이 골프채 세트를 선물한 것이다. 평소 청렴하기로 정평이 나 있던 그였는데 아들을 잃은 슬픔이 마음을 흔들었지 싶었다. 소장은 회사에 누를 끼쳐 사장이 그만두라고 하니 과장에게 하소연했고 결과가 그만두게 되니 투서를 냈다고 한다. 너무도 갑작스런 상황에 말을 잊었다. 아들 잃고 시름에 빠진 분에게 선의로 선물을 하고는 투서를 한단 말인가?



 미결수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고 있을 때,  매주 월요일이면 사모님은 어김없이 고속버스로 내려오셨다. 면회도 해야 하고 변호사와 상담도 하기 위해서다. 그때마다 나는 외출을 내놓고는 사모님을 모시고 교도소에 가고 변호사도 만났다. 소장이 타관 사람이나 우리 고장에 와서 이런 일을 당하니 내가 죄인인 양 고개가 숙여졌다. 교도소로 면회를 할 때마다 미안해하셨다. “자네를 강등시키는 것이 아니었는데.”라며 혼잣말을 하셨다. 교도소에 있는 지도 반년이 가까웠다. 어느 날 변호사는 말했다. 피고인의 사정이 딱하니 대학에서 탄원서를 내주면 재판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교도소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회상하고 있을 그분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다. 이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존경하는 판사님‘으로 시작하는 탄원서를 작성했다. 읽고 또 읽고, 고치고 또 고쳤다. 이제 서명을 받는 게 문제였다. 지인 교수님도 있지만, 보직교수님의 서명이 권위가 있지 싶었다. 탄원서 뒷장에 빈 용지를 철하여 방문했다. 어느 분은 구구절절한 내용을 읽으시고는 너무 안됐다며 서명해주시는 분도 계셨지만, 어느 분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왜 구명운동을 하느냐고 핀잔하시는 분도 계셨다. 내가 잊지 못하는 분은 고 ’신석정 시인‘의 사위이신 ‘최승범 교수님‘이셨다.

“전 선생은 참 좋은 일을 하는구먼. 전에 탄원서를 써봤나?”

“처음인데요.”

“처음인데 이렇게 잘 썼? 내가 문구를 좀 다듬어 볼까?”

나의 글보다 교수님의 글은 냉정하게 죗값을 달게 받겠다는 내용에 중점을 두었다. 시인의 안목은 다르구나. 감사를 드렸다. 탄원서를 제출하고 얼마지 않아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다. 바깥세상에 나오신 뒤 그를 위로하는 교육부 지인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했고 그분들은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별도의 정원을 보내주어 나는 일 년 만에 다시 승진했다. 그때부터 나는 그분을 형님이라 불렀다.


 서울에 올라오면 꼭 전화하라던 형님을 그날 밤 만나서 안방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조금 전에는 졸렸는데 잠도 도망갔다. 형님은 내 손을 꼭 잡더니 금시 코를 고셨다. 유리창 너머 감나무 가지 사이로 보름달이 얼굴을 내밀었다.

 “달님아, 너는 우리 형님이 착한 것을 알고 있지?”

형님이 외롭지 않도록 밤마다 환한 달빛을 창문 너머로 비춰다오. 옛날의 아픈 상처일랑 달빛에 살라버려라. 형님은 지금도 ‘화곡동’에 사실까? 험난한 세상을 그동안 어찌 살아오셨을까?

“형님, 아들몫까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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