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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정남숙
작성일 2020-09-03 (목) 05:46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26      
체감온도
체감온도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정남숙







“저 기다린 줄 아는가? 귀뚜라미 울음이 바짝 다가왔다.”

삼삼한 밤바람을 가르는 벌레소리는 그대로 한 편의 서정시다. 긴 더위를 물리치면 어김없이 가을은 이렇게 오고야 마는 것, ‘없는 집에 제삿날 돌아오듯 한다.’ 는 옛말은 굶어도 제삿날은 거를 수 없다는 뜻이다. 삶의 지엄한 예의였던 제삿날이지만 우리네 삶의 오랜 순환(循環)을 일깨우는 풍경이었다.  

“얘야, 장독 덮어라!”

할머니의 말씀에 댓돌아래로 내려서서 하늘을 처다 보면 햇빛은 쨍쨍 비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후, 먹장구름이 몰려오며 소나기가 퍼붓는다. 일기예보가 있을 리 없었다. 아랫목에 앉아계신 할머니의 무릎이 귀신같은 일기예보였다.  



이렇듯 아날로그 감성이 주를 이루던 시절, 나도 일기예보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초등학교 3·4학년쯤이었다. 고모부가 교장선생님으로 계셨고, 그 아들인 사촌오빠가 잠시 담임선생이던 어느 날 시험시간이었다. 공부 잘 하기로 소문난 나는 사촌오빠에게도 나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술술 풀어가던 시험문제 하나가 나를 붙잡고 놓지를 않았다. 배웠는데 내가 잊은 걸까? 배우지 않은 것이 시험에 나왔을까 시험 한 문제와 아무리 씨름을 해 봐도 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100점을 맞지 못함보다 담임선생인 사촌오빠 앞에서 망신을 당할 것이 더욱 속상했었다. 풀지 못한 그 문제는 우리나라 기후인 겨울의 특징을 물었고, 답은 당연히 삼한사온(三寒四溫)이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답이었다.



어처구니없는 곤욕을 겪은 후, 삼한사온은 내 잠재의식 속에 남아 있었다. 추운 겨울날 엄마가 빨랫감을 챙기면 내일하자고 말한다. 왜 그러느냐 물으면 오늘까지 사흘이 추웠으니 내일은 날씨가 따뜻할 것이라며 삼한사온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며 자랐다. 온수보일러가 없었고 고무장갑이 있을 리 없는 엄동설한(嚴冬雪寒)에, 꽁꽁 언 얼음을 깬 냇가에서 빨래하고 김장하던 시절이라 엄마는 어린내말을 들어주셨다. 모든 걸 알고 계셨을 엄마는 “네 덕분에 따뜻하게 빨래했네,” 하시면 나는, 내가 유명한 일기예보관이나 된 듯이 어깨를 으쓱하기도 했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이렇게 내 나름의 기후 철학이 있었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하고, 여름은 여름답게 더워야 한다는 주장을 갖고 살았다. 모든 사람들이 추위에 꼼짝하지 못할 때 나는, 그 추위를 이용해서 나 혼자만이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서 좋았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겨울추위와 여름더위가 큰 위기로 다가왔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溫暖化)현상 탓이라 하기엔 내 대처법이 문제인 것 같다. 추위는 그런대로 견디지만 여름더위는 나를 녹초가 되게 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조금만 움직이면 소나기가 퍼붓듯 한다. 나도 견디기 힘들지만 옆에서 땀을 닦아 주며 바라보는 눈길이 나를 더욱 괴롭힌다. 괜히 기후변화 탓만 한다. 기후(氣候)란 일정한 지역에서 오랜 기간 동안의 평균적인 기상 상태로, 매일의 날씨를 오랫동안 평균하여 나타낸 대기상태를 말한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온실가스나 프레온가스로 인한 오존층 파괴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관련된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8년, 우리나라는 끔찍한 폭염을 겪었다. 전북지역에서도 전주의 낮 최고기온이 38.9도를 오르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기록적인 폭염은 자연재난으로 인식하기에 충분했다. 같은 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폭염(暴炎)이 자연재난(自然災難)으로 포함됐다. 태풍이나 호우처럼 요란스럽지도, 뜨겁거나 황사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소리 없이’ 큰 피해를 주는 폭염이, 자연재난으로 포함되어 국가수준의 예방과 대응이 가능해졌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14~2019년 사이 전 지구기온은 산업화이전 수준보다 1.1도나 높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 지구적으로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은, 중위도에 위치하여 냉·온대 기후가 나타난다. 기후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계절에 따라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가 나타난다.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대륙성 기후와 관련이 있으며, 겨울보다는 여름에 더 폭염 주의보나 경보가 근래 자주 발령되는 등 무더위가 더 심해지는 것과 관련이 깊다. 지난 100년 동안 세계 평균 기온이 0.7 ℃ 상승할 때 우리나라 7대 도시의 평균 기온은 1.5 ℃ 상승했는데, 도시화에 의한 열섬현상 때문에 기온 상승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기상청은 올여름부터 기존 기온만을 고려한 폭염특보 기준의 한계를 보완하기위해 기온 및 습도를 반영한 ‘체감온도(體感溫度)’를 도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폭염특보기준’을 마련했다. 체감온도는 기온과 습도. 풍속, 일사 등을 종합하여 나타낸다. 변경된 특보기준은 폭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반영하게 되어 온열질환 사망자 감지율이 상승하게 되고 국민건강 피해예방에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연적인 원인이나 인간의 활동으로 지표면의 평균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으로 환경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은 어렵거나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 쓰레기 분리수거 및 재활용, 일회용품 쓰지 않기, 아나바다 운동,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으로도 줄일 수 있다.


 요즘 우리는, 하루하루 변하는 기후변화에 너무 민감해져 있다. 우리 집 마당에서 오른쪽 먼 산 매봉산에 비구름이 머물면 비설거지를 해야 했고, 가까운 안동네 높은 청량산에 비가 쏟아져도 우리 집 마당엔 먼지만 날리는, 우리 나름의 기상예보가 그리워지는 것은 내가 현대에 적응하지 못한 꼰대근성 때문일까? 그러나 나는 오늘도 스마트폰을 열어 일기예보 밑에 의젓하게 자리 잡고 있는 ‘체감온도’를 눈여겨보며 더위를 이겨낼 나만의 방법을 찾고 있다.

                                                                                 (2020.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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