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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성은
작성일 2020-09-01 (화) 07:36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42      
3일만에 100km 클리어
3일만에 100km 클리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성은





오른발을 페달에 올리고 출발했다. 남편 구령에 따라 오르막을 올랐고, 바이킹 타는 기분으로 내리막을 달렸다. 땅에서는 뜨거운 김이 솟았고, 이마에서는 땀이 흘렀다.

긴장이 풀리지 않은 몸은 뻣뻣했고 남편이 기어를 바꿀 때마다 외마디 비명이 터졌다. 텐덤 바이크를 사기로 마음 먹었지만 예행 연습이 필요했다. 여섯 살 혜경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온동네를 누볐던 유년 시절을 생각하며 남편 뒷자리에 올라탔다. 시원한 라이딩은 꿈 같았고, 달리면서 맞는 바람은 해방감 그 자체였다. 중독될 것 같았다. 세 시간 라이딩도 거뜬했다. 8월의 한낮이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맞는 바람은 상쾌했다.

첫날은 가볍게 20km를 달렸다. 외출복 차림이아사 몸은 무거웠고 다리가 욱신거렸다. 익산에서 춘포, 삼례를 거쳐 전주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였다. 쇠똥 냄새를 지나 고춧가루 냄새가 날아왔다. 개짖는 소리며 닭 우는 소리도 들렸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잘 닦여진 자전거 도로를 내가 달리고 있었다. 남편이 즐겨 찾는 코스라고 했다. 스마트워치는 명석하게도 우리의 이동 거리, 주행 속도, 쉬는 시간을 정확하게 표시했다. 정자에 앉아서 마시는 생수는 차갑지도 않았건만 달디 달았다.

두 번째 날에는 전투 태세로 옷과 모자를 갖춰 입었다. 썬크림을 바르고 머리를 질끈 동여멨다. 잔머리카락이 날리지 않도록 머리띠까지 준비하고서 집을 나섰다. 35km가 목표였다. 마음 먹고 나선 걸음이라서 페달을 밟는 몸놀림이 한결 가벼웠다. 앞에서 핸들을 잡고 힘차게 페달을 밟는 남편과의 호흡도 척척 맞았다. 삼례를 지나 다리 밑에서 잠시 쉬었다. 지하 공기처럼 서늘한 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다리 밑은 에어컨이 필요 없는 실속형 피서 명소였다. 세 시간 남짓 신나게 달렸다. 더워도 좋았고 무릎이 아파도 괜찮았다. 2인용 자전거로 장거리 라이딩을 처음 하는 남편도 이튿날이 되자 핸들과 기어 조작에 감을 잡았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라이딩을 하면서 생수를 마시는 여유까지 부릴 수 있었다. 남편이 근무했던 동익산역에 자전거를 보관해 놓고 집까지 걷는 길이 길고도 멀었다. 자동차가 얼마나 편리한 교통 수단인지 새삼 절감했다. 집에 들어와 개운하게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다. 꼼짝도 하기 싫었다. 다리가 욱신거렸지만 기분은 더없이 좋았다. 저녁 식사로 주문한 돼지 족발도 먹는둥 마는둥, 눕고만 싶었다.

세 번째 라이딩은 물처럼 흘렀다. 남편도 나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달렸고, 실컷 달리다 보니 전주 송천동이었다.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차가운 커피를 달게 마셨다. 속력이 붙어도 무섭지 않았고 내리막에서는 바이킹을 타 듯 환호했다. 익산에서 전주까지 왕복했는데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가벼웠고 마음의 묵은 때를 박박 밀어낸 것 같은 개운함이 퍽 즐거웠다. 야외 라이딩은 집안에서 하는 운동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느낌이었고 비로소 진짜 운동을 한 듯했다. 내가 ‘홈런’이라고 이름 붙인 런닝 머신이나 다이어트 자전거 덕택에 평소 답답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음에도 야외 라이딩의 맛을 알고 나니까 집 안의 운동 기구들이 뭔가 싱겁게 느껴졌다.


서울에 있는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주말마다 텐덤바이크 교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공지를 구경만 했다. 어린 아이가 진열장 안에 먹음직스러운 사탕을 뚤어져라 바라보듯 군침만 꿀꺽 꿀꺽 삼켰다. 다채로운 문화생활과 여가활동이 가능한 서울시의 복지 서비스가 훔치고 싶도록 부러웠다. 그토록 원했던 라이딩이었다. 남편과 함께 하니 마음까지 편했다. 부부가 공유할 수 있는 취미를 비로소 발견한 것 같아 반갑고 기뻤다. 친정 가족 카톡방에 실시간으로 우리 부부의 라이딩 사진이 올라갔다. 영원한 나의 지원군 동생들이 응원해 주었고, 두 사람 다 표정이 완전 저 세상사람이라며 놀리기도 했다.

출장과 연수, 근무가 난무했던 짧은 방학이었다. 24일 월요일 개학을 앞두고 주일 오후에 네 번째 라이딩을 나갔다. 소나기 예보가 있었지만 그렇게 갑자기 쏟아질 줄은 미처 몰랐다. 동익산역에서 출발하자마자 5분도 안되어 세찬 비가 쏟아졌다. 비를 맞으며 달리다가 겨우 정자에 내려 비를 피했다. 비 맞으며 자전거 타는 것도, 비를 피하며 쉼터에 앉아 있는 것도 나로서는 신바람 나는 첫 경험이었다. 분명 푹 푹 찌던 날씨였는데 비를 맞으니 금세 온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10분 가까이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봤지만 빗줄기는 태평하게도 점점 굵어졌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빗속으로 나가 흠뻑 젖은 자전거 위에 올랐다. 페달을 밟으니 거짓말 같이 위 아랫니가 딱 딱 부딪히게 추웠다. 비장하게 갖춰 입은 라이딩 복장이 무색하게 우리는 맥없이 후퇴했다.

철철이 내 운동복 사기를 좋아하는 남편이 어제 또 기능성 티셔츠를 두 개나 건넸다. 다이얼이 돌아가는 아이보리색 운동화도 내 발에 딱 맞았다. 그간 남편이 사다 준 운동복이 장롱 한 칸을 다 채웠다. 내가 운동하기를 염원하는 남편의 바람이 소비로 표현되는걸까?

운동이야말로 인간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을 지키고 관리하는데 탁월한 처방임에 틀림 없다. 신체 근육이 단련되면 마음은 덩달아 단단해진다. 집중해서 글을 쓰고나면 커피믹스가 뜨거운 물에 항복하듯 가슴에 맺힌 응어리도 녹아서 풀어진다. 마음의 근육은 글쓰기로, 몸의 근육은 운동으로 다져 가리라.

꾸준하게 운동 컨디션을 유지하는 날에는 마음이 날렵하다. 우울의 늪에 빠지지도 않고 유쾌하게 웃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만사가 귀찮고 게을러지는 날에는 내가 게을러질 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과 합리화를 반복하며 제일 먼저 나 스스로를 속인다. 피해의식, 자격지심, 신세 한탄 따위는 진흙 투성이 뻘과 같다. 낙지 빨판처럼 집요하게 들러 붙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첫 번째 라이딩보다 두 번째가, 두 번째보다는 세 번째가 수월했다. 집에서 혼자 꾸준히 걷고 다이어트 바이크 페달을 굴린 덕택에 기초 체력이 다져질 수 있었다.

라이딩도 글쓰기도 지구력이 필요하다. 느림보 거북이가 잔꾀를 부리는 토끼를 너끈히 이겨내지 않던가?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연마하리라. 체력도 필력도 내공이 필수다. 정성과 시간에 정비례하여 쌓여가는 노련함은 순전히 의지의 영역이다.

 ‘클리어’라는 단어가 주는 명쾌함이 좋다. 깨끗한 ‘끝’은 그 다음 단계 혹은 세계로 나를 밀어주므로. 일상 속 작은 클리어들을 사랑해야겠다. 영어회화 숙제를 하지 못해서 수업을 미루고 싶다가도 얼른 교재를 펼치고 숙어를 외우는 것처럼, 그리하여 20분 간의 전화회화 수업이 깔끔한 기분으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소소한 선택에 성의를 담아봐야겠다.


런닝머신에 올라갈까 말까, 더운 여름 밤 시원한 맥주를 마실까 말까 치열하게 갈등하는 유혹의 순간들을 건강하게 클리어해 보자. 한 번보다는 두 번이, 두 번보다는 세 번째가 더 수월하지 않던가?

                                                                     (20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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