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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윤근택
작성일 2020-08-28 (금) 15:51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19      
윤 수필가, '포지티노'에 오다
윤 수필가, ‘포지타노(Positano)’에 오다



                    윤근택(수필가/문장치료사/수필평론가





   내가 생각해 봐도 나는 너무 엉뚱하다. 그런 일로 지난 밤을 꼴딱 새웠으니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어제 초저녁, ‘성령기도회’ 참석차 이 ‘만돌이 농원’에서 승용차를 몰아, 경산시내에 소재하며 내가 다니는, ‘중방성당’으로 가고 있었다. 이 곳에서 성당까지는 승용차로 23분 가량 걸리는 거리다. 습관처럼 F.M.을 틀었다. 마침 라디오에서는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평소 이 ‘만돌이 농원’에서 노트북컴퓨터로 듣는 음질과는 비교도 아니 될 좋은 음질. 사실 나는 그렇듯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적마다 나의 유언과 묘비명(墓碑銘)에 관해서까지 미리 생각하곤 하였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음악만을 내내 틀어주오. 하더라도, 무거운 ‘레퀴엠’ 따위는 싫소.’

하기야 많은 위인들의 묘비명도 이채롭다고 들었다. 그 가운데도 ’내 우물쭈물 하다가 이럴 줄 알았다.’라는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쇼의 묘비명은 너무너무 멋있다.

어쨌든, 나는 장르와 크게 상관없이, 음악듣기를 참으로 좋아한다. 사후(死後)에는 음악을 못 들을까 봐 그게 한걱정이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곡명 소개 없이 두 곡을 연거푸 틀어주고 있었다. 그 두 번째 곡이 재즈트럼펫 연주였다. 황홀했다. 이국정취(異國情趣)가 물씬 풍기는 음악. 그 연주가 끝나자, 프로그램 진행자는 친절하게도 연주자명과 곡명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영어라서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몹시 안타까웠다. 내 고운 이들한테도 얼른 들려드리고 싶은데… . 궁여지책으로, 승용차에 붙은 시계를 슬쩍 들여다 보았다. 저녁 7시 3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7시 31분’은 나한테 중요한 실마리이기에 그렇게 하였다.

기도회 등 시내 볼일을 모두 끝내고 농막으로 돌아오니 밤 10시였다. 나는 기어이 그 연주자명과 곡명을 찾아내고야 말 거라고 별렀다. 사실 여태껏 내가 적은 수필작품들 가운데는 그보다도 훨씬 더 힘든 자료수집 과정을 거쳐 낳은 게 많다. 예전 같았으면, 승용차에 장입(裝入)해둔 헤르쯔(주파수)를 기초로 하여, 당해 방송국을 찾고, 전화를 해대는 등 애를 썼을 것이다. 그러는 건 약과(藥果)였다. 도서관이며 현지답사며 현지체험이며 온갖 짓도 서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도 이젠 꾀가 멀쩡해졌다. 인터넷 검색에 그리 익숙지는 않지만, 그 매체를 이용해보기로 하였다. 그 길로, 나는 마구 헤매기 시작하였다. 그 프로그램명이 ‘카이(정 아무개 진행자의 애칭)의, 세상의 모든 음악’인 것 같은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숫자로 된 그 주파수를 잘못 기억했는가 싶기도 하였다. 그래서 승용차 열쇠를 들고, 빵모자를 쓰고, 점퍼를 입고, 랜턴을 켜 들고 세워둔 승용차로 다시 갔다. 개울 건너 주차장까지는 100여 미터씩이나 떨어져 있다. 밖은 겨울바람이 차갑기만 하였다. 시동을 켜고 라디오 버튼을 눌렀다. 내가 기억했던 그 숫자,’93.1’이 맞았다. 다시 농막으로 돌아온 나. 그래도 쉽게 검색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인터넷에서 모든 방송사 라디오 프로그램의 ‘편성일람표’를 찾아나갔다. 저녁 7시대 방송 가운데 있을 테니까. ‘세상의 모든 음악’이 맞았다. 어찌어찌 주물럭대다 보니까, ‘선곡표’라는 게 있었다. 클릭했더니, 11월18일분이 나타났다. 무려 23곡이 완전히 영어표기로 되어 있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지 않던가. 그걸 일일이 ‘복사’ 떠서 ‘다음(daum)’ 검색창에다 ‘붙여넣기’ 했다. 그리고는 클릭하여 당해 음악을 잠시씩 맛 보았다. 그랬음에도 좀처럼 내가 찾고자 하는 음악이 나타나지 않았다. 본디 그 프로그램이 저녁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진행 데는 터라, 산술적으로는 10번대에 있어야 할 음악임에도… .

그러기를 두어 시간 남짓. 그 프로그램의 제2부 ‘11월의 노트’에 수록된 곡이자, 전체 23곡 가운데 19번째 곡까지 닿았다. ‘다음(daum)’ 검색창에다 ‘Steps of Positano’를 베껴다 넣고 엔터키를 쳤더니, ‘Chris Botti’ 라는 이름과 함께 블로그며 카페며 ‘좌르르’ 떴다. 나는 그 가운데 하나를 골라 클릭했다. 그랬더니, 글쎄 내가 지난 저녁 승용차에서 들었던 그 음악이 흐르지 않는가. 그 순간의 희열 감히 그 누구도 상상 못하리라. 그 연주곡을 거듭거듭 틀어놓고서, 자축(自祝)의 막걸리를 한 대포 마셨다. 거기서 끝내지도 않았다. 당장 내 사랑하는 분들(e메일 정기수신자들이자, 애독자들인 분들이다.)께 e메일을 동시에 띄웠다. “우선, 맛뵈기로 띄우오니 ‘크리스 보티’의 ‘Steps of Positano’를 들어주세요. 늦어도 내일 안에는 신작(新作)을 헌정하겠습니다.” 라고. 그때가 자정 약간 넘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렇게 호언장담했지만, 그 순간까지만 하더라도 또 어떤 글을 또 어떻게 적을지에 대한 설계도도 전혀 없었다. 또, ‘Steps of Positano’는 귀에 익은 듯하지만,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연주자와 곡(曲)에 관한 지식도 ‘꽝’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열심히 관련자료를 챙겨나가기 시작하였다. 왜? 그 음악이 너무도 황홀해서 어떤 식으로든 글을 꼭 적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다음 단락부터는, 내가 그때부터 하나하나 파고들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우선, ‘Chris Botti’는 ‘Christopher Stephen Botti’의 애칭 내지 약칭이다. 그는 나보다 다섯 해 늦은 1962년에 미국 오레곤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알려진다. 나중에 밝히겠지만, 이는 그의 연주곡 ‘Steps of Positano’와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10세 때부터 악기를 다루었다. 그는 33세가 되던 1995년 ‘First Wish’라는 재즈트럼펫곡으로 데뷔하였다. 그는 내한공연도 몇 차례 하였으며, 국내 팬들도 많이 두고 있다. 그의 곡,‘Steps of Positano’은 한 때 한국의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그널 뮤직으로 쓰였다.

다음은, ‘Steps of Positano’에 관한 사항이다. ‘포지타노의 계단’이란 풀이가 된다. ‘Positano’는 이탈리아의 어느 해안마을 이름이란다. 해외여행이라고는 전혀 해본 적 없는 나. 어느 여행정보 사이트에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내가 잘못된 문장을 바로잡는 등 다소 손질하였음을 미리 밝혀둔다.

‘ 소렌토에서 버스를 타고 동쪽으로 50분 정도 이동하면 에메랄드빛 바다가 보인다. 해안가 산지 경사지에 빼곡히 가옥이 들어선, 아름다운 마을을 만나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포지타노’다. 벼랑 끝에 옹기종기 들어선 형형색색의 집들은 너무 예뻐서, 이곳을 세계 유명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기도 한다. 남부 지중해의 기후를 지니고 있는 이 마을의 주요 생산품은, 레몬. 그래서 레몬향수, 레몬비누, 레몬샴푸 등이 주요 쇼핑 품목이다. 통상적인 레몬 비누 하나 가격은 2유로 정도.’

나처럼 지적(知的) 호기심이 많은 어느 네티즌. 그는 자신의 카페에다  관련된 글을 남겨두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도 나처럼 ‘크리스 보티’가 연주하는 ‘Steps of Positano’에 매료되어, 하나하나 파고들었던 것으로 술회하고 있다. ‘Positano’란 어휘 자체가 이탈리아어로 ‘계단’ 또는 ‘계단식’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크리스 보티’가 이탈리아계이니까, 자연스레 향수(鄕愁)가 서린 ‘Positano’를 연주했을 거라고도 하였다. 뒤늦게 내가 안 사실이지만, 그는 실제로 어릴 적에 그곳에서 살았단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네티즌은, ‘내셔널 지오 그래픽’이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여행지 1위’로 ‘포지타노’를 뽑았다고 소개해 주기도 하였다. 심지어, 그는 포지타노 외에도 가보아야 할 여행지 100위까지를 리스트로 만들어 소개해 두기도 하였다.

나는 어느새 이국(異國)의 명승지, ‘포지타노’에 닿았다. 순전히 인터넷의 도움 덕분이다. 아니, ‘크리스 보티’의 ‘포지타노의 계단’ 내지는 ‘포지타노의 언덕마을’ 로 풀이할 수 있는 연주곡 덕분이다. 사실 나는 밤새도록 그 연주곡을 거듭거듭 틀어두고 있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그 마을 사진과 함께 그의 음악을 감상했다. 여태 겪어본 적 없는 풍광(風光). ‘돌아오라 솔렌토로’의 무대가 된 ‘솔렌토’에서 50분만 승용차로 달려오면 나타나는 마을. 나는 지난 밤 내내 이곳의 빼어난 경치를 즐겼다. 실로, 재즈트럼펫연주자 ‘크리스 보티’는, ‘포지타노 마을’을 세계적 명승지로 만든 데 일조(一助)를 한 게 분명하다. 마치, 지금은 고인이 된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가, 자신의 조국인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솔렌토’를, ‘돌아오라 솔렌토로’라는 민요를 너무도 구성지게 부름으로써, 더욱 빛나게 하였듯이.

이제 아랫녘에서 첫닭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젊은 시절 낚시광이었던 나. 밤새껏 ‘야광찌’만 바라보다가 아침이 밝아오면 그렇게 헛헛할 수가 없었다. 고기망태기에 씨알이 굵은 붕어가 수북하게 들었든 아니 들었든 상관없이 늘 그러하였다. 하지만, 오늘만은 그런 기분이 아니다. 모르긴 하여도, 지난 밤은 수필작가로서 자세를 가다듬는 좋은 계기가 된 때문일 것이다. 단 한 사람 뮤지션(musician)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감한 밤이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은 제각기 자신의 고장, 자신의 고향, 나아가서는 자신의 조국까지를 만방(萬邦)에, 만방(萬方)에 알린 홍보대사였다는 것을. 그러한 점에서라도, ‘크리스 보티’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못지않은 훌륭한 뮤지션이다. 그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사람인 듯하다. 비록 국적이 미국이라고는 하나, 그런 거 같다. 적어도 그는 이탈리아 솔렌토의 작은 마을 ‘포지타노’ 의 명예동민임에는 틀림없다.



* 이 글은 장차 인터넷(한국디지털도서관>윤근택>작품/논문>미발표작)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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