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인격이자, 곧 그 사람이다. 좋은 말은 베타엔도르핀을 비롯한 쾌감 호르몬이 뇌를 자극한다. 그 호르몬 때문에 사람들은 황홀해지고 행복을 느낀다. 혈액순환도 좋아져서 피부온도가 상승하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면역력과 의욕이 높아진다. 세상은, 소금을 고르게 하는 것 같이 말하는 자를 요한다.
지난 15일에는 우리나라의 일꾼인 국회의원을 뽑았다. 21대 총유권자 수는 4천 399만 4천 247명이었다. 그 중 66.2%인 2천 912만 8천 40명이 투표했다. 지역의 유권자들은, 더불어민주당 163명, 미래통합당 84명, 정의당 1명, 무소속 5명, 비례 47명, 모두 300명에게 국회의석을 내주었다. 한 당이 60% 이상을 차지한 게 아닌가? 이 수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정치평론가들은, ‘경이로운 일’이라고까지 평했다.
사람들의 생각을 헤아려 보았다. ‘여당도 그렇지만 야당의 행태가 더 밉상이었다.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야당에게 맡겨도 나을 게 없었다. 상대당의 집권 때를 보면, 경제도 결코 잘하지 못했다. 옛날과 달리 지금은 미디어시대여서 모두의 활동상을 낱낱이 보고 있다. 국회에서 한 일이란 발목 잡고, 정부를 후려치고, 무조건 반대한 것밖에 더 있던가? 그 놈의 막말과 거친 행동, 인격을 무시하는 저질의 민낯, 맞으면 맞고 아니면 아니고 식의 터뜨림, 그런 것에 식상했으니 제발 좀 하지마소’ 뭐 이런 거 아닐까? 국민들은 위대하고 판단도 옳았다. ‘우리가, 여당인 당신들에게 맡겨준 게 있으니, 그 일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준엄한 명령이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란 말이 실감났다. ‘정말로 잘하는지 한 번 더 맡겨보자.’는 국민의 정서를 충분히 알았으면 좋겠다.
양당의 이슈는 극명했다. 여당은 ‘싸우는 사람대신 일할 사람을 뽑아 달라’ 외치고, 야당은 ‘엉터리요, 무능한 정부다. 독재를 막고 거덜 난 경제를 살려야한다.’며 막무가내로 공격했다. 결국은 여당의 손을 들어주었으니 그 외침이 먹혀들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한 나쁜 조짐에, 야당들은 만면의 미소가 철철 넘쳤을 것이다. 그러나 여당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대통령은 묵묵히 대처하며 코로나 현장을 직접 찾았다. 국무총리는 사태초기부터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가장 심각했던 대구로 달려가 장기간 머무르며 코로나 현장을 지휘 감독했다. 질병 관리본부장을 비롯한 방역당국 관계자들은 최선을 다하며 헌신했다.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움직임이었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대처능력을 보고 한국에대하여 극찬이 쏟아졌다. 관심의 대한민국이 되었다. 어느 나라에서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일을 착착 진행했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의료진의 헌신에 감탄했다. 그런데 막상 야당과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정부를 무조건 깎아내리며 도마 위에서 난도질을 했다. 국민들은 그런 행태에 화가 나서 등을 돌렸다. 나도 그랬다.
끝까지 눈여겨 본 의원들이 있었다. 핏대를 세우고 삿대질하던 막말꾼들이었다. 얼마나 지겹고 불쾌하며, 짜증나고 진절머리가 났는지 모른다. 결국 그들은 대부분 다 떨어졌다. 그런 자를 누가 보고 싶어할까?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또 뭘 보고 배울까? 일에 대한 능력과 함께 인격을 측량할 기기는 없을까? 제발 이제는, 성숙한 의식과 품격 있는 언어로 국정을 논했으면 좋겠다.
나는 여전히 국회를 교회만큼이나 신성하게 여긴다. 그래서 화나는 일에도 점잔케 꾸짖고, 방어하며, 대처하는 미덕을 의원들에게서 기다린다. 충족될 날의 기약도 없지만, 그 생각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설렘으로 21대 국회를 기대하는 것은, 20대 국회의 모난 행태를 충분히 보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국회에서 막말하는 의원이 떠나가고, 큰소리가 자자지며, 삿대질이 사라지는 날이 오면, 이 땅에 평화통일이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막말의 잔상(殘像)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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