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이우철
ㆍ작성일	2020-04-19 (일)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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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버텨온 인생인데
어떻게 버텨온 인생인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우철

살아난다는 보장만 있다면 죽을병에 한 번 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많이 넘어져본 사람만이 쉽게 일어나는 법을 배운다고 했다. 어려운 일을 한 번쯤 겪다보면 ‘내가 어떻게 버텨온 인생인데!’ 하며 웬만한 일이 닥쳐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최근 역병으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촉발된 신종 바이러스는 미국 등 유럽제국으로 확산되어 백만 명 이상이 감염되었고, 사망자도 수없이 속출하고 있다. 중국과 가까운 우리나라도 1만여 명이 감염되었으나 정부의 빈틈없는 의료체계, 신속한 대응은 물론 온 국민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제는 확산의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으나 아직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세계는 하늘 길 바닷길이 막히고 출입국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관광이나 인적 물적교류도 중지된 상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상황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위기라 했다. 성경은 ‘곳곳에 지진과 기근과 전염병이 있겠고, 또 무서운 일과 하늘로부터 큰 징조들이 있으리라(눅21:11)’ 예고하고 있다. 금세기 들어 사스, 조류독감, 메르스 등 미생물에 의한 질병이 증가하고 있으니 말이다.

신학기 들어 두 달이 지났음에도 학교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학원이나 도서관, 복지관 등도 문이 닫히고, 교회도 가정예배로 전환되고 있다. 전쟁 중에도 교회예배를 중단하는 일은 없었는데 예삿일이 아니다. 갑자기 경제활동이 위축되다보니 서민들의 경제난은 심각해지고 있다. 전쟁이 그치면 사회가 변하듯, 역병이 지나가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몇 가지만 예상해 보자.

첫째, 인터넷 등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다. 교육부에서는 며칠 전부터 영상으로 학교교육이 시작되었다. 처음 겪는 일이니 다소 시행착오와 결함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일이 계속되면 일반화될 것이고 점차 익숙해질 것이다.

둘째, 재택근무와 영상산업의 확산이다. 재택근무는 시공(時空)의 제약을 받지 않으니 출퇴근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교통체증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육아고민을 크게 덜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기관과 기업의 회의는 영상회의로 확산될 것이다. 서비스업종을 제외한 각종 업체가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으니 선호할 것이다.

셋째, 상거래질서 및 택배업의 변화다. 구태여 매장을 가지 않아도 우수한 제품을 원격 구입할 수 있다. 공산품에서 로컬푸드에 이르기까지 신뢰도만 인정된다면 전자거래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역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행하면서 통닭집, 제빵업계의 택배주문이 늘고 있음은 이를 반증한다.

넷째, 종교활동의 변화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으로 신앙적 기반이 약한 사람은 떨어져 나갈 것이며, 소형교회는 운영난으로 사라질 것이다. 빌딩을 세우며 부를 자랑하던 대형교회들도 벌써부터 헌금부족으로 선교에 제동이 걸렸다. 디지털교회 디지털선교방식이 시도될 것이다.

이상 몇 가지만 예로 들었지만 이에 부수되는 직업구조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는 수 없이 예상할 수 있다. 우리가 개발해낸 문명의 화살이 기후변화, 지진, 대형화재 등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까지 예로 전쟁이 휩쓸고 가면 새로운 변화가 왔듯이 인간관계도 사회구조도 많이 변모할 것이다. 이제 역병의 터널을 지나며 두려워말고 차분하게 코로나 이후를 준비해보자. 과거 농경사회 때 우리조상들이 슬기롭게 살았던 자연친화적 환경이 그립다. 어떻게 버텨온 우리네 인생인가?

(2020.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