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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인철
작성일 2020-11-09 (월) 10:40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85      
나 죽거든 박수 치며 보내라
13. 나 죽거든 박수치며 보내라

    이인철





인간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게 된다. 그러나 죽을 때는 대부분 두려움속에서 때론 고통속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는것을 볼 수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종교를 찾게되고 심지어는 사형수도 마지막 가는 길에 종교를 선택하게 된다. 죽음을 삶의 연장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목회자로 거의 평생을 보내신 아버지가 정년 후 목사관을 나오셨을 때 잠시 부모님을 모신 적이 있었다. 모처럼 내 집을 마련해 부모님께 자랑도 할겸 부모님의 남은 여생을 잠시나마 편안하게 모시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사짐을 정리하던 중 장농속 깊이 간직한 수의 두 벌을 발견하고 울컥하는 마음을 가까스로 진정하고 부모님께 들킬까봐 살며시 안방을 빠져 나왔다. 그러고 보니 매년 추석 때마다 아버지가 온 가족을 빠짐없이 챙겨 가족묘지에 데리고 간 연유를 깨달았다. 아버지는 죽어서 묻힐 묫자리까지 자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살아 생전에 죽음이라는 것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놀라며 왜 그때 마지막 효도를 다하지 못했는가 하는 아쉬움에 가끔씩 부모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지금도 미안한 감을 감추지 못한다.

인간은 결국 죽음이라는 운명을 피할 수 없지만 죽음에 대한 의미는 갈수록 달라지는 것 같다. 옛적에는 산자와의 이별이라는 단절을 뜻했지만 지금은 죽은자에 대한 추억이나 경모의 정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묘지의 비석이나 추모당에 가면 고인의 살아 생전의 흔적을 발견할 수가 있다.

평생을 조국과 신앙에  헌신해온 문재린 목사를 도와 한빛교회를 개척한 부인 김신묵 여사. 오히려 자신들의 이름보다 사회운동가로 잘 알려진 문익환, 문동환 목사의 부모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나 죽거든 박수치며 보내달라."는 유언과 함께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어머니의 유언대로 당시 수감중이던 문익환 목사는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춤을 추며 떠나 보냈다.

해방이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과 문교부장관을 지낸 교육자이며 여성운동가였던 김옥길 여사. 특히 소외계층을 위한 인권확보와 한국 사회발전을 위해 봉사해온 김옥길 여사를 떠나보내며 동생 김동길 박사는 박수를 치며 축제를 열어 누나의 마지막 가는길을 배웅했다.

이같이 죽음에 대한 이별을 축제로 승화시키는 사례는 포르투갈의 국민 여가수 아멜리엘의 장례식 때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운구행렬이 떠오른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죽음보다는 현실의 삶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게 아닐까? 성공한 사람들이 남기고 간 것들을 보면 더욱더 삶의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마하트마 간디가 죽으면서 남기고 간 것은 오직 샌들 한 켤레, 옷 한 벌, 지팡이 하나, 방적기 하나,안 경, 그리고 기도서 한 권뿐이었다. 마더 테레사나 소크라테스는 거의 가진 것이 없었으며 공자는 말년을 몇몇 제자에 의지해 살았다. 베토벤이나 반 고흐, 렘브란트는 검소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위인들 중에 부자였던 사람은 한 사람도 없으나 이들은 하나같이 위대한 삶을 살았으며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다.그리고 후세들에게 결코 잊혀지지 않는 수많은 족적을 남겼다.

죽음으로부터 자유스런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죽음을 맞이할 때 후손들이 "정말 열심히 사셨습니다." 박수치며 보낼 수 있는 삶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살아있을 때 더욱더 의미있는 삶을 위해 오늘도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진정한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2020.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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