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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윤철
작성일 2020-11-08 (일) 07:08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86      
고양이 엄마

[금요수필]고양이 엄마
윤철  



오늘도 그녀를 만났다. 아침에 운동 삼아 동네를 몇 바퀴 돌다 보면 이삼일에 한 번 정도는 그녀와 마주치게 된다. 항상 차양이 넓은 회색 모자를 눌러 쓰고 다니는 그녀는 큰길 건너 아파트단지에 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녀와 눈인사를 트고 지내는 사이지만 이름도 나이도 모른다. 내 마음 속으로만 처음에는 “회색 모자”라고 부르다가 지금은 “고양이 엄마”라고 부른다. 그 여자가 아침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나누어주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는 산기슭에 인접한 주거지역으로 들쥐 같은 먹이가 풍부해서 그런지 유난히 길고양이가 많다.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개체 수가 많아져 겁이 없어진 건지 사람을 보아도 피하지 않는다. 곁에 다가온 고양이를 발을 굴러 쫓아내도 몇 미터 가지 않아 뒤를 돌아보며 느실거리기 일쑤다.

길고양이로 인해 생기는 피해와 귀찮은 일도 솔찬하다. 발정 난 고양이의 짧고 날카로운 울음소리, 먹이를 찾으려 음식물쓰레기통을 뒤엎어 헤쳐 놓는 만행은 예사다. 곳곳에 배설물을 뿌려 놓는가 하면 먹다 남은 들쥐 사체를 그대로 버려 놓기도 한다. 길가에 주차된 자동차 밑에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옆에 있던 할머니가 놀라 넘어져 크게 다친 일도 있다. 사정이 그러하니 주민들이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을 좋아할 리가 없다. 그저 동물을 돌보겠다는 마음으로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과 고양이로 인해 불편을 겪는 마을 사람들이 언쟁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그녀는 오늘도 꿋꿋이 고양이 사료를 곳곳에 나눠 놓으며 내게 눈인사를 했다. 언젠가 쓸데없는 일을 한다며 큰소리로 역정풀이하는 할아버지에게 호되게 당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편드는 말을 몇 마디 건넸는데, 그 뒤로 나를 자기편으로 생각하는 눈치다. 그러나 사실은 나도 그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문제로 이웃 간에 다툼이 벌어지고 이는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길고양이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고양이 집과 먹이 그릇을 수거하고, 먹이를 주지 말 것을 당부하는 현수막까지 거는 자치단체도 있다. 이에 맞서 길고양이를 학대하지 말라고 적힌 현수막을 나란히 걸어두는 사람도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똑같은 일을 두고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는 문제를 접하는 경우가 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문제도 그중 하나다. 정부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고양이 집과 먹이 그릇을 수거하는 정책을 편다. 반면 정부야 그러든 말든 여전히 먹이를 주는 고양이 엄마들도 있다. 이들 사이에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에 자기 나름대로 남에게 베풀며 돕는 봉사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 그저 순수한 마음에서 나오는 선행이다. 그러나 때로는 선한 마음의 봉사가 받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서로에게 독이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주고받는 이가 서로 공감하는 진정한 도움보다 남을 돕는 착한 사람이라는 자기과시나 자기만족의 방편으로 봉사를 할 때 봉사의 본질은 왜곡된다고 생각한다. 길고양이들에게 고양이 엄마가 주는 사료는 생명 유지를 위한 주식일까, 아니면 가끔씩 먹게 되는 맛좋은 간식일까? 사람의 도움을 받는 길고양이의 입장을 들어보고 싶다. 고양이 엄마들의 도움 없이 있는 그대로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이 너희들에게 그렇게 힘든 일이냐고 물으면 어떻게 답할까.

길고양이나 펫(pet)을 향한 사랑이 자칫 그들의 야생성을 구속하고 동물적 본성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보호도 좋지만 어쨌든 동물의 선천적 본성인 야생성을 최대한 기르고 보장해주는 것이 동물보호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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