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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최기춘
작성일 2020-09-11 (금) 05:33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58      
가기 싫은 곳





[금요수필] 가기 싫은 곳
최기춘




살다 보면 가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갈 곳이 있다. 이가 아파서 치과에 가려면 마음이 심란하고 가기 싫다. 군대도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제대 한지 50년이 되어가는 요즘도 가끔 군대 가는 꿈을 꿀 때가 있다. 그런 꿈을 꾸고 나면 괜히 마음이 편치 않다. 그리고 나이 들어 가장 가고 싶지 않은 곳은 요양시설이라 한다.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요양병원에 문병을 다녀왔다. 병원에 들어서자 퀴퀴한 냄새가 나고 실내 공기도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우리가 문병한 환자는 거동이 불편하여 일상생활을 요양사들에게 의지하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병실에 여섯 명이 있었는데 거의가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어떤 할머니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분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나라도 문병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아내는 문병을 갈 때면 꼭 음식을 챙긴다. 집에서 끓인 도토리묵을 대접하려고 준비했는데 문 옆에 았는 성미 급한 할머니가 ‘나도 좀 주세요.’했다. 안 그래도 좀 넉넉하게 준비해 갔기에 나누어 드릴 참이었다.

입원 환자 중 스스로 앉지도 못하고 음식을 먹을 수 없는 분들은 먹여드렸다. 어떤 할머니는 정신이 혼미하여 아내가 먹여드리는 데도 혼자서 알아듣지도 못할 이야기를 횡설수설하는데 웃지 않으려 해도 웃음이 나왔다. 치매에 걸린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이 많아 웃음이 나오지만 매일 간병을 하는 사람들이나 가족들을 보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젊은 시절 술좌석에서 웃으며 농담삼아했던 말이 생각났다. 나이 먹으면 예쁘고 밉고, 많이 배우고 못 배우고, 벼슬의 높낮이 즉 미모도 학력도 지위도 모두 평준화가 된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몸도 가누지 못하고 누워서 연명만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실감이 난다.

우리는 불과 30년 전만 해도 대부분 안방에서 임종했다. 사랑채에서 거처하던 할아버지도 임종할 때면 안방으로 모셨다. 그래서 안방이 이승과 저승의 이별정거장이라는 우스갯말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정거장이 요양시설로 바뀌었다. 그래서 몸이 불편한 어른들은 그 정거장인 요양시설에 가지 않으려 한다.

장수(長壽)는 축복일까? 나이가 들어 늙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들까? 장수는 분명 축복이겠지만 노년에 건강을 잃을 때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심리적, 경제적 부담 등으로 가족 간의 불화와 갈등, 고통을 겪는 것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그러면 행복한 노후(老後)는 멀기만 한 것일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요즘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웬만해서는 요양지설 가기를 꺼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요양시설을 갈 때마다 느낀 일이지만 시설이 너무 열악하다. 특히 근무환경이나 처우가 좋지 않으니 자연적으로 서비스의 질도 좋지 않다. 노인들도 사회 환경이 바뀌어 노후에 병들어 거동이 불편하면 요양시설에 갈 수밖에 없음을 잘 안다. 하지만 요양시설의 환경과 서비스가 나쁘니 가기 싫어하는 현실이다.

요양시설의 환경과 서비스 질을 높여 노후면 가장 가고 싶은 요양시설은 요원 한가? 법과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노인들을 따뜻하게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100세 시대라 하지만 인류의 역사로 볼 때는 점 하나다. 점 하나의 순간을 맞는 노인들이 안락하고 품위 있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최기춘 수필가는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수필집 〈은발의 단상〉외 1권이 있다. 대한문학작가회, 영호남수필 회원이며 전북수필 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임실문학회 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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